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악재 불구, 지난해 사상 매출 5조원 넘어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 "중국에서 우리가 만든 화장품이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중국에는 아직 좋은 제품을 만들어낼 시설이 없다는 것이 인기를 끄는 요인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지만 만약 중국에서 좋은 제품이 나오기 시작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LG생활건강은 화장품 부문의 선전으로 지난해 1분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대다수 임직원들은 고무적인 성과에 만족했다. 직원들과 달리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은 기쁨을 누릴 여유가 없었다. 최첨단 정보기술(IT) 기기인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미국과 국내 업체를 따라잡는 중국의 기술력 탓이었다.
차 부회장은 임직원들에게 현재에 만족하지 말고 앞으로 다가올 위기에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영원할 것만 같았던 미국의 철강산업도 무너진 지 벌써 40년이 지났다"며 "당시 철강산업을 대표했던 필라델피아는 여전히 명성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 부회장이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은 덕분에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악재에도 화장품 사업의 고성장에 힘입어 처음으로 연간 매출 5조원을 넘어섰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전년보다 각각 33.9%, 32.7% 증가했다.
최대실적의 중심에는 화장품 사업의 고공성장이 있다. 화장품 사업은 매출 2조4490억원, 영업이익 3901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25.2%, 43.2% 증가했다. 이 가운데 한방 화장품브랜드 '후'의 매출이 전체의 30% 이상 차지했다. '후' 매출은 국내면세점 뿐만 아니라 중국 현지에서의 높은 인기로 전년보다 88% 성장한 8081억원을 기록했다. '후'의 성장은 최근 한국 화장품 브랜드 사상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기록한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보다도 빠르다. 설화수는 2000년 매출 1000억원을 기록한 뒤 14년만에 매출 8000억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후는 4년만에 매출 80000억원을 달성했다. 후의 매출은 2012년 1737억원, 2013년 2037억원, 2014년 4310억원, 지난해 8081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후'의 성장에는 궁중한방이라는 차별화된 전략이 주효했다. '왕'과 '왕후' 라는 일관된 궁중 스토리와 화려한 디자인으로 왕후의 기품을 강조, 중국인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다. LG생활건강은 한방화장품연구소에서 수 만건에 달하는 궁중 의학서적에 대한 기록을 찾고 궁중왕실의 비방이 적혀있는 수백 권의 고서를 데이터화해, 고대 왕실 여성들이 늙지 않는 아름다움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이용한 왕실의 독특한 궁중처방을 후의 여러 제품에 적용했다.
차 부회장이 인수합병을 통한 회사 수익구조를 다변화시킨 점도 최대매출에 기여했다. 차 부회장은 2007년 코카콜라음료를 시작으로 다이아몬드샘물, 해태음료 등을 사들여 음료사업을 키웠다. 지난해 음료 사업은 탄산음료의 고성장으로 매출 1조282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37.5% 증가했다.
차 부회장이 LG생활건강에 영입될 2005년 당시 LG생활건강은 매출액 9678억원, 영업이익 703억원에 머물렀다. 11년 만에 매출 5배, 영업이익은 7배 증가했다.
증권가는 LG생활건강이 올해도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화장품 부문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중국 현지에서 '후' 브랜드의 매장 확대와 신규 브랜드의 매출 증가로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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