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대만 총통 선거는 친중(親中) 노선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었다. 대만 유권자의 표심은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고 대만 독자적으로 경제를 다시 살릴 수 있는 후보'에게 쏠렸다.
주리시(朱立熙) 지한(知韓)문화협회 집행이사장 겸 대만 국립정치대학 강사는 17일(현지시간) "이번 선거가 친중과 반중, 통일 대 독립 세력의 대결이었다"고 해석했다.
16일 치러진 대만 동시선거에서 제1야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은 총선도 휩쓸었다. 행정부와 입법부를 한꺼번에 장악한 셈이다.
민진당 후보로 나선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당선인은 주리룬(朱立倫) 국민당 후보를 308만표 이상의 차이로 압승했다. 대만 역대 총통 선거 표차 중 최대다. 입법원(의회) 선거에서도 민진당은 최초로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총 113석 가운데 68석을 확보한 것이다. 64석이었던 국민당은 35석으로 쪼그라들었다.
대만 역사상 첫 여성 총통이 탄생하고 8년 만에 여야 정권이 교체되자 국제사회가 적잖이 긴장하고 있다.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의 변화가 동북아시아 등 글로벌 정세에 불확실성을 심어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차이 당선인의 집권으로 머릿속이 가장 복잡한 곳은 중국이다. 친중 정책을 폈던 대만의 마잉주(馬英九) 시대가 가고 8년 만에 전혀 다른 성격의 정권이 출범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반중(反中) 성격이 짙은 민진당 정권 아래서 양안 관계가 다소 얼어붙을 것이라면서도 2000~2008년 천수이볜(陳水扁) 정부와 달리 최악으로 치닫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탕카이타이(唐開太) 대만 아태평화연구기금회 집행장은 "차기 정부의 양안 정책이 천수이볜 시대로 회귀하진 않을 것"이라며 "양안의 민간 교류가 갈수록 느는 상황에서 이를 되돌리기에는 정치적,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오는 5월 정권을 이어 받을 '차이 정부'가 마잉주 정부처럼 중국과 밀착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만 독립 노선만 추구해 양안 관계는 물론 국제 정세에 지나친 불안 요소를 만들지도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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