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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베스'의 목을 자른, 폴란스키감독의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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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에까지 등장한 사건…아내 샤론 테이트와 온가족 몰살 당한 직후 영화 제작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윌리엄 세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1616) 의 4대 비극으로 꼽히는 '맥베스(Macbeth)'는 역사적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다른 스토리와 차이점이 있다. 세익스피어 시대에서 약 550년쯤 전에 스코틀랜드에서 일어난 일을 문학적으로 승화시켰다.


역사 속의 맥베스는 이렇다. 1033년 그레이셔스 던컨(Gracious Duncan, 인자한 던컨이라 불린 왕이었으니 덕성과 인격이 뛰어난 군주였던 것 같다)이 왕위에 올랐을 때 맥베스의 마음 속엔 불만이 없지 않았다. 던컨은 승하한 전왕 말콤 2세의 외손자(딸의 아들)였는데 맥베스는 처가의 손자였다. 맥베스의 아내는 스코틀랜드 왕가 출신인 케네스4세의 손녀 거로크였다. 거로크는 말콤2세가 자신의 조부를 물리치고 왕을 차지한데 대한 복수심을 지니고 있었다.

'맥베스'의 목을 자른, 폴란스키감독의 분노 영화 '맥베스'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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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맥베스의 꿈에 몸집이 크고 아름다운 여인 셋이 나타나 예언을 했다. "맥베스, 크로마티의 성주이자 머레이의 성주, 그리고 스코틀랜드의 왕이시여." 맥베스는 꿈 속의 말에 반신반의했지만, 던컨 왕이 크로마티와 머레이의 성주 작위를 내리자 생각이 달라졌다. 이제 왕이 될 일만 남았다는 확신을 가지게 된 것이다. 1039년 맥베스는 엘진 부근의 보스고완이란 곳에서 던컨왕을 기습살해했다. 왕위에 오른 맥베스는 의지가 굳고 정의로우며 공평한 왕이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으나, '폭군'이라는 비난도 있었다. 맥베스가 사나워진 까닭은 자신이 죽인 던컨의 장남이었던 말콤이 잉글랜드 노섬벌랜드에 머물면서 찬탈당한 왕위를 탈환하기 위해 병력을 키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파이프의 성주였던 맥더프가 스코틀랜드에서 도주해 노섬벌랜드에 합류했다. 1054년 말콤의 군대가 맥베스의 스코틀랜드를 향해 공격해왔다. 맥베스는 던시네인 근방에서 참패했고 2년뒤인 1056년 럼페논에서 살해됐다. 말콤은 스코틀랜드의 말콤3세로 등극했다.

여기까지가 역사다. 1971년 로만 폴란스키 감독은 세익스피어 비극 '맥베스'를 영화로 만들었다. 영화는 희곡을 각본으로 삼았지만, 저 역사적 사실의 골격을 윤색없이 채택한다. 다만 맥베스의 절친이었던 벤코우는 창작된 캐릭터이며, 맥베스가 비록 왕이 되지만 이후 자손에게 왕위를 물려주지는 못하며 벤코우의 자식이 후대의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 또한 '가담항설'을 세익스피어가 빌어쓴 것으로 보인다. 예언이 반쯤 이뤄지면서 탐욕이 폭발하는 과정과 그 뒤에 점증하는 불안과 의심이 벤코우라는 존재로 인해 극적으로 돋을새겨진다.


인간의 과거는 더 이상 현재이지 않은 스토리다. 하지만 미래는 현재와 흥정하는 스토리다.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에 성급한 욕망이 동하여 왕을 죽인 맥베드의 말이 가슴을 친다.


Me thought I heard a voice cry, 'Sleep no more!'
Macbeth does murder sleep,' the innocent sleep,
Sleep that knits up the ravell'd sleave of care,
The death of each day's life, sore labor's bath,
Balm of hurt minds, great nature's second course,
Chief nourisher in life's feast.


잠은 끝났다!라고 외치는 목소리를 나는 들은 듯 하오.
맥베드는 잠을 죽였다, 깨끗한 잠을 죽였다.
헝클어진 번뇌의 실타래를 풀어 다시 짜주는 잠을.
매일의 생명의 죽음, 괴로운 노동을 씻는 목욕,
상처받은 마음에 바르는 연고, 위대한 자연의 두번째 코스,
생명의 향연에 최고의 자양분을 주는 것, 잠을 죽였다네.


