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 일본 대표 편의점 체인 세븐일레븐의 모회사인 세븐앤드아이홀딩스의 창업주 스즈키 도시후미(鈴木敏文·83) 회장이 7일 사임 의사를 밝혔다. 주주와 사외이사의 반발이 원인이 됐다는 점에서 일본 재계는 상당한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이날 오전 열린 이사회에서 스즈키 회장은 자신이 주도한 그룹의 인사안이 부결되자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스즈키 회장이 이날 이사회에서 안건으로 올린 이사카 류이치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 교체는 과반수 찬성을 얻는 데 실패했다.
세븐앤드아이홀딩스 주식 취득 후 스즈키 회장이 추진하던 기업 지배구조를 비난했던 행동주의 투자펀드 서드포인트의 대니얼 로브 최고경영자(CEO)는 이사회의 결정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로브 CEO는 성명을 통해 "투자자들의 이익에 기반한 이사회의 이 같은 결정을 환영한다"고 언급했다.
로브 CEO는 지난달 스즈키 회장이 아들 스즈키 야스히로를 차기 회장으로 세우려는 데 반대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로브 CEO는 "세븐앤드아이홀딩스는 왕가(家)가 아니라 기업이다"며 "(세븐앤드아이홀딩스의 호실적에 따라) 이사카 사장은 강등 조치가 아닌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1963년 세븐앤아이홀딩스의 전신인 이토요카도에 입사한 스즈키 회장은 입사한 지 10년째 되는 해 일본 사회에서 전무했던 편의점을 도입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세븐일레븐은 1974년 일본에서 처음으로 매장을 연 지 6년 만에 1000개점을 돌파했고 현재 1만8000여개로 늘었다. 1991년에는 스즈키 회장이 세븐일레븐의 원래 모회사인 사우스랜드를 인수해 일본 브랜드로 완전히 탈바꿈시켰다. 1년 뒤인 1992년 이토 전 회장이 자신의 장남인 이토 야스히사가 아닌 스즈키 회장에게 후임 자리를 물려준 후 20년이 넘는 동안 스즈키 시대가 이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즈키 회장과 로브 CEO 간 갈등이 최근 일본 기업 지배구조에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키라 기요 도쿄증권거래소 CEO는 "이번 일은 기업의 의사 결정에 외부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단적인 예"라며 "일본에서 지배구조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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