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동갑 여친 망치 살해 30대 무기징역

[아시아경제 이민우 수습기자] 띠동갑 여자친구와 그 룸메이트를 수차례 망치로 내리쳐 잔혹하게 살해한 30대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재판장 유남근)는 고등학생 여자친구 A양과 그 룸메이트 B양(사망 당시 19세)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기소된 이모(32)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씨는 계획적인 범행을 저지른 뒤 피해자 유족에게도 결심 공판에 이르러서야 사죄하는 등 반성의 기미가 없다”면서 “무기한 사회에서 격리해 평생 유족들에게 사죄하고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청각장애를 앓는 A양의 유족은 12일 법정에서 재판장이 주문을 낭독하자 소리없이 오열했다.

이씨는 지난해 11월 11일 여자친구 A양으로부터 문자메시지로 이별을 통보받았다. 평소에도 자주 A양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느끼던 그는 만남을 되돌리려 찾아간 A양의 자취방 앞에서 면박을 당하고 쫓겨나자 살인을 결심했다고 한다.

채팅 애플리케이션으로 알게 된 이들은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해 왔고, 그날도 결국 오후 늦게 다시 만나 A양의 자취방에서 함께 배달음식을 시켜먹고 TV를 보는 등 여느 때와 같은 시간을 보냈다. 다만 이씨는 평소와 달랐다. 그는 망치, 식칼에 여벌 옷까지 ‘살인’을 위한 준비물을 챙겨간 채였다.

A양, B양과 함께 잠든 그날 새벽. 동틀 무렵 한기를 느껴 이불을 챙기는 이씨에게 A양이 이불을 뺏으며 ‘아침에 엄마가 올지 모르니 나가라’고 한 게 비극을 불렀다. 이씨는 자신이 무시당한다는 생각에 결국 준비해 간 망치로 수차례 머리를 내리쳐 A양을 살해했다. 이를 지켜보며 비명을 지르던 B양도 망치를 피해가지 못했다.

두 청춘이 주검으로 변한 날 밤 이씨는 술을 마신 뒤 성매매업소를 찾았다고 한다. 그는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뒤 특정한 직업 없이 성매매업소 홍보 대가로 수수료를 받아 생활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재판과정에서 충동조절장애가 있다거나 경제적으로 곤궁해 유족에 대한 보상이 어렵다는 등 갖은 이유로 선처를 호소했지만 재판부는 이유 없다고 봤다.

이민우 수습기자 letzwi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