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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해고 시대, 'C플레이어' 경영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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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섬 칼럼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경제가 어렵고 기업의 수입이 줄어들면 비용을 줄이기 위해 회사는 구조조정의 칼을 갈게 돼 있다. 이때 노사 양쪽은 소통의 제1원칙인 '상대방의 귀에 들리는 말을 하라'는 것을 잊어버린다. 인사담당자는 "회사가 어려우니, 애사심의 차원에서 희생을 감수해달라"고 말하고, 퇴직 권고를 받은 사람은 "왜 하필 내가 나가야 하느냐"고 따지고 "회사가 잘 나갈 때 실컷 부려먹고는 이제 와서는 내쫓으니 야박하고 매몰차다"고 비난한다. 회사는 회사의 입장이고, 개인은 개인의 입장이다. 사실 여기엔 합리적인 판단이란 것이 애당초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나의 삶과 상황이 여유가 있어야 판단이라는 것도 객관적으로 될 수 있는 법이다. 내가 해고되는 상황에서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일이 가능하겠는가. 개인은 자신의 절박한 상황과 그간의 공로를 들어, 회사의 마음을 돌리게 하려고 한다.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회사와 싸워서라도 끊어지는 밥줄을 움켜쥐는 게 인지상정이다.


기업의 경우 풍랑이 세찬 바다를 지나가기 위해 승선한 사람들을 내리려고 한다. 온정에 이끌려 모두를 싣고 가려다가 배가 뒤집힐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 위의 사람들은 '방출자 선정이 공평하지 않다'고 주장하거나 방출할 시점이 아니라고 말한다. 자신을 방출하는 일은 회사나 동료의 음모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평온한 시기에는 기업이 고용 안정에 대해 관용을 베풀 수 있다. 늘어나는 수입으로 다소 비효율적인 고용 비용이라도 충당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 자체의 생존이 걸린 위기 상황에서는, 내부 직원에 대한 호의적인 시선을 인정사정 없이 거둬들인다. 우유부단함과 대책없는 온정주의가 기업을 치명적인 상황으로 몰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위기 상황에서 저비용 효율구조를 갖추지 못하는 것은,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는 일이며 그것은 기업이 제 무덤으로 달려가는 일이기도 하다.


구조조정의 시기에, 내부의 결속을 유지하면서 조직 슬림화를 달성할 수는 없을까. 사실 여기엔 기업의 원천적인 책임도 있다. 위기 상황을 예측하여 인력 운용을 보다 짜임새있게 했어야 했다. 온정주의와 선심 기용과 인력운용의 허영심이 낳는 후유증이라 볼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A플레이어는 피봇이 될 수 있게 조직화해야 하고, B플레이어는 조직의 기반을 이루도록 고용 환경을 만들었어야 하고, 이른바 C플레이어는 느슨한 고용관계로 정리를 해놓았어야 한다. 또 창의적 인재와 미래형 인재에 대한 투자는 따로 관리되었어야 한다. 평소에 이것이 되어 있지 않으니 위기 때에 무리수에 가까운 정리를 하게 될 수 밖에 없다. 구조조정의 충격이 회사를 흔들고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구조조정에서 회사가 고용원들에게 보내야할 가장 중요한 사인은, '필요한 인재'는 100% 안전하다는 원칙이다. 그것이 무너지면 고용원은 회사를 위해 분발할 이유를 잃게 된다.

이른 바 대량감원을 결심한 회사라면, 회사내 C플레이어에 대한 공감을 확보해야 한다. 이들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고 일정한 스케줄에 따라 감원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려야 한다. 이 경우에도 '필요한 인재는 100% 안전하다'는 감원 원칙이 지켜지고 있음을 모두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회사의 경쟁력과 수익 확보를 위해 어느 정도의 감원이 필요하다는 예측들이 공유되고 그에 맞춰서 C플레이어들 중 어떤 그룹까지 대상이 될 계획이라는 점이 뚜렷하게 공유되어야 한다. 감원의 효과 또한 충분히 인식되어야 한다. 연줄이나 요행에 의해 원칙이 흔들리거나 혹은 납득이 되지 않는 분류의 경우엔 인내심 있는 토론 절차가 필요하다.


C플레이어에 대한 내부 교육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감원해야할 인원의 150% 정도를 대상으로 해서, 교육을 진행하고 그들이 거둔 성과를 중심으로 '서바이블'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교육 과정에서 감원의 충격이 완화되고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 또한 미처 발견하지 못한 능력들을 새롭게 발굴하여 인재를 적재적소에 재활용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감원을 시행하기 전에, 조직의 동요를 우려해서 비밀에 붙이는 것은 가장 어리석고 위험한 정책이다.(거짓말을 하는 것은 더 어리석다.) '비밀'이야 말로 조직 단합에 균열을 부르는 흉흉한 소문의 진원지일 경우가 많다. 또 비밀이 지켜졌다 하더라도 갑작스럽고 느닷없어 보이는 감원은, 저항과 반발을 부르기 쉽다. 감원은 공개적이고 원칙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원칙과 관련한 것이지만, 감원을 시행하는 주체는 '개인'으로 보여져서는 절대로 안된다. 감원은 회사라는 공식적인 기관이며, 오너나 경영자의 독단적인 판단이 아니라는 점이 공유되어야 한다. 특히 연줄이 작동한다는 인상을 주면, 원칙을 신뢰하지 않게 된다.


감원의 절차와 규모는 감원의 충격 정도를 고려하면서 진행해야 한다. 전혀 충격을 주지 않고 감원할 수는 없다. 감내가 가능한 충격을 주겠다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감원 과정에서 중간 관리자나 감원 결정자의 개인적이거나 주관적인 판단이 끼어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감원을 시행하면서 남은 사람이 받는 충격을 완화하고 그들에게 '조직 강화'라는 목표에 관해 동의하도록 해야 한다. C플레이어에 대한 회사의 온정주의는 금물이지만,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온정주의는 막아서는 안된다. '그간의 식구에 대한 인정'을 끊은 게 아니라 '조직 부실'을 개선하려는 노력이라는 점이 제대로 공유되어야 구조조정의 실익을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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