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5년 마스터스 첫 도전서 알바트로스 터뜨리며 정상에 올라 마침표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오룡(五龍)'.
지구촌 골프역사상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라는 위업을 달성한 딱 5명의 선수가 있다. 진 사라센과 벤 호건(이상 미국), 개리 플레이어(남아공), 잭 니클라우스, 타이거 우즈(이상 미국)다. 로리 매킬로리(북아일랜드)가 11일 마스터스 우승이라는 마지막 퍼즐을 맞추지 못해 여섯번째 대기록 작성에 실패하면서 그 가치가 더욱 높이 평가되고 있는 시점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아시아경제신문에서 매주 화요일 '골프전설'의 발자취를 짚어본다.
사라센이 바로 세계 최초의 '커리어 그랜드슬래머'다. 1922년 US오픈과 PGA챔피언십에서 '메이저 2연승'을 일궈낸데 이어 1932년 디오픈, 1935년 마스터스에서 마침내 4대 메이저를 제패해 새 역사를 창조했다. 한 시즌에 4대 메이저를 모두 싹쓸이하는 '그랜드슬램'이 여전히 전인미답의 땅으로 남아 있다는 점에서 그 업적이 얼마나 위대한 지 쉽게 알 수 있다.
기록상으로는 물론 '구성(球聖)' 보비 존스(미국)가 유일무이한 '그랜드슬래머'다. 1930년 당시 4대 메이저로 꼽는 2개의 프로대회(US오픈과 디오픈)와 2개의 아마추어대회(US아마추어와 브리티시아마추어)를 섭렵했다. 하지만 현대적인 의미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존스가 마스터스를 창설한 게 1934년이다.
사라센은 특히 마스터스 첫 도전에서 정상에 올랐다. 그것도 최종 4라운드 선두 크레이그 우드(미국)에게 3타 차 뒤진 15번홀(파5)에서 4번 우드 샷으로 알바트로스라는 진기록을 터뜨렸다. 순식간에 동타를 만들었고, 다음날 36홀 연장혈투 끝에 기어코 우승을 차지했다. 마스터스 역사상 81년이 지난 지금까지 최고의 명승부로 꼽히고 있다. 불과 32세의 나이였다.
1902년 미국 뉴욕주 해리슨에서 가난한 이탈리아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난 사라센은 집 근처 골프장에서 캐디를 하면서 골프와 인연을 맺었다. 목수와 캐디를 하는 등 어렵게 골프를 연마한 끝에 20살이 되던 1922년 US오픈에서 존스를 1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라 단숨에 월드스타로 도약했다. 그 해 PGA챔피언십에서는 메이저 2연승을, 이듬해 1923년에는 PGA챔피언십 2연패라는 진기록을 곁들였다.
사라센이 샌드웨지를 발명한 주인공이라는 게 놀랍다. 1931년이다. 이전에는 지거(양쪽에 타구 면이 있는 특수한 아이언)라는 피칭웨지만 있었다. 억만장자인 하워드 휴즈와 함께 비행기를 탔을 때 바퀴로 달리다가 양력을 얻어 날게 되는 원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피칭웨지의 바닥 부분에 금속을 대고 납땜을 해서 웨지가 모래를 쉽게 치고 나가는 샌드웨지를 만들었다. 1932년 디오픈에서 우승했지만 처음에는 규칙에 위반될까봐 몰래 숨겼다.
메이저 7승을 포함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통산 38승을 수확해 1974년 골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고, 은퇴 후에는 코스 설계에 매진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1999년 4월 마스터스에서 샘 스니드, 바이런 넬슨 등과 함께 시구한 게 마지막 공식석상의 모습이다. 5월 97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사라센은 평소 "굿샷을 날리는 일은 아주 쉽다"며 "기초가 튼튼하면 늙어서도 가능한 일"이라며 기본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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