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을 비통하게 만들었던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로 우리 정부정책의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는 '안전'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는 여전히 많이 발생하고 있다. 2016년 초에만 강릉 철도교 합성형 강아치거더 붕괴,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 신축공사장 데크플레이트 붕괴 등 부적절한 공사운영 및 관리감독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했다. 경의선 복선전철 공사장 지반침하 사고, 용산역 앞 지반침하 사고 등 최근 도심지에서는 지반침하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또한 완공된 시설물에 대한 의식도 전환되고 있다. 기존에는 안전확보가 주목적이었다면 이제는 시대적 요구의 변화로 사용성ㆍ내구성을 포함한 평가ㆍ관리체계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건설공사 안전관리는 대부분 시공단계에 맞춰져 있다. 그런데 사고발생 원인을 분석해 보면 실제 발생한 사고의 70%가 기획ㆍ설계ㆍ관리상 결함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여전히 우리나라의 안전의식이나 관리체계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도심지에서 발생한 지반침하는 주로 화강암으로 구성되어 있는 우리나라 지반 특성으로 볼 때 상하수도 관로, 지하철 공사, 굴착공사 등 인위적 요소가 요인이다.
우리나라 시설물은 1970∼80년대 집중 건설됐다. 이로인해 사회간접시설(SOC)을 포함한 1ㆍ2종 전체시설물 중 사용연수 30년 이상 비율이 오는 2030년에는 36.9%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만 해도 3.2%에 불과했지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시설물에 대한 자연 감가상각이 연 5%정도 진행된다고 볼 때, 시설물의 노후화는 제때 대응하지 않으면 수천조원의 경제가치로 추정되는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국가로서는 1ㆍ2종 시설물과 산업단지, 소규모 시설물을 대체할 건설비용을 대야 하고 국민으로서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이제는 안전사고 예방과 더불어 시설물을 국가의 중요한 자산이자 효율적인 관리대상으로 인식해야 한다. 또 성능예측을 통해 최적의 유지보수 시기를 결정하는 예방적 안전관리체계로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한 시기다.
다행히 정부의 안전관리 산업육성을 위한 제도적 기반은 서서히 갖춰가고 있다.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은 시설물 안전관리 일원화에 따른 3종 시설물의 편입, 사용성과 내구성을 기반한 성능중심 유지관리 체계 도입의 기초를 마련 중이다. 건설기술진흥법 일부 개정으로 설계 안전성 검토 및 공사현장 안전관리계획서 이행확인 등 전체 건설단계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은 도심지 지반함몰에 대한 공공 안전확보를 목적으로 현재 하위법령이 추진되고 있다.
이제 '대응형 안전관리체계'에서 '예방적 안전관리체계'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사후 대응이 아닌 건설공사 단계의 상시점검 및 기존 시설물의 성능예측을 통한 유지관리 등 생애주기 예방형 안전관리로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올해는 한국형 안전관리체계가 정립된 지 21년이 되는 해이다. 그 동안의 노력으로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는 1ㆍ2종 시설물에서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법 환경 변화로 건설공사 설계 안전성 검토 및 상시 안전점검 실시, 소규모 시설물의 안전관리 확대, 기존 시설물의 성능중심 유지관리체계 전환, 지하공간에 대한 공공의 안전확보가 요구되고 있는 이때가 국가 주요자산이자 국민생활과 밀접한 시설물에 대한 안전관리체계를 예방형으로 보완하고 개선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지난 시간이 시설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력 향상과 유지관리체계 정착을 위한 단계였다면, 이제는 각 건설 산업계가 예방형 안전관리체계로의 전환에 대응할 수 있도록 인식을 바꾸고 적극적인 연구개발에 나서야 한다.
강영종 한국시설안전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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