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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이브, 본지 산타클로스 단독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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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이브, 본지 산타클로스 단독인터뷰 산타클로스.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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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2015년 12월 24일. 성탄절날 눈이 오지 않을 거라는 예보를 들으며, 쓸쓸한 기분으로 집 뒤의 들길을 산책하고 있었다. 문득 밤하늘 한켠에서 흰 구름 한 뭉치가 뚝 떨어지는 걸 보았다. 그 구름뭉치는 놀랍게도 내 집 지붕으로 내려와 앉았다. 구름처럼 보인 그 뭉치는 지붕 위에서 가볍게 펼쳐졌다. 그 위에는 사슴이 끄는 썰매를 탄 붉은 옷의 노인 하나가 보였다. 마치 미니어처 장난감같이 작은 썰매와 작은 사슴, 그리고 작은 노인이었다. 아! 내가 가볍게 탄성을 냈다. 노인은 내 인기척에 놀란 표정이었다. 혹시 산타...? 내 말에 그는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입에다 검지 손가락을 갖다댄 작은 노인은 나를 향해 한 손을 흔들고는 지붕 한쪽에 있는 굴뚝 속으로 들어가려 했다. 잠깐만요! 나는 그를 불렀다.

“나는 40년 동안 당신을 믿어온 사람입니다. 당신이 꾸며낸 존재가 아닌 걸 알고 있었다고요!”


이 말에 그는 고개를 돌려 이마 섶으로 내려온 모자를 잠깐 들어올리더니, 지붕 이쪽으로 다가왔다.

“그래요?”
“예. 산타할아버지. 정말 반가워요. 제가 신문사에서 일하는 기자란 거, 알고 계신지요? 바쁘시겠지만 한 5분 정도 인터뷰를 하면 안될까요?”
“인터뷰요? 그런 거 하면 안되는데...”
“뭐, 곤란한 건 여쭙지 않겠습니다. 편하게 생각하시고 세간의 궁금증을 좀 풀어주십시오.”
“허...참.”


이렇게 해서 시작된 인터뷰다. 길지 않은 시간이라, 많은 것을 물을 순 없었다. 그러나 그의대답은 솜처럼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 우선, 언제부터 이 일을 하게 되셨습니까.


“그게, 약간 복잡해요. 저는 원래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살았어요. 말을 타고 다니며 바이킹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신이었지요. 내 아들 토르는 염소 수레에 선물을 싣고 다녔죠. 저는 270년에 소아시아(지금의 터키)의 중앙지방에 있는 파타라시라는 곳에서 사람으로 태어났습니다. 천성적으로 남의 어려움이나 불행을 보면 못 참았지요. 이웃에 세 자매가 살았는데, 너무나 가난해서 애인이 있었는데도 결혼을 할 수 없었어요. 저는 성격이 내성적인 편이라, 어떻게 그들을 도와야할지 고민을 많이 했지요. 남에게 저의 행동이 보이는 걸 싫어했거든요. 그래서 한밤 중에 세 자매의 집 지붕 위에 올라갔습니다. 그곳에 있던 굴뚝에다가 금화가 든 주머니를 집어넣었습니다. 금화 주머니는 미끄러져 자매들이 잠자던 방에 떨어졌는데, 마침 벽난로 옆에 말리려고 걸어두었던 양말 속에 들어갔더군요. 이튿날 일어난 세 자매는 양말 속에 들어있는 금화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지요. “누가 이런 선물을 가져다 놓았을까? 아마도 우리의 결혼을 도와주려 성인(聖人)이 다녀가신 게 틀림없어.” 이것이 첫 ‘선물’이었지요.”


- 산타클로스란 이름은 어디서 나온 건가요?


“저는 이후 주교(主敎)가 되었는데 성 니콜라스라고 불렸습니다. 아이들을 유난히 사랑했기에 ‘어린이 수호천사’로 일컬어졌습니다. 성 니콜라스는 라틴어로 ‘상투스 니콜라우스’입니다. 신대륙인 아메리카에 당도한 네덜란드인들은 저를 ‘산(세인트) 니콜라우스’라고 불렀습니다.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어린이를 사랑했던 나의 행동을 기리며 축복의 선물을 나누곤 했습니다. 이들의 표현이 약간의 발음 변화를 거치면서 ‘산타클로스’가 되었지요.”


- 빨간 천에 하얀 테두리가 있는 옷과 모자는 어떻게 된 겁니까.


“사실 전 처음엔 특별히 빨간 옷을 입은 적은 없습니다. 오히려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검은 옷을 입었지요. 루돌프 사슴이나 썰매는 눈길을 달려왔을 저를 상상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입니다. 저는 사람들의 상상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진짜로 루돌프를 키우고 썰매를 만들었습니다. 인간이 제 지금의 모습을 그려낸 건 1863년이었어요. 토마스 나스트라는, 독일 팔츠지방 출신의 미국 만화가의 상상력이 빚어낸 것이지요. 빨간 옷, 검은 벨트, 약간 뚱뚱해 보이는 체구, 눈같이 하얀 수염, 인자한 미소. 그게 모두 나스트의 꿈에서 생겨난 것입니다. 나스트는 유명한 정치 만화가죠. 엉클샘과 민주당의 당나귀, 공화당의 코끼리를 도안한 사람입니다. 이 만화가는 1862년에서 4년간 주간지 하퍼스 위클리(Harper's Weekly)에 ‘크리스마스 할아버지’라는 삽화를 그렸어요. 내 얼굴은 팔츠지방의 란다우에서 전설로 내려오는 털보 니콜라스(Pelznickel)을 모델로 했지요.”


