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SK그룹이 16일 그룹 정기인사를 통해 2016년 그룹 전략의 정점인 경영 진용을 갖췄다. 3년 만에 그룹 경영에 복귀한 최태원 회장(얼굴)은 이번 인사에서 큰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했다. 주력 계열사의 CEO들이 모두 유임되는 등 그룹 사장단 교체는 단 3명에 그쳤다. 국제유가 하락, 미국 금리인상 등 경영 여건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변화를 최소화해 위기 극복을 해나가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교체설이 나오던 사장들이 유임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새롭게 출범한 최태원호(號)의 과제는 경영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에너지ㆍ통신ㆍ반도체 등 3대 핵심 사업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는 데 있다.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 조대식 SK(주) 사장 등 주요 계열사 CEO들을 모두 유임한 것도 안정 속에 변화를 꾀하자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핵심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의 정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 시킨 것은 지난해 37년 만에 적자를 낸 SK이노베이션을 올해 흑자로 바꿔놓은 공을 높이 평가하는 동시에 국제유가 하락 등 시황이 어려운 상황에 사업의 경쟁력을 한층 더 강화해달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정 신임 부회장이 수펙스추구협의회 전략위원장에서 에너지ㆍ화학위원회 위원장으로 보직이 바뀐 것도 이 때문이다.
통신시장 포화로 정체를 겪고 있는 SK텔레콤에 대해선 통신회사에서 벗어나 미디어 플랫폼 회사로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미디어부문을 신설했다. 미디어부문을 신설한 것은 케이블TV 1위 회사인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추진하면서 미디어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공정거래법상 손자회사의 한계를 극복하고 투자와 확장을 지속하기 위한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 회장이 사면ㆍ복귀 후 직접 46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밝히는 등 남다른 애정을 보여온 만큼 SK의 손자회사인 하이닉스를 자회사로 승격하는 방안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것도 최태원호가 풀어야 할 과제다. SK는 그룹 총매출액이 2011년 155조원, 2012년 158조원, 2013년 157조원, 지난해 165조원 등으로 최근 수년간 정체돼 있는 상태다. 특히 최 회장이 2013년 1월 구속 수감된 이후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이 사실상 이뤄지지 못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SK가 새로운 진용을 꾸렸고, 최 회장이 내년 2~3월 최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하면 과감한 M&A 전략을 앞세운 공격적인 경영 전략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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