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청와대, 즉 박근혜 대통령이 방향을 세워 지시하면 여당, 특히 친박근혜계(친박) 의원들이 중심이 돼 실행에 옮기는 모습은 현 정부 출범 후 흔히 목격돼 왔다. 이를 두고 새누리당이 청와대의 이중대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있다.
이 같은 수직적 당청(黨靑)관계가 바람직하다고 보냐는 질문이 13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나왔다. 물론 박 대통령은 동의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당이 정부를 적극 뒷받침하면 이건 수직적이라고 비판을 하고, 또 정부를 당이 비난을 하면 이것은 쓴 소리를 하기 때문에 수평관계라고 하고, 저는 이렇게 생각하는 자체가 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한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그렇게 생각하면 맨날 싸우면 최고의 관계죠, 정책은 어떻게 실현이 되거나 말거나. 그건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당은 국정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대통령 후보를 내고, 그 후보가 집권하면 당의 정책을 국정에 반영하도록 힘쓰는 것이 당연한 수순 아니냐는 것이다.
"당청이라는 것은 국정목표를 공유하고 있어요. 그렇게 해야만 되고. 당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서 이게 실현되도록, 그래서 나라가 발전되도록 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공동으로 책임을 지고 저는 그게 당청관계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저는 당과 청은 이렇게 두 수레바퀴다, 이렇게 생각하고 또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당이 생각하는 것을 계속 듣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의 원론적 설명에서 틀린 점을 발견하기 어렵지만, 문제는 두 수레바퀴의 크기가 다르다는 점이다. 청와대에서 당으로 '하달'되는 지시는 많지만 반대 경우도 그만큼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러려는 시도가 있을 때 더 큰 수레바퀴는 작은 수레바퀴를 빼서 갈아치우기도 한다. 당이 민주적으로 선출한 원내대표를 대통령이 퇴출시킨 사례는 대표적이다.
박 대통령이 입법부의 기능과 권위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또다른 힌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연찮게 나왔다. 박 대통령은 쟁점법안 처리를 위해 소통에 노력했음에도 국회가 도와주지 않았다는 말을 하며 "제가 국회까지 찾아가서 법안 통과 꼭 해 달라고 누누이 설명을 하고, 야당 대표 전부 청와대에 초치해서 그걸 여러 차례 설명을 하고 그랬는데도 지금까지 통과를 시켜주지 않고 있다"고 했다.
초치(招致)는 '불러서 오도록 한다'는 단순한 뜻을 가진 단어인데, 실제로는 '누군가를 강제로 불러들이는' 상황에서 주로 쓰인다. 가장 흔한 예로는 '외국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와 같은 식이다. 그나마 '대사 초치'외에는 요새 잘 쓰이지 않는다.
과거 신문을 찾아보면 '대통령이 정치인이나 기업인, 외교관 등을 청와대로 초치해 대화를 나눴다'는 기사가 박정희ㆍ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에 많이 나오지만 그 후론 거의 사라졌다. 입법부를 바라보는 박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인식이 은연중에 드러났다는 지적이 있고,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70년대 흔히 듣던 단어를 별 뜻 없이 사용한 것뿐이라는 의견도 있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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