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맥베스'의 목을 자른, 폴란스키감독의 분노

시계아이콘02분 40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서프라이즈'에까지 등장한 사건…아내 샤론 테이트와 온가족 몰살 당한 직후 영화 제작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윌리엄 세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1616) 의 4대 비극으로 꼽히는 '맥베스(Macbeth)'는 역사적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다른 스토리와 차이점이 있다. 세익스피어 시대에서 약 550년쯤 전에 스코틀랜드에서 일어난 일을 문학적으로 승화시켰다.


역사 속의 맥베스는 이렇다. 1033년 그레이셔스 던컨(Gracious Duncan, 인자한 던컨이라 불린 왕이었으니 덕성과 인격이 뛰어난 군주였던 것 같다)이 왕위에 올랐을 때 맥베스의 마음 속엔 불만이 없지 않았다. 던컨은 승하한 전왕 말콤 2세의 외손자(딸의 아들)였는데 맥베스는 처가의 손자였다. 맥베스의 아내는 스코틀랜드 왕가 출신인 케네스4세의 손녀 거로크였다. 거로크는 말콤2세가 자신의 조부를 물리치고 왕을 차지한데 대한 복수심을 지니고 있었다.

'맥베스'의 목을 자른, 폴란스키감독의 분노 영화 '맥베스'의 한 장면.
AD



어느 날 맥베스의 꿈에 몸집이 크고 아름다운 여인 셋이 나타나 예언을 했다. "맥베스, 크로마티의 성주이자 머레이의 성주, 그리고 스코틀랜드의 왕이시여." 맥베스는 꿈 속의 말에 반신반의했지만, 던컨 왕이 크로마티와 머레이의 성주 작위를 내리자 생각이 달라졌다. 이제 왕이 될 일만 남았다는 확신을 가지게 된 것이다. 1039년 맥베스는 엘진 부근의 보스고완이란 곳에서 던컨왕을 기습살해했다. 왕위에 오른 맥베스는 의지가 굳고 정의로우며 공평한 왕이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으나, '폭군'이라는 비난도 있었다. 맥베스가 사나워진 까닭은 자신이 죽인 던컨의 장남이었던 말콤이 잉글랜드 노섬벌랜드에 머물면서 찬탈당한 왕위를 탈환하기 위해 병력을 키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파이프의 성주였던 맥더프가 스코틀랜드에서 도주해 노섬벌랜드에 합류했다. 1054년 말콤의 군대가 맥베스의 스코틀랜드를 향해 공격해왔다. 맥베스는 던시네인 근방에서 참패했고 2년뒤인 1056년 럼페논에서 살해됐다. 말콤은 스코틀랜드의 말콤3세로 등극했다.

여기까지가 역사다. 1971년 로만 폴란스키 감독은 세익스피어 비극 '맥베스'를 영화로 만들었다. 영화는 희곡을 각본으로 삼았지만, 저 역사적 사실의 골격을 윤색없이 채택한다. 다만 맥베스의 절친이었던 벤코우는 창작된 캐릭터이며, 맥베스가 비록 왕이 되지만 이후 자손에게 왕위를 물려주지는 못하며 벤코우의 자식이 후대의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 또한 '가담항설'을 세익스피어가 빌어쓴 것으로 보인다. 예언이 반쯤 이뤄지면서 탐욕이 폭발하는 과정과 그 뒤에 점증하는 불안과 의심이 벤코우라는 존재로 인해 극적으로 돋을새겨진다.


인간의 과거는 더 이상 현재이지 않은 스토리다. 하지만 미래는 현재와 흥정하는 스토리다.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에 성급한 욕망이 동하여 왕을 죽인 맥베드의 말이 가슴을 친다.


Me thought I heard a voice cry, 'Sleep no more!'
Macbeth does murder sleep,' the innocent sleep,
Sleep that knits up the ravell'd sleave of care,
The death of each day's life, sore labor's bath,
Balm of hurt minds, great nature's second course,
Chief nourisher in life's feast.


