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이정민 기자, 최동현 기자, 김원규 기자]KDB대우증권의 새 주인이 결정됐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누가 대우증권을 인수할 것이냐 에서 미래에셋과 대우증권이 자기자본 7조8000억원, 자산 63조6000억원대의 초대형 증권사로 다시 태어나면서 어떠한 시너지를 만들 수 있을까에 집중되고 있다. 대우증권 매각이 증권가에 미칠 파장도 업계 주요 관심사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양사 사업부문의 중복이 적고 강점과 약점이 뚜렷한 만큼 합병시 약점이 서로 보완돼 시너지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해외 시장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는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의 투자은행(IB) 및 브로커리지부문 강점을 발판 삼아 금융상품 해외 판매에 탄력을 받을 수도 있고 대우증권은 미래에셋증권의 자산관리 사업 노하우를 이어받아 이 부문 역량이 강화될 수도 있다.
김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증권은 자산관리 분야가 뚜렷한 강점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대우증권 입장에서는 미래에셋증권 영향으로 자산관리와 운용 부문이 강화하는 시너지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양사의 약점 보완은 주가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앞서 양사의 서로 다른 밸류에이션 격차를 좁히는 차원에서 주가 조정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이는 이슈 점화에 따른 일시적 현상에 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도 "미래에셋과 대우의 스타일이 많이 다르다"면서 "이 때문에 합병 후 어느 방향으로 회사의 전략이 짜여 질 지는 앞으로 관심 있게 지켜봐야할 부분"이라고 전했다. 그는 "합병법인이 미래에셋의 강점을 더 키우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면 다른 증권사들은 대우가 영향력을 행사하던 IB분야에서 영역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합병법인은 향후 양사 노조와의 협의와 업무 분야의 화학적 결합이라는 과제에 직면할 것"이라며 "수익 시너지와 자본력을 활용한 IB역량 검증이 보다 중요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앞으로 대우증권 인수자금을 어떤 식으로 조달하느냐에도 주목하고 있다.
전 연구원은 "합병 후 최종자본 규모는 단순 합산 대비 낮을 수도 있지만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증자 전 대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자산순이익률(ROA) 감소에도 불구, 레버리지(차입투자) 증가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연구원은 "미래에셋증권이 이번 인수를 위해 추가 자금 조달을 활용할 경우 이에 대한 이자비용을 감당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초대형 증권사 탄생은 IB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던 국내 증권사들이 주목을 받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서방국과 노무라 같은 일본 IB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리그에 최근 막대한 자본력을 내세운 중국 IB들이 공격적인 행보를 나타내며 끼어들고 있다. 이번에 자산관리와 자산운용부문 역량이 높은 미래에셋이 IB, 브로커리지 분야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는 대우증권을 껴안은 초대형 IB로 거듭나면서 글로벌 IB들과의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다.
다만 양사 합병 과정에서 노조의 결합 문제는 풀어야 할 숙제다. 미래에셋증권은 산업은행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완전 고용 승계를 제1원칙으로 한다'고 명시했지만 대우증권 내부에서는 겹치는 사업 분야 인력의 구조조정이 있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대우증권 노조측은 전날 성명서를 내고 미래에셋증권의 자금조달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자용 노조위원장은 "미래에셋증권은 위법논란이 있는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인수 자금을 조달하려 한다"면서 인수 실사팀의 본사 방문을 물리적으로 막는 방안과 노조 투표를 통한 총파업을 예고해둔 상태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김원규 기자 wkk0919@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