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위한 공천 시즌을 앞둔 1월 마지막 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권력자' 발언이 여권을 흔들었다.
발단이 된 김 대표의 발언은 아래와 같다. 지난달 26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회의에 참석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였다.
"망국법(亡國法)인 선진화법이 (2012년 5월) 국회에서 어떻게 통과됐는지 말하지 않을 수 없다…(처음에는) 우리 당내 거의 많은 의원이 반대했지만, 당시 권력자가 찬성으로 돌자 반대하던 의원들이 전부 다 찬성으로 돌아섰다"
김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이 전해지자 새누리당 당직자들 사이에서는 '귀를 의심했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김 대표가 언급한 '당시 권력자'는 선진화법이 통과되던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을 정면으로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의 '작심 발언'은 이튿날에도 이어졌다. 이번에는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천설명회' 자리에서 나온 발언이다.
"과거에는 공천권이 당의 소수 권력자에 의해 밀실에서 좌지우지됐다…젊은 인재들이 구태 정치에 대한 두려움으로 선뜻 나서지 못하고 '권력자에게 줄 잘 서야 한다'는 얘기를 들으며 용기를 못 냈을 것"
즉각 반격이 나왔다. 이른바 '친박(親朴), 신(新)박' 등으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났다. 먼저 '친박계 맏형'으로 불리는 서청원 최고위원은 28일 김 대표의 면전에서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 "여당의 권력자는 김 대표 스스로가 권력자 아닌가. 김 대표 이상의 권력자가 어디 있나…지금 김 대표 주변에도 '김무성 다음 대권'을 위해 완장을 찬 사람들이 매일 별의별 짓을 다 하고 있지 않나"
'친박'으로 분류되는 윤상현 의원과 '나를 신박이라 불러달라'고 자청한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비판에 가세했다.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 "김 대표 주장대로 ‘권력자’를 따라 당론이 바뀐 것이라면 나 같은 사람부터 찬성으로 돌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 (윤 의원은 선진화법 표결 당시 반대표를 던졌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 "김 대표의 말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최경환·윤상현·유기준·이경재 의원 이런 분들은 (선진화법 표결 때) 반대나 기권표를 던졌는데 그렇게 입장을 바꿨다고 하는 건 사실과 다르다"
여권 일각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당내 갈등이 확대되는 것을 우려해 '자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 최경환 전 부총리 등 이른바 '진실한 사람들'로 회자되는 진(眞)박계와 청와대에서는 논란을 의식한 듯 이 사안에 대해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이진경 디자이너 leeje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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