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과도한 채무로 한때 금융기관들의 공동 관리를 받았던 대한전선이 3000억원의 유상증자 납입으로 자금에 숨통이 트이면서 계열사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한전선은 전날 한국증권금융에 235억원을 대여해준다고 공시했다. 신규 대여금은 145억원, 기존 대여금은 90억원으로 이자율은 연 7%다. 한국증권금융은 대한전선이 최대주주인 칸서스무주파인스톤사모부동산투자신탁의 신탁업자다. 대여금이 한국증권금융을 거쳐 계열사인 칸서스무주파인스톤사모부동산투자신탁으로 흘러들어 간다는 얘기다. 대한전선도 이에 대해 계열사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서라고 대여 목적을 밝혔다.
이날 대한전선은 계열사인 엔티개발제일차피에프브이㈜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이 회사 채권을 출자전환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대한전선이 껴안게 되는 이 회사 주식은 930만9767주, 930억9767만원 규모다.
올 9월에서야 채권 금융기관의 손아귀를 벗어난 대한전선이 거꾸로 외부기관과 계열사에 자금을 지원해주자 일각에서는 '격세지감'이라는 촌평도 나온다. 대한전선은 최근 3년간 자본잠식 상태였다. 3분기 말 기준 대한전선 부채총계는 2013년 1조9838억원, 2014년 1조8000억원, 올 3분기 말 기준 1조5761억원으로 매년 줄고 있지만 아직 1조원 넘는 부채를 떠안고 있다. 반면 자본총계는 2013년 2711억원, 2014년 734억원, 올 3분기 말 기준 4446억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재무 상태는 호전됐지만 여전히 부채총계가 자본총계의 배를 넘는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상반기 매출 9275억원, 영업이익 89억원, 순이익 54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한 데 이어 3분기에도 영업이익 138억원, 당기순이익 133억원을 기록, 흑자기조를 이어가며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때 '현금부자'로 유명했던 대한전선은 2008년 이후 부침을 겪었지만 최근 니케로 최대주주가 바뀌면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지난 10월 니케가 새 주인이 되면서 유상증자(3자배정) 대금 3000억원을 납입해 신규 자금이 유입됐기 때문이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금융기관의 관리를 받는 등 힘든 시기였지만 3000억원이 유입되면서 재무 구조가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계열사들 재무구조 개선에도 차츰 나설 예정"이라고 했다.
대한전선이 계열사 재무구조까지 손보는 건 거래정지조치 사유가 됐던 경영투명성 ·재무구조·안정성 등의 과제를 풀기 위해서다. 대한전선은 지난해 12월4일부터 주식 거래가 막혔고 상장 폐지될 위기까지 몰렸다. 상폐 위기는 넘겼지만 거래소는 내년 3월25일까지 개선 기간을 부여했다. 이에 대한전선은 지난달 19일 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에 개선계획 이행 여부에 대한 심의요청서를 냈다. 이와 관련해 거래소는 오는 10일까지 심의를 거쳐 상장 적격성 유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