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길 SK이노베이션 대표·김영태 커뮤니케이션위원장, 부회장 승진
-면세점 탈락했던 SK네트웍스 문종훈 사장 유임 등 대부분 재신임
-'변화'보다는 '안정'…임원 승진은 전년대비 소폭 증가, 137명 승진
-70년대생 첫 대표로 발탁 등 40대 승진자 48%→59%로 증가…조직 '활력' 기대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SK그룹은 16일 926일간의 최태원 회장 장기 공백기 동안 안정적으로 그룹을 이끌어온 인사들에 대해 보은(報恩) 인사를 냈다.(본지 16일자 1·5면)
이날 SK그룹은 2016 정기인사 발표를 통해 82명의 신규 선임을 포함, 137명의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주력 계열사 대표들이 유임되면서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한 것이 특징이다. 장기간의 오너부재 속에서도 그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온 경영진을 재신임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부 자회사에서는 70년대생 승진을 통해 세대교체를 꾀한 것도 주목된다.
이중 SK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한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대표는 깜짝 승진자로 꼽힌다. 정 대표는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이 사상 최대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설 수 있도록 진두지휘했다. 특히 올해는 4년만에 최대실적을 눈앞에 두고 있어 국제유가 하락과 경기부진 등으로 시황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선방했다는 평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공군 전자전훈련장비(EWTS) 납품' 사건으로 재판에 소환돼 자리에서 물러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 회장의 각별한 신임을 얻어 부회장으로 승진한다. 최 회장이 정 대표의 무혐의를 확신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 대표와 함께 김영태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도 SK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지난 2012년 말 수펙스추구협의회가 현 체제로 구성됐을 때부터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을 맡아온 김 위원장은 최 회장의 지난 2년7개월간 공백기 동안 김창근 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함께 그룹을 무난하게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10월 말 제주도에서 2박3일간 열린 SK그룹 최고경영자(CEO) 합숙 세미나에서 최 회장은 "SK그룹이 어려운 여건에서도 흔들림이 없었던 것은 수펙스추구협의회가 구심점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며 수펙스추구협의회에 대한 두터운 신뢰를 나타냈다. 이에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도 SK그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온 공로를 높게 평가받아 유임됐다.
주요 계열사 대표들도 모두 자리를 지켜 큰 폭의 변동은 없다. 장동현 SK텔레콤 사장과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 조대식 SK(주) 사장,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 등 4개 주요 계열사 CEO가 유임되는 등 대부분의 계열사 CEO들이 자리를 지켰다.
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하지 못해 '교체설'이 나돌았던 문종훈 SK네트웍스 사장도 이번 인사에서 유임됐다. SK네트웍스는 지난 11월 면세점 재특허 심사에 탈락하며 23년만에 광장동 워커힐 면세점 자리를 두산에 내줘야했다. 주가가 면세점 사업자 발표 직전대비 28% 이상 급락하는 등 SK네트워크의 사업 불확실성이 커지자 회사 안팎에서는 문 사장의 책임론이 일었다. 이에 문 사장은 임직원들에게 "동요말고 현재 맡은 바 직무를 다해달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 독려하는한편 자사주 1만주를 장내 매수하며 책임경영을 실천했다.
이밖에 김형건 SK트레이딩 인터내셔널 사장은 SK종합화학 사장으로 임명하고 이완재 SK E&S 부사장을 SKC 사장으로 승진발령 냈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는 1970년대생을 관계사 사장으로 내정하는 등 세대교체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2년 임기가 끝난 SK트레이딩 인터내셔널 대표 자리 후임에 1971년생인 송진화 SK이노베이션 전무를 발탁해 눈길을 끌었다. 1970년대생이 SK그룹 계열사 대표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송 전무를 비롯해 40대 승진자는 지난해 48%에서 올해 59%로 높아졌다. 패기 있고 유능한 인재를 발탁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번 인사는 최 회장이 올 8월 사면 이후 처음 실시한 인사라는 점에 있어서 주목을 끌었다. 최 회장이 이번 인사에서 '변화'보다 '안정' 속 혁신을 선택한 것은 내년 불확실한 경제상황 속에서 기존 경영진들을 재신임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최 회장은 사면 직후 서린동 본사 사옥으로 출근해 계열사 사장들의 보고를 받는 등 2년7개월간의 경영공백 메우기에 분주했지만, 아직까지는 대폭 물갈이를 통한 '변화'를 줄 때는 아니라도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보다는 안정에 중점을 두며 주요 계열사 대표들을 대부분 유임하는 쪽으로 방점을 기울인 것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이번 인사를 마무리 짓고 내년 2~3월께 지주사인 SK㈜,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의 등기이사직에 복귀할 예정이다.
이만우 SK그룹 PR팀장은 "아직 끝나지 않은 위기상황과 불확실한 미래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젊고 유능한 인재를 전진배치하는 세대교체형 인사를 단행했다"면서 "이를 통해 창조적 혁신을 바탕으로 기업가치를 높이고 경제활성화를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전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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