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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러지가 버러지 낳아' 막장드라마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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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백야' 징계 정당 판결로 본 '막드현상'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 "버러지가 버러지를 낳았겠지." 저녁 9시쯤 대한민국 시청자들은 저 무시무시한 극언을 TV를 통해 들었다.


'버러지가 버러지 낳아' 막장드라마 심리학 드라마 '압구정 백야'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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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드라마 '압구정 백야'(2014년10월-2015년5월)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 제재는 정당하다. 25일 법원이 방송사가 제기한 소송에서 방통위의 손을 들어줬다. 청소년의 TV시청 시간대(평일 오후 8시55분-9시30분 방영)에 생명 윤리에 어긋날 소지가 있고 상황설정이 극단적이고 자극적이라는 점을 판단의 이유로 들었다. 이 드라마는 여주인공 '백야'가 어머니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어머니는 어린 시절 백야를 버리고 부유한 집에 시집을 갔다. 백야는 어머니가 키운 아들을 유혹해 그 집 며느리로 들어간다는 줄거리다. 이 드라마는 시청률이 최고 19.1%까지 올랐다. 이 판결의 의미는, 끝 모르고 질주하던 막장드라마에 대해 법원이 일정한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 있다.


막장드라마가 극성을 부리는 까닭은 시청률이다. 욕은 먹지만 욕하면서도 보는 대중의 이중성을 꿰뚫고 있기에 방송사는 이 손쉬운 시청률의 유혹을 떨쳐내기 어렵다. '막장'이란 말은, 원래 탄광에서 광부들이 더 이상 나아갈 데 없는 지하갱도를 부르던 말이다. 그 말이, 인간이 인성의 바닥을 파헤쳐 내려가 그 끝점에 이른 '도덕적 파탄'을 상징하는 말로 굳어졌다. 그러나 드라마의 '막장'은 탄광보다 더 하다. 바닥이라고 생각한 지점에서 더 파고 내려가 다시 또다른 막장을 발굴해낸다. '압구정 백야'만 해도, 친모와 시모가 동일인이 되고 아들과 딸이 서로 결혼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인륜적인 금기들이 벽을 허무는 막장 상상력은, 규범에 억눌린 인간의 본능을 부추기며 쉽게 채널을 돌릴 수 없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선과 악의 치명적인 대립, 우연성의 남발, 쏟아지는 막말, 잔혹한 장면들,인륜적 상식의 파괴, 서로 뒤엉키는 관계들. 집요한 복수.이런 것들을 막장의 요소로 꼽는다. 드라마가 갖춰야할 기본 미덕을 포기하고 오직 자극과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들만 극대화해서 시청자들을 붙잡는 전략으로 쓴다. 그런데 '막장'에도 시대를 포착하는 촉수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전쟁 이후의 많은 드라마들은, 전쟁의 참혹과 이별을 표현하는 쪽에 몰려 있었다. 이후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면서, 가족 문제와 남자들의 불륜이 드라마에 자주 등장했다. 이어서 아내들의 외도와 욕망들이 강조되는 스토리들이 인기를 끌고, 그들의 빗나간 애정 행각이 낳은 결과가 최근까지도 자주 등장하는 '숨겨놓은 자식' 모티프(이야기 소재)다. 과거가 현재와 뒤엉키면서 혈육과 가족의 혼란이 커지고, 거기에다 부자에 대한 선망과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부도덕성이 결합하면서 막장은 막장의 새끼를 친다. 금기를 뛰어넘으려는 인간의 욕망들이 결국 막장드라마의 생산과 소비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즉 막장 또한 현실을 비춘 거울이 아닐 수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런 자극적인 드라마를 즐기는 까닭에는, 현대인들의 전두엽이 둔감해졌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인터넷과 게임, 스마트폰 중독과 알콜 중독 등으로 전두엽 기능이 떨어지면 자극이 없는 것에는 반응이 느려지게 되는데, 이 때문에 더욱 자극적인 것들을 찾게 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심리가, 막장 드라마의 시청률을 올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거기에다 현실과 막장의 '경계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부산대 임영호교수는 "전통적 선악 개념이 흔들리면서 선인보다 악인을 더 실제적인 인물로 받아들이기도 하고 악행도 큰 도덕적 거부감 없이 바라보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꼬집는다.


막장드라마도 하나의 사회현상이기에 그것을 비판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드라마가 대중에게 영향을 미치고 자극과 반응이 서로 악순환하면서 증폭한다는 점이 문제다. 법원의 판단은 그런 것에 바탕한 것이라 본다. 출생의 비밀, 부자 악당, 복수의 화신, 욕설과 고함, 기억상실, 출세만능주의, 폭력과 잔혹. 막장의 공식 속에는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얼굴과 마음 깊이 도사린 탐욕과 울화통과 두려움이 있다. 그래서, 막장은 보고 나면 더 찜찜하고 우울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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