'맥베스'의 목을 자른, 폴란스키감독의 분노 영화 ;맥베스'의 끔찍하고 인상적인 장면.



살인을 저지른 뒤, 죄악이 스스로의 잠을 살해했다는 저 가책. 그러나 저 말 뒤에도 맥베드는 뉘우치지 않고, 마녀의 예언을 찾아 최악의 독재자가 된다. 폭정에 충신들과 백성들은 떠나간다. 욕망을 향한 악행과 후환을 없애려는 악행이 에스컬레이터를 타면서 마침내 그는 총궐기한 복수의 칼을 받는다. 그의 목은 맥더프의 칼끝에 난간에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바닥을 향해 맥더프는 소리친다. 찬탈자의 머리가 어디에 있는지 보십시오. 긴 작대기에 꽂힌 맥베드의 목이 허공을 지나간다.


'맥베스'의 목을 자른, 폴란스키감독의 분노 로만 폴란스키 감독



로만 폴란스키 감독은 왜 저토록 신랄하게 맥베드를 처단했을까. 역사나 희곡보다 더 '사나운 방식'의 응징을 택한 것에는 이유가 있다.


1969년 8월9일 그는 광신적 히피 집단의 공격을 받아 아내를 잃는다. 요한계시록과 비틀즈의 음악을 결합한 희한한 사교(邪敎)를 만들어낸 찰스 맨슨(1934년생)은 신도들을 끌어모아 할리우드의 스타들을 없애는 특명을 내렸다. 맨슨 패밀리는 로만 폴란스키의 집을 습격했다. 마침 폴란스키는 영화 촬영 때문에 집을 비운 상태였는데, 아내이자 당시 저명한 배우인 샤론 테이트는 그 틈을 타 자신의 불륜남을 집으로 끌어들였다. 맨슨교의 광신도인 수잔 앳킨슨은 이 두 사람을 비롯해 집 안에 있던 5명을 '처단'했다. 폴란스키의 아내 샤론 테이트는 이들 앞에서 아이를 임신하고 있으니(임신 8개월이었다고 한다) 살려달라고 빌었으나 앳킨슨은 그녀의 불륜을 비난하며 살해한 뒤 시신의 옷을 벗겨 태아를 능욕하기까지 했다.


'맥베스'의 목을 자른, 폴란스키감독의 분노 배우 샤론 테이트



이런 충격을 겪은 뒤 1년여만에 내놓은 작품이 '맥베드'였다. 맥베드에 의해 온가족이 몰살당하는 맥더프의 경우, 폴란스키가 빙의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영화 속에서 맥더프는 폴란스키처럼 중얼거린다. "내 아내도 죽었구나. 내 아이들은 어디 갔느냐. 모두 죽은 거란 말이냐." 핏빛 가득한 장면들에 대해 평론가들의 혹평이 쏟아지자 폴란스키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들은 작년 8월의 내 집을 보지 못했다. 나야말로 유혈이 낭자하다는 말의 의미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맥베스의 목을 꽂아들고 가는 병사는, 복수로 들끓는 폴란스키의 심경이 만들어낸 장면이었을 것이다.


'맥베스'의 목을 자른, 폴란스키감독의 분노 옥중 결혼을 선언한 찰스 맨슨과 애프톤 엘레인 버튼.



한편 그의 아내를 죽인 맨슨은 체포되어 사형 언도를 받았으나 캘리포니아주의 법률에서 사형이 폐지되는 바람에 무기로 감형되어, 현재까지 감옥에 있다. 2014년 뜻밖의 뉴스가 옥중에서 흘러나왔다. 찰스 맨슨이 54세 연하인 애프톤 엘레인 버튼과 결혼을 한다는 소식이었다. 버튼은 26세로 맨슨의 무죄를 옹호하는 웹사이트를 운영했다. 이 소식을 들은 폴란스키 감독의 기분은 어땠을까. 한편 한국의 방송프로그램 '서프라이즈'는 그해 11월에 샤론 테이트 살해사건을 다루기도 했다.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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