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구+완구'…변수 넘을 한 수(手)는?
[공주·청양(충남)=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인물을 중시하는 충청도 유권자에게 '성실·근면·정직'으로 승부하겠다. 다선 정치인을 계속 배출했지만 그렇다고 지역이 발전했나? 공주·부여·청양에는 나처럼 '펄펄 뛰는 새 피'가 필요하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역문제 해결은 '4선 여당 중진'이라야만 할 수 있다. 야당은 문제해결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내가 우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정진석 새누리당 예비후보)
오는 4·13 총선에서 충남 공주·부여·청양 지역은 충청도 최대 관심 지역구다. 과거 각각의 지역구였다가 이번 선거구 재획정 결과 한 지역구로 합쳐지면서 충청의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특히 부여·청양의 현역 의원인 이완구 전 총리가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불출마 선언'을 해 예상치 못한 변수에 따른 표심 향배에 관심이 쏠린다.
◆박수현 더민주 의원 "성실함·정성으로 승부"=기자가 방문한 11일 박 의원은 공주에서 열린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마치자마자 급히 청양으로 향했다. 지역구가 몇 배로 넓어진 탓에 그는 하루에도 몇 번씩 세 지역을 오가며 '밑바닥 유세'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이동하는 차량 안에서 박 의원은 "앞으로는 공주 2일, 부여 2일, 청양 3일로 나눠 출퇴근할 예정"이라며 "선거구 획정이 늦어져 시간이 부족하지만 '인간 박수현'으로 평가받고 싶다"고 의지를 밝혔다.
19대 국회에 첫 입성해 당 대변인·원내 대변인·당 대표 비서실장 등 가장 바쁜 당직을 두루 맡아온 박 의원은 4년 내내 자신의 지역구인 공주로 '고속버스 출퇴근'을 하는 등 특유의 성실함으로 당과 지역구에서 정평이 나 있다. 그러나 부여·청양에서의 인지도는 다소 부족하다. 청양 대치면사무소에서 만난 한 여성 유권자(40대·금융업)는 "공주에서 (국회의원이) 잘 한다는 소문을 들었다"면서도 "아직은 처음 봐서 낯설다"고 반신반의하는 모습이었다. 시내의 한 식당에서 만난 70대 유권자도 "'1등 국회의원'이라고 평판은 좋다"면서도 "부여청양에서 어떻게 뛰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부여·청양의 유권자를 향해 "공주 시민이 믿고 쓴 사람이니 한번 써 보시라"며 "(이 전 총리의 불출마로 인한) 부여·청양의 상실감을 꼭 채워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경쟁 상대인 정 예비후보의 '여당 중진론' 주장에 대해서는 "그 논리가 통하지 않는 곳이 바로 이 곳"이라며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이자 흘러간 옛 노래"라고 비판했다. 이어 "여당 중진이 전화 한 통 한다고 해서 지역이 발전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이제는 국회의원도 발로 뛰는 시대이고, 그게 바로 '초선의 박수현'이 쌓아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박 의원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총출동해 힘을 실었다. 김 대표는 "지난 4년 동안 부여·청양을 대변하는 사람이 제대로 없었다"며 "충청권에 훌륭한 인물을 길러보자는 의미에서 박 의원을 지지해 달라"며 "고 호소했다.
◆'4선 도전' 정진석 새누리당 예비후보 "여당 의원 힘 필요"=이에 맞서는 정진석 새누리당 예비후보는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중앙정치에서 마침표를 찍을 수밖에 없다"며 '여당 중진론'을 내세웠다. 새누리당에서는 정 예비후보를 비롯해 여성인 홍표근, 40대의 정연상 예비후보가 경선을 앞두고 있다.
4선에 도전하는 정 예비후보는 12일 "사람들은 나더러 '금수저'라지만 3선 의원에 청와대 정무수석, 국회 사무총장 등 나름대로의 치열한 정치 경력이 있다"며 "중앙에서 힘쓸 수 있는 여당의 중진 의원을 뽑아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공주 KTX역사 유치와 유네스코세계유산등재 추진을 처음으로 제안한 사람이 나"라며 "지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해 결자해지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정 예비후보는 과거 공주에서 재선 의원을 지냈고 그의 장인인 고(故) 이종성 충남방적 회장도 청양에서 11대 의원을 지낸 만큼 지역 인지도는 두루 넓은 편이다. 그는 스스로를 '청양의 사위'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19대 총선에서 서울 중구에 출마한 이력이 다소 약점으로 꼽힌다.
공주에서 택시를 운영하는 한 유권자(50대)는 "정 후보는 유명하긴 하지만 서울에 출마했던 후보가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정 예비후보는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험지 출마'를 제안해 선거 27일 전에 눈물을 흘리며 간 것"이라며 "당을 위해 헌신한 것이지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고 지역 유권자들의 이해를 구했다.
정 예비후보는 이 지역에서 무려 9선을 한 김종필(JP) 전 국무총리를 후원회장으로 두고 있다. 그는 "공주는 한 번도 여당 의원을 가져본 적이 없고, 부여는 JP이후 4선의원을 배출하지 못한 지역"이라며 "내가 당선된다면 JP 이후 처음으로 4선 의원이 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직 젊은 내가 경험과 경륜을 통해 직접 일해서 실천으로 '흔적을 남기는 정치'를 하겠다"고 거듭 각오를 다졌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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