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가치판단을 떠나, 4년 동안 정치적으로 진화한 사람은 김종인 한 명 뿐인 것 같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現더불어민주당) 후보 캠프에 몸담았던 인사가 최근 기자에게 한 말이다.
그는 "김종인은 중위투표자론 같은 선거공학을 활용할 줄 안다. 당의 전통적 가치나 당내 역학관계, 이런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서 그런지 과감하다"고 했다.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보수(정당 혹은 후보)는 좌로, 진보는 우로 이동해 상대 진영 지지자를 흡수하려는 경향을 설명하는 이론이 중위투표자론이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제3의 길'로 불리는 우회전 전략으로 18년 만에 진보정권을 재창출했던 실례가 종종 인용 된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 곁에 있을 때 경제민주화로 중위투표자론을 구현한 셈이다.
더민주에서의 경제민주화는 새누리당에서만큼 파격적이지 않다. 본래 민주ㆍ진보 진영 의제여서다.
김 대표의 '북한 궤멸' 발언이 '야당용 확장도구'라는 분석은 그래서 나온다.
김 대표는 논란 속에 지난 15일 jtbc '뉴스룸'에 나가 "그 말(북한 궤멸 발언) 자체를 취소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못박았다.
더민주의 정강정책은 여전히 7ㆍ4남북공동성명과 6ㆍ15공동선언, 10ㆍ4정상선언 등 "남북한의 기존 합의를 존중"한다.
더민주의 한 당직자는 "'북한 궤멸'이란 레토릭은 보수의 언어 아닌가. 이 쪽에선 금기어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능성으로든 목표로든 북한의 궤멸이란 개념을 끼워넣으면 더민주 정강정책은 성립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지난 19일 비대위 회의 때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국민의당에 들어간 데 대한 입장을 밝히다가 "덧붙여 말하겠다"며 이렇게 언급했다.
"우리는 과거에 살지 않습니다. 현재에 살고 있는 것이지. 과거의 명성에 사로잡혀서 현재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는 이날 트위터에 "일부 야당 인사들까지 햇볕정책 재검토 등 부화뇌동하는 것은 참으로 딱한 노릇"이라고 썼다.
'문 전 대표가 김 대표의 우클릭에 경고를 보낸 게 아니겠느냐'는 분석과 함께 '엇박자', '선긋기', '갈등' 같은 뒷말이 따라나왔다.
김 대표는 지난 14일 당내 회의에서 '햇볕정책 보완론'을 꺼냈다.
더민주는 이것이 "시대와 상황에 맞게 보완ㆍ발전시켜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문 전 대표 측은 '햇볕정책 실패'를 언급한 국민의당 이상돈 공동선대위원장을 겨냥한 것이라고 한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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