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마다 그 나라를 상징하는 꽃들이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나라꽃은 무궁화(無窮花)로 이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무궁화는 해마다 7월부터 10월 사이에 100여일간 피고 진다. 매년 8월에 절정을 이루며 한그루 당 2000∼3000 송이의 꽃을 피우는 강인함을 보인다. 특히 무궁화는 전세계적으로 유래가 드물게 국민들에 의해 나라꽃으로 정해졌으며 우리 민족과 5000년이란 긴 세월을 함께 해 오기도 했다.
한반도에 무궁화가 분포했다는 기록은 4200년 전 중국에서 기술된 '산해경(山海經)'에서도 확인된다. 이 고서엔 북방에 있는 군자의 나라에 무궁화가 많이 있어 아침에 피어 저녁에 진다고 기록돼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무궁화에 대한 기록을 담은 많은 문헌이 있다. 신라시대 때는 신라를 근화향(槿花鄕)이라고 명명, 무궁화의 고장이라고 부른 기록도 있다.
일제 강점기 때 무궁화는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꽃으로 인식돼 온갖 핍박을 받고 왜곡되기도 했다. 하지만 독립지사들에 의해 우리민족의 정신적 상징으로 승화됐고 우리 민족처럼 그 어려움을 모두 이겨내 다시금 나라꽃으로 자리잡고 지금껏 우리 곁을 지켜오고 있다.
그러나 나라꽃 무궁화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해를 더할수록 낮아지는 실정이다. 벌레가 많은 꽃으로 인식되면서 조경ㆍ관상수 시장에서도 점유율이 극히 미미해졌다. 이른 봄이면 각 지자체에서 엇비슷한 벚꽃 축제를 기획하지만 무궁화 축제에 대한 관심은 부족한 게 현실이기도 하다.
같은 이유로 이제는 우리 스스로 무궁화의 의미를 지키고 가꿔가야 할 때라는 생각을 한다. 국민 스스로 사랑하고 함께하는 나라꽃으로 만들어 가야한다는 얘기다. 네덜란드는 튤립을 세계 화훼시장의 60%를 점유하는 꽃으로 육성시켰고 일본은 히로사키 벚꽃 축제로 해마다 수 백 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잉글랜드 역시 장미를 전세계에 전파했다.
우리에게도 기회가 있다. 무궁화를 국가브랜드로 키워 국민들이 함께하고 생활 속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꽃으로 만들어 갈 수 있다.
이를 위해 산림청은 생활권 주변에서 무궁화를 쉽게 볼 수 있도록 무궁화 보급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진행되는 무궁화동산ㆍ무궁화가로수 조성사업을 지원, 생활주변에서 일반인들이 무궁화를 친숙하게 접할 수 있도록 무궁화 축제 개최는 물론 무궁화 문학상과 콘텐츠 공모 등도 기획·개발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는 교육부와의 협업으로 '나라꽃 피는 학교 함께 만들기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무궁화에 대한 친밀도를 심어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무궁화를 많이 심는 것만큼이나 심은 후 관리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나라꽃이라는 위상에 맞게 무궁화가 귀하게 관리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민이 손을 맞잡고 노력해야 한다. 무궁화를 사랑하며 심고 가꾸는 것은 정부만의 노력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하나 돼 아끼고 사랑할 때 비로소 빛을 발할 수 있다.
신원섭 산림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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