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수 오비맥주 마케팅팀 과장
[아시아경제 이주현 기자]지난 1월 중순부터 서울과 부산 도심 일대에서 '진수씨 맥주 사주세요'라는 광고가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19세 이상만 연락하라고 전해라'라는 문구만 있을 뿐 브랜드와 관련된 정보는 전혀 찾아볼 수 없어 보는 이들의 궁금증을 유발한 것.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이 메시지의 주인공은 오비맥주 마케팅팀에서 카스 브랜드를 담당하는 오진수 과장이다.
오 과장은 "'편하게 맥주 한 잔 사달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에게나 한 명쯤은 있지 않을까'하는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된 아이디어"라며 "카스의 청춘 응원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도전 자체를 응원해줄 대표성을 가진 인물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또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이름을 찾다 보니 가장 평범한 제 이름이 캠페인에 등장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광고의 인기를 방증하듯 '진수씨 맥주 사주세요' 캠페인의 공식페이스북 계정 이외에 유사 계정이 두 개나 더 생겨났고 사장님 이름이 '진수'인 회사들은 업체 홍보에 이 광고를 활용하기도 했다.
최근 던킨도너츠는 카스의 광고를 패러디해 '진수씨, 도넛도사주세요' 포스터를 자사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또한 던킨도너츠는 주류제품의 특성상 '19세 이상만 연락하라고 전해라'라고 쓰여있던 기존 카스 광고의 문구를 '우리는 아무나 연락해도 된다고 전해라'로 바꿔 웃음을 자아냈다.
게다가 실제 진수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맥주 사달라는 소리 좀 그만하라'며 관련 에피소드를 확대, 재생산해 광고는 더 빨리 입소문을 타고 퍼졌다.
오 과장은 "진수씨들이 광고 이후 '일주일에 5일째 술을 사고 있다' '지원이나 보상을 해줘야 되지 않겠냐' '좋기는 한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맥주를 사달라고 해 힘들다' 등 긍정적인 고객 불만 사항이 접수되고 있다"며 "나 역시 광고가 진행된 후 여기저기서 '너가 맞냐'는 질문을 받으며 술을 많이 샀다"고 말했다.
오 과장이 속해 있는 오비맥주 마케팅팀에서 진행하는 '카스 청춘 응원 진수씨 맥주 사주세요' 캠페인은 '아프니까 청춘이다', '우리 때는 더 힘들었다'며 막연하게 더 많은 노력만을 주문하는 무책임한 낙관을 바라는 기성세대와 달리, 움츠려있는 청춘들에게 '성패에 연연하지 않는 도전 자체'를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오 과장은 "N포세대, 금수저(수저론), 헬조선 등이 대학생과 구직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 신조어로 꼽힐 만큼 힘든 현실 속에서 청년들이 자포자기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해당 캠페인을 통해 성공여부를 떠나 작은 것이라도 도전했다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연초부터 시작된 이 캠페인은 젊음의 대표 맥주 카스가 각박한 현실을 살고 있는 고단한 청춘들을 응원하기 위해 기획됐으며 31일 '진수파티' 프로모션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주현 기자 jhjh1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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