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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AI, 커넥톰(Connectome)을 만나다

시계아이콘02분 31초 소요

윤리, 제도적 논의 함께 진행해야

[과학을 읽다]AI, 커넥톰(Connectome)을 만나다 [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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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이 끝났습니다. 이번 대국을 통해 인류는 색다른 경험을 했습니다. '사람 vs 사람'이 아닌 '사람 vs 인공지능'의 대결. 이것 하나만으로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AI(Aartificial Intelligence)가 어디까지 발전할 지 두려움과 기대감이 교차하는 시기에 인류는 서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오래전부터 탄생했습니다. 이는 인간의 과학적 발전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인류는 그동안 거시와 미시를 아우르는 과학적 발전을 이룩해 왔습니다. 우선 숫자부터 한 번 볼까요. 여러분들은 수의 개념을 어디까지 인식하고 있는지요.


확대되는 숫자 개념부터 알아볼까요. 미터를 기본으로 하죠. 10의1승 미터는 10m입니다. 10의3승은 1킬로미터, 10의6승은 메가미터, 10의9승은 기가미터, 10의12승은 테라미터, 10의15승은 페타미터, 10의18승은 엑사미터라고 부릅니다. 이쯤 되면 숫자는 숫자에 불과할 뿐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10의9승인 기가미터는 100만㎞에 이르죠. 지구와 달의 거리인 38만㎞의 2.6배 정도 됩니다. 그렇다면 테라미터는 어느 정도의 거리일까요. 테라미터는 10억㎞입니다. 지구와 태양의 거리가 1억5000만㎞이니 이 거리보다 6.6배 먼 거리입니다.


이제 거꾸로 -3승만큼 작아지도록 해보죠. 10의-3승은 밀리미터입니다. 10의-6승은 마이크로미터, 10의-9승은 나노미터, 10의-12승은 피코미터, 10의-15승은 펨토미터, 10의-18승은 아토미터라고 부릅니다. 이 또한 피부로 와 닿지 않습니다.


10의-9승인 나노미터는 10억분의1m를 말합니다. 어느 정도의 작은 크기일까요. 인간의 머리카락은 보통 100마이크로미터 정도됩니다. 이 머리카락을 10만분의1로 쪼갠 그야말로 원자수준의 크기라고 보면 됩니다.


동양의 숫자 개념으로 넘어가면 재미있는 부분을 발견하게 됩니다. 10의12승을 1조라고 부릅니다. 10의64승에 이르면 부르면 이름이 특이합니다. 동양에서는 10의64승을 '불가사의(不可思議)'라고 부릅니다. 얼마나 큰 숫자인지 가늠이 되고도 남습니다. 보통 사람의 생각으로는 도저히 미루어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숫자라는 것이죠.

큰 그림을 보고 그 속에 숨어있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분자와 원자까지도 인류는 볼 수 있는 과학적 환경을 갖췄습니다. 인간은 유전자를 분석해 유전자를 모두 분석한 게놈(Genome) 지도를 완성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같은 게놈에 비교해 뇌연구에서도 뇌지도를 완성하겠다는 과학자들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커넥톰(Connectome)'입니다. 커넥톰은 뇌 속에 있는 신경 세포들의 연결과 연결고리를 종합적으로 표현한 뇌지도를 말합니다. 게놈과 달리 커넥톰을 완성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뇌 세포는 그 변화가 그야말로 '불가사의'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뇌 과학자들은 이 같은 지도를 하나씩 완성해 가고 있습니다. 이를 응용한 것이 바로 인공지능입니다.


알파고의 기본 개념은 'Neuron Inspired Technology(뉴런에서 영감을 받은 기술)'입니다. 인간 뇌세포의 기능을 인공적으로 구현한 것이죠. 그렇다면 커넥톰이 하나씩 완성될 때마다 이를 인공지능에 응용하면 알파고보다 훨씬 뛰어난 인공지능이 탄생할 수 있는 셈이죠.


전문가들도 이 같은 흐름에 의견을 같이 합니다. 정두석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는 "알파고의 인공지능에 놀랐다"며 "인공지능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이고 앞으로 파급효과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 박사는 그럼에도 "두려움을 느낄 필요까지는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알파고가 기초학습을 통해 이른바 스스로 학습하는 강화학습까지 가능한데 인간의 뇌를 따라오기에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는 것입니다.


정 박사는 "알파고는 바둑에 국한해서 게임을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라며 "이는 얼마나 많은 빅 데이터를 알파고가 습득했느냐에 달려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인간의 뇌는 이와 다르다는 것이죠. 정 박사는 "인간의 뇌는 시간과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바뀌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며 "인공지능이 이를 따라오기는 아직 멀었다"고 분석했습니다.


과학자들은 알파고의 인공지능이 'Neuron Inspired Technology'라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이를 두고 '커넥톰 시대'에 본격 진입했다고 표현했습니다.


김진섭 한국뇌연구원 박사는 "알파고가 이세돌과 대국을 통해 인공지능의 발전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분명한 것은 인공 지능기술은 앞으로 더 발전할 것이란 사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로봇공학자인 한스 모바벡은 2050년이 되면 ''로보 사피엔스(Robo Sapiens)'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습니다.


김 박사는 "뇌과학자들이 커넥톰에 대한 연구를 입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커넥톰이 하나씩 완성되면서 이를 인공지능에 응용하면 알파고와 차원이 다른 인공지능이 탄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김 박사는 "뇌연구는 약 100년 정도 됐는데 이전 90년 동안 이룬 성과보다 최근 10년에 이룬 결과물이 더 뛰어나다"며 "뇌연구는 갈수록 속도를 낼 것이고 그에 따라 인공지능의 기술발전도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번 대국을 끝내고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CEO는 "이번 대국에 전 세계적으로 1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다"며 "인공지능 기술은 아직 발전할 여지가 많으며 바람직하게 개발하고 구축해 올바르게 사용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부분입니다.


'올바르게 사용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은 인공지능이 나쁘게 사용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구글의 회사 철학인 'Don't Be Evil(악마가 되지 말자)'에 있습니다. 이 또한 풍겨 오는 뉘앙스가 묘합니다. '악마가 되지 말자'라는 의미에는 '악마'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것이죠.


인공지능이 몰고 올 파급효과는 물론 윤리, 제도적 문제 또한 함께 '커넥톰'되는 곳으로 논의를 이어가야 할 시점에 인류는 서 있습니다. 올바르게 사용하고 악마가 되지 않기 위해서 말이죠.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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