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텃밭에 애호박과 오이를 키웠다. 애호박과 오이의 노란 꽃이 피고 나면 신기하게 작은 마디로 애호박과 오이가 열린다. 언제 먹을 수 있을까 기다릴 때에는 시간이 참 길었으나 순식간에 애호박과 오이가 여기저기서 주렁주렁 달리기 시작했다. 한 개 두 개 따서 먹을 때는 귀해서 맛있고 따자마자 밥상에 올리니 신선해서 맛과 향이 풍부해 더 맛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여러 개가 한꺼번에 열리기 시작하니 수확하는 재미도 없어지고 따서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먹게 되니 그 맛도 없어졌다.
작은 텃밭이 있어 누릴 수 있었던 여름의 호사는 끝나고 이제 꽁꽁 언 텃밭을 바라보니 여름철 풍성하다고 타박했던 애호박이 그리워진다. 우리 집 텃밭의 애호박은 매끈하지 않고 휘어진 것들이 정상이고 반듯한 것은 비정상이었다. 마트에서 구입한 애호박은 비닐 속에서 자라 하나같이 매끈하고 길쭉하게 잘생겼으나 왠지 우리 집 텃밭 애호박처럼 정감은 가지 않는다. 다가올 여름에 누릴 호사를 다시 상상하며 애호박을 채 썬다.
호박은 특히 밀가루 음식들과 궁합이 잘 맞는 재료로 칼국수나 수제비에는 숭덩숭덩 썰어 넣거나 진한 멸치 국물 우린 소면에는 곱게 채 썰어 볶아서 올려주면 여름이든 겨울이든 환영받는 국수 요리가 된다.
애호박 멸치국수
재료(2인분)
소면 200g, 애호박 1/2개, 단무지 약간, 김 1/4장, 식용유·소금 약간씩
양념장
간장 2, 고춧가루 0.5, 참기름 1, 깨소금 1, 송송 썬 실파 2
육수
물 5컵, 다시마 (10cm) 1장, 국멸치 10마리, 양파 1/4개
만들기
▶ 요리 시간
1. 애호박은 채 썰어 뜨거운 팬에 기름을 두르고 볶다가 소금 간을 한 뒤 식힌다.
2. 단무지는 채 썰고 김은 구워 채 썬다.
3. 물에 다시마, 국멸치와 양파를 채 썰어 넣고 끓여 국물이 끓으면 5분 정도 끓여 걸러낸다.
4. 뜨거운 물에 소면을 넣고 물이 끓어오르면 찬물을 넣어 끓여 찬물에 헹구고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5.양념장을 만든다.
6. 삶은 국수를 넣고 육수를 부은 후 호박, 단무지, 김 가루를 고명으로 얹어 양념장을 곁들인다.
글=요리연구가 이미경(http://blog.naver.com/poutian), 사진=네츄르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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