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관장 "한국미술 차별화, 연구·출판 강화할 것"

취임 3달 맞은 마리 관장 "큐레이터 역량 전문화 위한 인적자원 재편"
"미인도, 개인적으로는 공개하고 싶지만 유족이 비공개 요청·무언가 결정할 때 아니다"

18일 오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미술관 목표와 4대과제를 발표 중인 마리 관장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취임한 지 석 달을 맞은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이 미술관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한국미술을 차별화하는 연구, 출판 역량을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인적자원 재편을 통한 큐레이터들의 역량 전문화, 출판 및 아카이브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마리 관장은 18일 오전 10시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언론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직접 프리젠테이션에 나선 마리 관장은 앞으로 미술관의 목표를 '세계적 수준의 미술관', '한국미술 시스템 세계화', '한국 동시대 문화를 위한 중심기관'으로 삼고 4대 중점과제를 발표했다.

4대 과제는 ▲공공 프로그램-연구를 통한 국내외 학술 연구 및 연계 확대 ▲출판 기능 강화를 통한 한국 근현대미술관련 국·영문 서적 국내외 보급 ▲커뮤니케이션, 사업개발 체계화 및 4관 체재의 정체성 지지·개발 ▲고객관계관리 강화 및 소장품 고화질 디지털화 등 대국민 서비스 개선을 꼽았다.

마리 관장은 "스토리텔링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한국미술이 세계 미술과 어떻게 다른지 초점에 맞추려한다. 이는 개별작가들이 아닌 여러 플레이어들과 협력을 통해서 가능하다"라며 "예를 들면 '아시아 아방가르드' 공동 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국립현대미술관에 오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아방가르드'라는 단어는 유럽이나 미국적인 개념인데 어떻게 아시아 배경에서 현실화될 수 있을지 풀어낼 어휘가 재정립돼야 한다. 아시아 문법에서 다른 국가의 미술과 비교해보면서 다양한 면모를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마리 관장은 또한 국립현대미술관만의 독자적 연구 프로그램을 위해 미국 뉴욕 휘트니뮤지엄의 사례를 꼽았다. 20여년 동안 세계에 작가들을 소개한 예로, 국제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연구방식이다.

마리 관장은 "취임 이후 미술관 현안들을 파악하고,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 고민해 왔다. 전시와 내부 프로젝트 계획은 오는 6월까지는 내부적으로 확정지을 계획"이라고 했다. 인적자원 재편에 대해, 그는 "단지 부서를 이동하는 차원이 아니라 우리 큐레이터들이 연구와 전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이라며 "물론 미술관의 법인화 이슈가 있다. 시기가 언제일지는 미술관이 소속된 부처(문화체육관광부)에서 결정할 것이다. 인적재편의 첫 단계는 직원 재능을 파악하고 외부 영입도 고려해 우리의 목표와 비교하는 것"이라고 했다.

출판 지원 사업 강화를 위해 앞으로 미술관은 출판물의 조율과 감독 기능을 강화할 방침이다. 미술관 간행물의 국내외 보급을 추진하고, 미술관 홈페이지도 개선된다. 중요도가 높은 한국 미술비평 서적과 한국 근대미술관련 우수 논문도 국·영문 서적으로 발간하며, 홈페이지를 기반으로 한국현대미술에 관한 구술 자료집 아카이브를 구축할 계획이다.

4개관(과천, 서울, 덕수궁, 청주)으로 이뤄진 미술관 체제의 고유한 정체성을 지지하면서도 기관 소통도 보다 체계화될 전망이다. 기금모금, 관객 서비스, 마케팅, 후원 등 사업개발 분야의 활동도 강화하기 위해 국립현대미술관진흥재단의 역할도 키울 예정이다. 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한 대국민 서비스 확대를 위해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기로 했다.

한편 고(故) 천경자 화백의 위작시비와 관련, 마리 관장은 "미술관에 소장된 작품을 직접 봤다. 작은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는 공개하고 싶지만 유족들로부터 서면으로 비공개 요청을 받아 조심스럽다. 이 논란을 빨리 해결하고 싶지만 아직 어떤 결정을 지지할 이유가 불충분해 당장 확정지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