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미국과 해외에 소재한 한국 바이어들은 미국 금리인상 영향에 대해 미국 내에서는 바이어의 구매력을 증가시키는 긍정적 효과와 금융비용 증가로 소비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상존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미국 외 다른 나라에서는 급격한 금융위기를 겪지 않는 국가의 경우 현지진출 생산법인의 경우 달러로 결재하는 우리 기업의 경우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하고 있다.
28일 KOTRA가 미국 금리인상을 앞두고 최근 미국과 중국, 일본, 유럽연합 등 17개 지역 현지 비즈니스업계와의 인터뷰를 통해 조사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
우선 미국의 경우 현지에 진출한 종합상사는 "금리 인상으로 원단이나 의류 수입에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섬유제품 가격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으며 이미 상당한 수준이 낮아진 상태로 환율에 따른 인하 또는 인상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날씨가 춥지 않아 겨울 의류의 판매가 부진해 전반적으로 수요가 감소하고 내년에 시장이 어떻게 될 것인지가 가장 큰 관심사라고 덧붙였다.
-美, 섬유제품 가격 이미 낮아져…판매부진이 더 문제
국내 발전설비제조업체 관계자는 "전력업체들은 정부의 지원과 통제를 받지만 사기업이므로 금리인상은 기업에게 부정적인 영향"이라고 말했다. 최근 가스 가격이 매우 낮아 이미 수익이 낮아지고 있는 상태에서 금리가 인상된다면 금융비용의 증가로 더욱 어려워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아울러 벤더들도 은행 대출을 받아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상황에서 12월 뿐 아니라 2016년도에 지속적으로 금리 인상이 이루어질 경우 금융비용 증가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은행이 금리 인상으로 이자 수입이 증가하면 대출 면에서 여유가 생겨 중소업체들이 은행에서 대출하기가 다소 수월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자동차업계는 위안화 환율 인상시 중국 생산물량의 해외 수출에는 호재이나, 현재 중국 자동차 시장의 공급과잉 및 가격경쟁 격화 등이 더욱 큰 문제다. 미국 금리 인상이 중국의 경기 침체 및 둔화로 연결될 경우, 현재 포화 상태인 자동차 및 관련 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中,자동차는 공급과잉 과당경쟁이 더 문제
한국 전자업체들은 업종 및 제품별 영향이 상이하다고 판단했다. 한 대기업의 경우 중국에서 생산 후 해외로 수출하는 금액이 중국의 전체 수출의 1.9%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금리인상으로 환율상승시 수출 측면에서는 수출단가가 하락해 호재로 봤다. 하지만 제품군별로 원자재 수입 비중 및 무역결제 수단 등이 상이, 세부적인 영향은 업종ㆍ제품군 별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도 대(對)일본 수출에는 긍정적·부정적 요인이 혼재한다고 말했다. 국내 통신모듈업체 관계자는 "현재 일본 법인으로 진출해 있는 상황으로, 일본 법인이 미국 기업과 진행중인 프로젝트가 있으나 가시화 단계는 아니기에 미국과 직접 비즈니스에의 영향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일본 기업과 거래의 경우, 현재 수출 대금 달러 결제 비율이 높은 상태인데 엔저 상황에서 바이어 측의 엔 기준 거래 요청이 많아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 금리 인상에 따라 엔저 장기화 추세에 돌입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에, 엔 기준 거래 요청이 지속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 결제수단별로 영향 상이
유럽연합(EU)현지기업들도 금리인상에 따른 달러화 강세는 유럽시장 진출 국내기업의 결제수단에 따라 상반된 영향을 예상했다. 특히 유로화 결제시 유로화 약세압력과 기업 자체적인 유로화 수출시장의 영업 비중 축소로 대EU 수출둔화를 예상했다.
우리나라의 대EU 수출은 상반된 영향이 예상됐다. 유로화 결제시 현재 원화대비 유로화 환율이 다소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달러 강세 및 유로화 약세 기조 심화로 재차 수출채산성에 부담으로 작용하며 대EU 수출시 부정적 영향이 전망된다. 달러 결제시 달러 강세에 따른 수출 가격경쟁력 상승 효과를 전망했다.
국내 공작기계업체 관계자는 "미국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 타격이 증가할 전망이므로주요 거래국인 대 터키 수출에 애로가 예상된다"면서도 "국내 본사와 유로화로 결제하므로 환율변동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현재 터키는 리라(TRY) 가치 하락으로 수입이 매우 저조한 편이며, 정치적 불안까지 가세해 향후 대 터키 수출 감소로 영업에 지장이 예상됐다.
현지 자동차부품업체 구매담당자는 "미국 상용차 시장 내 소비 심리 위축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대한(對韓)아웃소싱은 계획대로 진행 또는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리인상의 여파로 특히 상용차 시장에서 소비심리가 위축될 가능성 예상되지만 금리인상이 이뤄지더라도 신차개발 및 구매를 위한 투자를 줄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현재 계획하고 있는 한국을 비롯한 기타지역에서의 소싱프로젝트는 계획대로 진행되고 확대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루블화약세 지속 본사 수익성 약화
주요 신흥국의 한국 업체들은 걱정이 많았다. 브라질에 진출한 전자제품업체 관계자는 "브라질 현지 생산하는 제품에 사용되는 부품의 많은 부분을 글로벌 아웃소싱을 통해 조달하고 있어 환율에 매우 민감한 편이다"면서 "따라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 헤알화 가치가 더욱 하락하여 막대한 환차손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돼 당분간 경제상황을 관망하며 투자 감소 등 긴축 경영을 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부품업체 러시아법인 관계자는 "러시아의 경우 루블화 약세가 지속될 것이고, 한국 본사의 수익성 악화에 따라 러시아 제품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러시아에서 활동하는 부품 제조사 대부분이 가격을 인상하게 될 경우 현지 수요가 위축되고 저가 제품의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한 현지 공장을 운영하고 있지 않은 회사의 경우 가격 경쟁력 상실에 따라 판매가 위축될 것으로 우려했다.
태국 바이어는 "바트화 환율 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구매력이 감소할 전망"이라면서 건설기계를 수입하는 B사는 향후 건설기계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나, 환율로 인해 수입제품 가격이 상승하면서 실제 구매로 이어지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달러 결제로 영향 적어…달러강세로 이익예상분위기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기업은 "한국 원화 가치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달러로 결제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다. 다른 대부분 섬유업계들의 경우도 달러 결제를 한다"고 전했다. 일부 원화 결제 하는 업체도 있으므로 그 경우 타격이 있을 수도 있고, 또한 국내 내수를 중심으로 하는 업체도 타격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외화 채무가 많은 곳의 경우 이자율 상승으로 부담이 증대되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의류 생산기업들은 대부분 원청기업(예를 들어, 갭, 나이키) 등과 달러로 계약이 맺어져 있어, 달러강세로 인한 피해보다는 이익을 예상하는 분위기다.
필리핀에 진출한 종합무역상사를 비롯한 우리 기업들에 따르면 미국금리인상 소식은 꾸준히 소식이 전해져 온 이유로 대비가 가능한 상황이다. 대기업의 경우, 한국에서 수입한 원부자재 및 제품 재고 확보에 꾸준히 신경을 써 왔기 때문에 현재 페소가치 하락의 영향은 특별히 없다. 현지 바이어들은 달러 대비 페소화 환율이 다소 상승했다고 해서 수입을 축소할 생각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