잠은 끝났다!라고 외치는 목소리를 나는 들은 듯 하오.
맥베드는 잠을 죽였다, 깨끗한 잠을 죽였다.
헝클어진 번뇌의 실타래를 풀어 다시 짜주는 잠을.
매일의 생명의 죽음, 괴로운 노동을 씻는 목욕,
상처받은 마음에 바르는 연고, 위대한 자연의 두번째 코스,
생명의 향연에 최고의 자양분을 주는 것, 잠을 죽였다네.


'맥베스'의 목을 자른, 폴란스키감독의 분노 영화 ;맥베스'의 끔찍하고 인상적인 장면.



살인을 저지른 뒤, 죄악이 스스로의 잠을 살해했다는 저 가책. 그러나 저 말 뒤에도 맥베드는 뉘우치지 않고, 마녀의 예언을 찾아 최악의 독재자가 된다. 폭정에 충신들과 백성들은 떠나간다. 욕망을 향한 악행과 후환을 없애려는 악행이 에스컬레이터를 타면서 마침내 그는 총궐기한 복수의 칼을 받는다. 그의 목은 맥더프의 칼끝에 난간에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바닥을 향해 맥더프는 소리친다. 찬탈자의 머리가 어디에 있는지 보십시오. 긴 작대기에 꽂힌 맥베드의 목이 허공을 지나간다.


'맥베스'의 목을 자른, 폴란스키감독의 분노 로만 폴란스키 감독



로만 폴란스키 감독은 왜 저토록 신랄하게 맥베드를 처단했을까. 역사나 희곡보다 더 '사나운 방식'의 응징을 택한 것에는 이유가 있다.


1969년 8월9일 그는 광신적 히피 집단의 공격을 받아 아내를 잃는다. 요한계시록과 비틀즈의 음악을 결합한 희한한 사교(邪敎)를 만들어낸 찰스 맨슨(1934년생)은 신도들을 끌어모아 할리우드의 스타들을 없애는 특명을 내렸다. 맨슨 패밀리는 로만 폴란스키의 집을 습격했다. 마침 폴란스키는 영화 촬영 때문에 집을 비운 상태였는데, 아내이자 당시 저명한 배우인 샤론 테이트는 그 틈을 타 자신의 불륜남을 집으로 끌어들였다. 맨슨교의 광신도인 수잔 앳킨슨은 이 두 사람을 비롯해 집 안에 있던 5명을 '처단'했다. 폴란스키의 아내 샤론 테이트는 이들 앞에서 아이를 임신하고 있으니(임신 8개월이었다고 한다) 살려달라고 빌었으나 앳킨슨은 그녀의 불륜을 비난하며 살해한 뒤 시신의 옷을 벗겨 태아를 능욕하기까지 했다.


'맥베스'의 목을 자른, 폴란스키감독의 분노 배우 샤론 테이트



이런 충격을 겪은 뒤 1년여만에 내놓은 작품이 '맥베드'였다. 맥베드에 의해 온가족이 몰살당하는 맥더프의 경우, 폴란스키가 빙의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영화 속에서 맥더프는 폴란스키처럼 중얼거린다. "내 아내도 죽었구나. 내 아이들은 어디 갔느냐. 모두 죽은 거란 말이냐." 핏빛 가득한 장면들에 대해 평론가들의 혹평이 쏟아지자 폴란스키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들은 작년 8월의 내 집을 보지 못했다. 나야말로 유혈이 낭자하다는 말의 의미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맥베스의 목을 꽂아들고 가는 병사는, 복수로 들끓는 폴란스키의 심경이 만들어낸 장면이었을 것이다.


'맥베스'의 목을 자른, 폴란스키감독의 분노 옥중 결혼을 선언한 찰스 맨슨과 애프톤 엘레인 버튼.



한편 그의 아내를 죽인 맨슨은 체포되어 사형 언도를 받았으나 캘리포니아주의 법률에서 사형이 폐지되는 바람에 무기로 감형되어, 현재까지 감옥에 있다. 2014년 뜻밖의 뉴스가 옥중에서 흘러나왔다. 찰스 맨슨이 54세 연하인 애프톤 엘레인 버튼과 결혼을 한다는 소식이었다. 버튼은 26세로 맨슨의 무죄를 옹호하는 웹사이트를 운영했다. 이 소식을 들은 폴란스키 감독의 기분은 어땠을까. 한편 한국의 방송프로그램 '서프라이즈'는 그해 11월에 샤론 테이트 살해사건을 다루기도 했다.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1510:17
    "눈에 띄게 달라졌다" 36억 투입해 '자동화·자원화' 확 달라진 도축장⑤
    "눈에 띄게 달라졌다" 36억 투입해 '자동화·자원화' 확 달라진 도축장⑤

