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순직유족급여' 소송 유족패소 확정…'생존자 증후군' 겪다 자살 선택으로 판단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200명을 죽이고 혼자 살아가기에는 힘이 벅차다. 나 혼자에게 모든 책임을 지워 달라.'
2014년 4월18일, 전남 진도실내체육관 인근 야산. 단원고 학생들의 제주도 수학여행 인솔 책임자인 강민규 교감이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4월16일 세월호 참사로 제자를 잃은 슬픔과 미안함을 자신의 목숨으로 대신했다.
세월호 사고로 학생 325명 중 250명이 실종되거나 사망했고, 인솔교사 15명 중 3명만이 구조됐다. 제자를 떠나보내고 홀로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이 그를 짓눌렀다.
하지만 강씨는 홀로 살겠다고 자신의 안위만을 구한 것은 아니었다. 강씨가 단원고 학생 등 세월호 승객의 탈출을 도왔다는 생존자의 진술서도 있었다.
강씨 부인 이모씨는 공무원연금공단에 '순직유족급여'를 청구했지만, 거부당했다. 이씨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도 순직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강씨의 죽음이 안타까울 수는 있지만, 공무상 순직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법상 순직공무원은 생명과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위험한 직무를 수행하다가 사망한 공무원으로 한정하고 있다. 세월호 인솔교사 박모씨 등 7명은 순직공무원으로 인정받았지만, 강씨와는 사례가 다르다는 게 법원 설명이다.
1심은 "(인솔 교사들은) 세월호 사고 당시 학생들을 상대로 구조 활동을 하고 있었다는 점이 확인됐고, 전원 사고 현장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강씨가 '생존자 증후군'을 겪다가 자살에 이르렀지만, 순직공무원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1심은 "세월호 사고의 생존자로서 받은 정신적 충격과 수학여행 인솔책임자로서 자신만 살아 돌아왔다는 자책감과 죄책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심리적 압박감 등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살을 선택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강씨 유족은 "세월호 구조활동 및 사고수습활동 직무를 수행하다가 극심한 정신적 외상이라는 위해를 입어 그 증상이 가중·악화되던 중 그러한 위해가 직접적인 원인이 돼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강씨 유족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도 강씨 유족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원심이 확정됐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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