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지난 2월 국제축구연맹(FIFA) 수장 자리에 오른 지아니 인판티노 회장(46·사진)이 세계 최대 조세회피 자료 '파나마 페이퍼스'의 역풍을 맞게 됐다.
후안 페드로 다미아니 FIFA 윤리위원을 포함해 여러 명의 FIFA 주요 인사들이 파나마 페이퍼에 등장한 상황에서 인판티노 신임 회장이 비리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제 축구계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5일(현지시간) BBC 방송 등 외신들에 따르면 유럽축구연맹(UEFA)은 인판티노 회장이 사무총장과 이사로 있던 지난 2006~2009년까지 '크로스 트레이딩'이라고 불리는 아르헨티나 회사에 유럽 챔피언스 리그를 포함한 주요 경기의 TV 중계권을 판매했다. 이 시기에 인판티노 회장은 관련 계약 문서에 직접 서명을 했다.
크로스 트레이딩은 대표적 조세회피처인 남태평양 섬나라 니우에 본사를 두고 있는 유령회사로 파나마 페이퍼에 거론된 후안 페드로 다미아니 FIFA 윤리위원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업체다.
이 회사는 UEFA로부터 사들인 TV중계권을 매입가의 3~4배로 불려 '텔레아마조나스' 라는 또 다른 회사에 판매했다. 텔레아마조나스는 미국 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는 에우헤니오 피게레도 FIFA 전 부회장에게 뇌물을 준 것으로 드러난 아르헨티나 '풀 플레이'의 자회사다. 풀 플레이와 크로스 트레이딩은 모두 아르헨티나 부자(父子) 기업인들인 휴고 젠키스·마리아노 젠키스가 소유하고 있으며 현재 이들은 체포돼 아르헨티나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UEFA가 중계권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실제 불법적인 행위가 있었는지, 인판티노 회장이 직접 뇌물을 수수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비리의 온상'으로 비판받아온 FIFA의 이미지 쇄신에 나선 인판티노 회장이 취임 한 달 만에 전 세계에 큰 파장을 불러 오고 있는 파나마 페이퍼에서 언급된 축구계 비리와 연관됐다는 것은 좋지 않은 소식이다.
인판티노 회장은 공식 성명을 통해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UEFA 차원에서 철저하게 검토한 후 진행했던 계약들로 어떤 불법행위도 없었다"면서 "크로스 트레이딩 등 관련 업체들과 개인적인 관계를 맺은 사실도 없다"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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