    정부가 추진해 온 자유무역협정(FTA) 국내보완대책이 도축·가공 현장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산·경남권의 핵심 거점인 부경양돈협동조합 통합부경축산물공판장과 대전·충남권의 대전충남양돈농협 산하 포크빌축산물공판장은 시설 현대화를 통해 생산성과 위생, 환경 성과를 동시에 끌어올리며 국내 축산물 경쟁력 강화의 실증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수입 축산물과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공판장의 역할이 단순

  • 25.12.1209:58
    '똥값의 역전'…70억 투입하자 악취 나던 분뇨가 돈이 됐다 ④
    '똥값의 역전'…70억 투입하자 악취 나던 분뇨가 돈이 됐다 ④

    정부가 추진해 온 자유무역협정(FTA) 국내보완대책이 제주 축산 현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제주 한라산바이오는 그 대표적인 사례로, 가축분뇨를 재생에너지와 비료로 전환하며 지역 축산업의 환경 기반을 바꾼 시설로 꼽힌다. 제주에서는 약 55만~60만마리의 돼지가 사육되며 하루 2500t 가까운 분뇨가 발생하는데, 한라산바이오는 이를 안정적으로 처리하고 자원화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분뇨가

  • 25.12.1108:51
    멀쩡한 사과 보더니 "이건 썩은 거예요" 장담…진짜 잘라보니 '휘둥그레' 비결은?③
    멀쩡한 사과 보더니 "이건 썩은 거예요" 장담…진짜 잘라보니 '휘둥그레' 비결은?③

    "자유무역협정(FTA) 국내 보완대책을 통해 설립된 '충주 거점 산지유통센터(APC)'는 단양과 제천, 음성, 괴산 등 충북 북부권에 위치한 농가 650곳에서 생산한 사과를 세척·선별·포장·출하하는 과실 전문 APC입니다. 생산단계부터 관리하고 사과 브랜드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또 저온저장고와 선별기 등을 통해 비용을 줄여 농가엔 더 큰 수익을, 소비자들에겐 품질 좋은 사과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 25.12.1010:18
    고품질 韓 조사료 키워 사료비·수입의존도↓ ②
    고품질 韓 조사료 키워 사료비·수입의존도↓ ②

    59개 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축산농가의 부담을 줄이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의 국내보완대책 가운데 하나가 '조사료생산기반확충 사업'이다. 조사료는 볏짚이나 목초 등 거친 섬유질 위주의 사료로, 이 사업을 통해 국산 조사료의 생산·유통·가공 기반을 갖춘 지역 단위 가공·유통센터가 확충되면서 국산 조사료 품질과 시장 신뢰도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북 김제에 위치한 전주김제

  • 25.12.0909:11
    "1인당 3500만원까지 받는다"…'직접 지원'한다는 FTA국내보완책①
    "1인당 3500만원까지 받는다"…'직접 지원'한다는 FTA국내보완책①

    올해 3분기 기준 한국은 22개의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통해 59개 국가와 FTA를 활용한 무역에 나서고 있다. 한국의 첫 FTA인 한-칠레 FTA가 발효된 2004년 4월 이후 약 21년 5개월 만의 성과다. 정부는 현재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85% 수준인 FTA 네트워크를 글로벌 1위인 90%까지 더 넓고 촘촘하게 확충할 방침이다. FTA 네트워크 확대에 따라 한국의 수출 시장이 넓어진 만큼 수출액도 2004년 2538억달러에서 2024년 6836

  • 25.12.0607:30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장례식이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당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매체 등에서 우크라이나 측 국제의용군에 참여한 한국인이 존재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2.0309:48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조응천 전 국회의원(12월 1일) 소종섭 : 오늘은 조응천 전 국회의원 모시고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솔직 토크 진행하겠습니다. 조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조응천 : 지금 기득권 양당들이 매일매일 벌이는 저 기행들을 보면 무척 힘들어요. 지켜보는 것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