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주택에 사는 청년창업가 A씨. 공동 식당에서 옆방에 사는 친구와 함께 밥을 먹고 출근길에 나선다. 집 근처 지하철역에 세워져 있는 공유자전거를 타고 코워킹(coworking) 공간으로 일하러 간다. 공유주택의 보증금은 50만원에 월세는 20만원. 공유자전거는 한 달에 1만원의 회비를 낸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코워킹 공간에 가면 1인 창업가들이 자유롭게 흩어져 자신의 업무를 보고 있다. 은평구의 옛 질병관리본부에 자리한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무료 협업공간이다.
A씨는 주말에 지방 출장을 갈 예정이지만 차 걱정은 하지 않는다. 차량공유서비스를 이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현재 가장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차량공유서비스는 '쏘카'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주변의 쏘카를 찾아서 사용할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으면 차량 이용신청, 스마트키, 결제, 반납 등의 절차를 쉽게 진행할 수 있다. 지방출장 시 묵을 숙소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해결했다. 에어비앤비는 방 또는 집 공유서비스 프로그램이다.
공유경제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A씨와 같은 사례가 현실이 되고 있다. 1984년 하버드대학교의 마틴 와이츠먼 교수가 발표한 '공유경제:불황을 정복하다'라는 논문에 처음 등장한 공유경제 개념이 2000년대 정보기술(IT)의 발달로 진화한 것이다. '소유에서 공유로'라는 발상의 전환을 일으키면서 '자본주의의 지속성'을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남는 자산을 거래함으로써 비용을 아끼고 자원의 낭비를 막으며 나아가 새로운 유형의 서비스산업을 활성화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세계 각국에서 빠르게 공유경제가 확산되고 있다. 공유하는 자산은 방 또는 집을 나누는 숙박, 차량, 금융, 공간, 재능 등 다양하다.
세계적으로 가장 활발하게 성장한 공유경제 비즈니스모델은 에어비앤비와 우버서비스다. 에어비앤비는 이미 전 세계 190개국으로 확산됐으며 28조원 규모의 매출을 일으키고 있다. 우버서비스 역시 불법논란과 기존 택시업체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가운데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본인 소유의 자산을 공유하는 데서 벗어나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변질되는 측면이 있어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여전히 성장세를 계속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공유경제도 디지털 인프라를 바탕으로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공유허브를 통해 공유경제를 실천하고 있는데, 다양한 공유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낮에 여유공간이 생기는 주차장을 공유하는 서비스, 거리공연 예술가에게 건물 로비나 빈터를 제공해 주는 서비스, 사무실로 사용할 수 있는 코워킹 공간, 텃밭을 공유하는 서비스 등 공간 공유뿐만 아니라 외국인 여행객 대상 집밥 공유 프로젝트, 아이들 의류 교환 서비스, 여성의류 대여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물론 이렇게 성행하는 공유경제에 따르는 우려도 적지 않다. 기존 사업자와의 마찰이 일어나는 것은 물론 과세가 어렵고 개인 간 거래에 따른 안전문제 등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서비스 제공자와 사용자 사이의 정보 불균형도 심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
공유경제로 탄생하는 서비스는 기존의 법이나 제도로는 적절하게 대응할 수 없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유연하면서 스마트한 대응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에어비앤비를 숙박업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논의부터 시작해 어떻게 제도 안으로 안착시킬 것인가를 고민하고 결정해야 한다. 공유경제에 관한 한 앞서가는 미국 및 유럽 국가를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다. 에어비앤비를 제도 안으로 끌어들인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유연한 태도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스마트한 정책결정 등에서 배울 점이 있다.
때마침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서비스산업 선진화 국제포럼의 주제로 '공유경제의 확산:쟁점과 해법'을 택했다. 저성장 시대로 접어드는 한국 경제의 주요 과제는 서비스산업의 선진화다. 법, 규제 그리고 제도 마련 등을 통해 스마트하게 공유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면 경제 침체를 벗어나는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