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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열의 體讀]흙수저를 쥐여주는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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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부유해져도 사라지지 않는 빈곤문제
사회학자 로이스는 권력의 구조로 가난을 해석한다


그는 말한다, 가난이 사라지지 않는 진짜 이유는
불평등한 상황을 이어가려는 치밀한 전략때문이라고

가난이 조종되고 있다


[최대열의 體讀]흙수저를 쥐여주는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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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현대사회가 수십년 전보다 더 많은 부(富)를 쌓았음은 명백한 사실이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생산성은 비약적으로 늘었고 우리는 더 많은 재화를 만들어내고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그렇다면, 가난은 사라졌는가? 이 질문에 쉽게 고개를 끄덕이긴 쉽지 않을 것이다.

질문을 바꿔보자. 가난한 사람이 줄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러한 문제의식은 한 국가의 위정자나 지도층, 지식인집단만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가난의 문제는 당장 나와 이웃, 필부필부가 한 사회 안에서 사람답게 살고 있느냐의 차원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사회학자 에드워드 로이스가 쓴 '가난이 조종되고 있다'는 이러한 빈곤에 대한 문제의식이 깔려있는 책이다. '가난과 권력(poverty and power)'이라는 원저의 제목과 '구조적 불평등의 문제'라는 부제는 저자의 생각을 응축해 보여준다. 간결한 표현처럼 로이스의 주장은 선명하다. 정의로운 가치를 떠받드는 현대 사회에서도 가난이 근절되지 않고 지속되는 건 불평등한 권력구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의 인식을 따르면 가난하다는 사실은 단순히 소득이 적거나 가진 자산이 충분치 않다는 차원의 문제만은 아니다. 개인 혹은 집단이 가난한 이유는 그렇지 않은 권력이 불평등한 상태를 해소할 의지가 없거나 또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이어가려는 치밀한 전략을 꾸준히 펴고 있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이 부유해지는 길이 더욱 좁아지고 각종 사회 안전망은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음에도 누구도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파헤치려고 하지 않는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가난은 개인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문제'라는 생각은 일견 단순해 보이지만 저자는 우리 사회가 이러한 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책의 서두부터 앞쪽 상당 부분은 가난의 원인을 개인으로 돌리고 있는 각종 사회이론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데 할애했다. 태어날 때부터 '낮은 지능'을 물려받았기에, 혹은 가난한 집단 고유의 문화에 둘러싸여 있다거나 교육을 덜 받아서 가난하다는 이론을 저자는 조목조목 따져 논리적 허구성을 찾는다.


국가경제가 성장함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아지기는커녕 심화되고 있는 건 분명 잘못된 상황이다. 저자에 따르면 경제가 발전하면서도 빈곤율이 줄지 않는 현상은 미국에서 1980년대 처음 나타났다.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지만 전후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미국은 성장을 이어갔고 그 안에 대다수 사람은 돈을 벌고 불평등은 줄었다.


저자는 "1970년에서 1998년 사이에 국가 총소득 중 상위 1%가 가져간 몫은 8%에서 15%로 크게 늘었다"면서 "부유층은 부의 창출과 생산성 향상으로 인한 혜택을 점점 독식하는 반면 소득 빈곤층은 1960년대에 비해 노동으로 자급자족하기 훨씬 더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최대열의 體讀]흙수저를 쥐여주는 손 가난이 조종되고 있다 에드워드 로이스 지음 배충효 옮김 명태 2만2000원


가난은 복잡한 사회현상이 맞물려 있는 문제다. 인종·성별에 따른 차별은 물론 주택·교육·교통, 건강·보건 등 사회 전반에 걸친 불평등은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면서 연결돼 있어 빈곤의 원인이자 결과물로 작동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책의 전체적인 서술구조는 단순하면서도 일목요연하다. 먼저 가난을 바라보는 시선, 원인에 대해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이론과 개념을 소개한 후 각각의 잘못된 논리를 꼬집는다. 이후 정치·경제·사회·문화 차원에서 가난을 어떻게 규정하는지를 살핀다. 그리고 저자가 가장 강조하는, 사회 구조적인 관점에서 접근한다. 크게 세 장으로 나눈 후 각 장마다 결론을 냈고 책 전체를 아우르는 결론을 따로 뒀다. 상당히 체계적인 구성이다.


자연스레 책의 말미에 놓인 결어는 권력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로 이어진다. 가난하다는 사실은 돈이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뜻이다. 불평등과 빈곤을 지속시키는 기저에는 권력의 작동방식이 있기에, 단순히 직업교육을 확대하거나 복지예산을 늘리는 수준에서 접근해서는 근본적인 치유가 될 수 없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미국에 집중돼 있다. 책에 인용한 주요 통계자료나 논문 역시 대부분 미국을 배경으로 한다. 원저의 초판이 나온 시기가 2009년인데 몇 년의 시간과 물리적 공간을 뛰어넘은 2016년 한국에서도 저자의 시선과 주장은 유효하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발생한 자조 섞인 '수저계급론'을 보수 매체에서도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는 현실은 불평등과 가난을 대하는 우리 자세의 한 단면이다.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조차 영위하지 못한다면 그 역시 제대로 된 사회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흐름대로라면 불평등과 빈곤 문제의 해결은 요원하다. 결국 다시 해법은 정치에 달려 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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