- 코카콜라 산타 이야기는 어떻게 된 겁니까.


“그게요. 아주 헛소리는 아닙니다. 하든 선드블롬이라는 스웨덴 출신의 미국 화가가 저를 그렸죠. 이 사람은 아마도 나스트의 그림을 알고 있었겠지요. 1931년 코카콜라사는 성탄절 기념 광고에 대대적으로 산타클로스를 실었죠. 요즘에 나도는 산타의 이미지는 사실, 선드블롬이 그린 그림과 많이 닮았죠. 특히 내가 술취한 것처럼 뺨이 붉은데, 그건 코카콜라 회사의 트럭 운전사가 모델이라고 해요.”


- 이제 그런 얘기는 그만하고...다른 얘기를 좀 해볼까요. 특별히 아이들을 사랑하셨다고 했는데, 선물을 아이들에게만 주는 이유가 있나요?


“아. 제가 아이들을 좋아하긴 하지만, 선물을 아이들에게만 주는 건 아닙니다. 선물을 주는 일은 즐겁습니다. 특히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생각하는 동안의 기쁨은 무척 크죠. 내가 준 선물을 받았을 때 좋아하는 이의 표정을 생각하는 건, 가슴이 설레는 일입니다. 아이들에게 주는 선물은, 그 아이들이 꼭 필요로 하는 것입니다. 사람은 나이에 따라 좋아하는 것이 달라지고 원하는 것도 달라집니다. 아이들은 비싼 건 원하지 않고, 지금 막 갖고싶은 그것을 원합니다. 그래서 그들에겐 그런 것을 주지요. 그러나 어른들은 조금 다릅니다. 아이들에게 주는 선물로는 만족하지 않을 겁니다. 그들에겐 좀 더 ‘깊이 있고 오래 가는’ 선물이 필요합니다. 그런 선물은 대개 유형(有形)이 아니라 무형(無形)입니다. 축복이나, 만족이나, 희망 따위는, 내가 어른의 양말 속에 종종 넣어주는 선물입니다. ”


- 아, 그렇군요. 그러니까 아이들에게만 선물을 주는 건 아니군요. 그렇다면 성탄절 이브마다 세계적으로 들끓는 가짜산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합니까. 예를 들면 부모라든가, 학교선생님이라든가, 아니면 이벤트 직원이라든가... 동심을 깨고싶지 않은 어른들의 마음을 어떻게 봐야 하는 걸까요.


“그건 가짜산타가 아닙니다. 세상에 가짜산타는 없습니다. 모든 산타는 다, 제가 먼저 그들에게 산타의 마음을 선물한 것입니다. 그들은 제 마음을 가지고 아이들의 머리 맡에 몰래 선물을 놓는 것입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선물을 줄 때는 굴뚝을 타고 내려가지만, 그건 아이들의 상상력에 걸맞는 행동을 하느라 그런 것입니다. 저는 세상의 많은 착한 사람들의 마음 속으로 자유자재로 드나들 수 있답니다.”


- ‘산타를 믿는 어른들’이란 모임이 있다고 하던데...그렇다면 산타님은 거기 자문위원이라도 맡고 계신 건가요?


“천만에요. 저는 그런 모임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산타는 믿고 안믿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산타는 신앙이 아니라, 선택같은 것입니다.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 가치인가, 혹은 타인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상념같은 것이예요. 저는 비록 성탄절 이브에 많이 활약하지만, 신앙의 전파를 목적으로 하는 건 아닙니다. 모든 인간의 마음 속에 깃든 어질고 부드럽고 이타적인 본성. 그것들을 찾아나서는 것입니다. 저의 선물은, 사랑의 본질을 담고 있습니다. 사랑은 받는 것도 아니고, 주고받는 것도 아니다. 오직 사랑은 주는 기쁨이다. 이 진실을 전파하려고 다니는 겁니다.”


- 바쁘신데 너무 오래 잡고 있는 건 아닌지...끝으로 한 말씀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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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000년 동안 인간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러 다녔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궁핍과 불만, 그리고 불행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더 늘어났습니다. 내가 선물을 나눠주는 뜻은, 선물을 받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줌으로써, 무엇인가를 베푸는 일의 소중함을 일깨우려한 것입니다. 선물이 그냥 선물이 아니라, 선물하는 마음을 공부하라는 뜻입니다. 주는 마음은 세상을 풍요롭게 할 것입니다. 그걸 느끼도록 하는 게 저의 존재 이유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잠깐 즐거워한 뒤,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빠르게 잊어버립니다. 영악한 아이들, 어리석은 어른들. 아무도 산타를 거울삼지 않고, 산타는 그저, 마케팅하는 장사꾼들만 애호하는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여전히 희망을 버리지 않고, 사람들에게 달려갑니다. 타인을 사랑하라. 어려운 자들을 도우라. 소리 내지 말고 몰래 꾸준히 사랑하라. 올해도 나는, 그 복음을 전하려 굴뚝의 그을음을 마다않고 사람들 속으로 들어갑니다. 저는 '착한 거짓말' 놀이에 쓰이는 크리스마스 장난감이 아닙니다. 당신 속에 깃든 사랑을 찾아내는 사람입니다. 기자님도 새해는, 누군가를 위해 선물을 준비하는 한 해가 되기 바랍니다.”


-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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