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 새 영화, 한국 영화사상 최고 제작비 투자받아
세계 최대 VOD업체 '넷플릭스'…완벽한 창작의 자유까지 보장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봉준호(46) 감독이 한국영화 사상 최고 제작비를 등에 업는다. 미국 넷플릭스가 봉 감독의 새 영화 '옥자'에 5000만달러(약 579억원)를 투자한다. 이전까지 가장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한국영화는 그의 전작인 '설국열차(2013)'로 4000만달러(463억원)였다. 봉 감독은 10일 제작사인 옥자에스피시(SPC)를 통해 "'설국열차'보다 더 큰 예산과 완벽한 창작의 자유, 동시에 얻기 힘든 이 두 가지를 제공받는다. 감독으로서 환상적인 기회다"라고 했다.
넷플릭스는 세계 50여개 나라에서 가입자 6917만 명을 보유한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다. 내년 초 한국 서비스 개시를 선언하고 국내 협력사를 찾고 있다. 이번 투자는 그들의 공략범위가 비디오 제공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암시한다. 넷플릭스는 이미 데이비드 핀처(53) 감독, 케빈 스페이시(56) 주연의 '하우스 오브 카드'와 13세기 마르코 폴로의 여정을 그린 '마르코 폴로'를 자체 제작, 시즌 전 분량을 동시에 공개하는 신 개념의 서비스로 미국 드라마 시장에 혁명을 일으켰다. 영화 시장에서도 기존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들과 달리 신선하고 독창적인 영화들에 투자해 많은 주목을 받는다. 아프리카 내전의 소년병을 소재로 한 캐리 후쿠나가(38) 감독의 '비스트 오브 노 네이션(2015)', 브래드 피트(52) 주연의 '워 머신(2016)', '와호장룡2(2015)' 등이 대표적이다.
'옥자'에는 플랜비엔터테인먼트가 공동제작사로 참여한다. 피트가 세워 화제를 모은 중견 제작사로 그동안 '디파티드(2006)', '월드워 Z(2013)', '킥 애스 2: 겁 없는 녀석들(2013)', '노예 12년(2013)', '셀마(2014)' 등을 만들었고, 현재 넷플릭스가 투자한 '워 머신'을 제작한다. 봉 감독은 "과감하고 도전적인 작품을 만들어온 회사다. '옥자'에 저돌적인 에너지가 뒤섞이길 기대한다"고 했다.
'옥자'는 사연 많은 동물과 산골 소녀의 뜨거운 우정을 그리는 작품이다. 항간에 괴수영화라는 소문이 돌았지만 봉 감독은 "등장하는 동물은 무서운 괴수가 아니다. 덩치만 클 뿐 착하고 순하다"고 했다. 이어 "옥자와 소녀를 둘러싼 세상이 더 괴물 같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거친 세상의 한복판을 통과하는 둘의 기이한 여정과 모험을 독창적으로 그려보겠다"고 했다.
봉 감독은 '괴물'의 김태완 프로듀서와 '마더'의 서우식 프로듀서, '설국열차'의 최두호 프로듀서와 함께 '옥자'에 제작자로도 참여한다. 틸다 스윈튼(55), 제이크 질렌할(35), 폴 다노(31), 켈리 맥도날드(39), 빌 나이(66) 등의 출연이 확정된 가운데 소녀를 연기할 배우의 오디션이 진행 중이다. 내년 상반기 한국과 미국 뉴욕을 오가며 촬영해 2017년 개봉할 예정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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