올해 1~3월 중국 기업의 해외 M&A 114.2조원…분기 기준 사상 최대
지난해 연간 규모(1095억달러) 바짝 다가서
연간 2000억달러 돌파 전망도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올해 1분기 중국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 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불과 3개월 만에 연간 기준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 한 해 실적에 바짝 다가섰다.
톰슨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기업의 1~3월 해외 M&A 거래액은 1011억달러(약 114조2000억원)로, 분기 기준 신기록을 갈아치웠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이 20일 보도했다.
이는 사상 최고치였던 지난 한 해 기록한 1095억달러에 근접한 수준으로, 전 세계 M&A 거래액의 약 20%에 해당한다. 올해 연간으로는 2000억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KPMG 통계를 보면 지난해 하반기 중국 기업의 해외 M&A 건수는 처음으로 외국 자본이 중국 기업을 사들인 건수를 넘어섰다. 이는 글로벌 M&A시장에서 중국 기업이 피인수보다 인수 주체인 경우가 많아졌다는 얘기다.
2007년 중국의 연간 대외 투자액은 전 세계 17위에 그쳤으나 2014년에는 미국과 홍콩에 이은 세계 3위로 급부상했다. 올해는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가능성이 높다고 닛케이는 예상했다.
중국에서 해외 기업 M&A가 가장 활발한 분야는 단연 제조업이다. 지난 2월 중국화공집단이 스위스 신젠타를 43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한 데 이어 하이얼그룹이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사업부를 매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닛케이는 선진국 기업이 가진 기술과 지적재산권을 노린 인수였다고 평가했다.
부동산 업체 다롄완다그룹이 미국 영화사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를 35억달러에 인수하는 등 소비재 관련 대형 M&A도 눈에 띈다. 골드만삭스 해외 M&A 책임자 제임스 델 파베로는 "중국 기업들은 경제 체질이 소비형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구매력이 뛰어난 중산층에 어필할 수 있는 해외 브랜드를 사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자본이 해외로 손길을 뻗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우선 산업의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는 시진핑(習近平) 정부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시진핑 정부는 해외 기업의 첨단 기술과 브랜드를 자국 산업 고도화와 연결 짓고, 산업 패러다임 전환을 꾀한다는 복안이다. 고부가가치 산업에 진출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주고, 저금리 대출은 물론 해외 진출을 적극 돕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다른 요인은 중국 내수 경기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의 실질 경제 성장률은 6.9%로 2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출입 경기 침체와 제조업의 과잉 생산 문제가 이어지고 있어 올해에도 중국 경제는 불확실성에 둘러싸여 있다고 닛케이는 진단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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