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 북부 그리스 이도메니와 마케도니아와의 국경 지대에서 27일(현지시간) 난민들이 집단적으로 국경 울타리를 넘으려하는 소동이 일어났다고 AP 등 외신이 보도했다.
이날 전 세계 언론인과 적십자(Red Cross)가 난민들을 마케도니아 입국시켜준다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아침부터 남녀 노소 300여명이 선로와 국경 울타리를 따라 집결하기 시작했다.
한 젊은 시리아 난민은 "적십자와 세계 각지에서 모인 기자 500명이 우리들과 행동을 같이해준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리스 경찰이 감시하는 가운데 시위는 대체로 평화롭게 진행됐다. 300여명의 난민들이 이동에 대비해 천막을 철거한 후 하얀 손수건을 흔들며 행진했다. 난민들은 노래하고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아기를 안은 사람도 여러 명이었다. 장애가 있는 노인 난민들이 휠체어를 타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보였다.
한 난민은 "비폭력! 우리는 단지 국경을 넘길 원한다"고 말했고, 또 다른 난민은 "이동의 자유는 모든 이의 권리"라고 외쳤다.
일부 난민들이 가로막는 기동대 원의 열에 돌진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다른 난민들이 손을 잡고 '인간 사슬'을 만들어 제지했다.
지난 8일 발칸 반도의 국경이 봉쇄됨에 따라 그리스에서 유럽연합(EU) 역내에 진입할 수 있는 주요 루트가 끊겼다. 발칸 루트는 마케도니아에서 시작해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를 거쳐 오스트리아로 이어진다. 이 발칸 루트를 구성하는 4개 국가가 국경을 막으면서 난민 유입 통로가 완전히 끊겼다.
이후 그리스 당국은 이도메니의 열악한 환경에서 야영하고 있던 약 1만1500명 이민·난민을 다른 시설로 이송하기 시작했다.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