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북한이 제5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오전시간대 기습적으로 강행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이 오전 시간대로 선택한 것은 미국과 중국 등을 염두에 둔 속셈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다.
20일 군 관계자는 "제5차 핵실험 준비 징후가 속속 포착되고 있으며 예측하기 어려운 시점에 기습적으로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어 대북 집중감시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1차(2006년 10월 9일)와 2차(2009년 5월 25일), 3차(2013년 2월 12일), 4차(2016년 1월 6일) 때 모두 한국시각으로 오전 10∼12시 사이 핵실험을 했다. 지진파 기록으로 세부적인 시간대를 보면 1차 때는 한국시간으로 오전 10시 35분, 2차는 오전 9시 54분, 3차는 오전 11시 57분, 4차는 오전 10시 30분에 이뤄졌다.
핵실험은 지하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기상 등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아 특정한 시간대를 고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핵을 보유하려는 국가들의 핵실험은 대외에 과시하려는 의도가 더 강하기 때문에 적당한 시간대를 고르는 것이 효과를 극대화하는 한 방법이라는 분석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인공위성 발사에는 큰 영향을 미치는 시간과 기상조건 등이 핵실험에는 별다른 변수가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오전 시간대를 택해온 것은 일차적으로는 중국, 한 걸음 더 나아가 미국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미국에 자신들의 명확한 입장이나 주장을 전달하고자 할 때는 평양 시간으로 자정을 택하는 사례가 있다. 미국인들이 일과를 시작하는 시간대임을 염두에 둔 셈이다. 북한의 과거 핵실험 사실은 중국시각으로는 오전 9∼11시 사이에 중국에 속보로 타전됐는데, 이는 북한이 중국 당국에 강력한 메시지를 주기에 적절한 시간대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사례로 미뤄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한다면 또 비슷한 시간대를 택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편, 한미일 3국은 19일 서울에서 열린 외교차관 협의회에서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며 3국 차원의 공조를 재확인했다.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은 이날 오후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부장관, 사이키 아키타카(齊木昭隆)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3국 외교차관 협의회를 갖고 "북한의 추가 도발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비한 3국간 공조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이와 관련한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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