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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몬스터]악마같이 벌어 천사같이 쓴다, 조지 소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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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英금융을 항복시킨, 희대의 환투기꾼…헤지펀드계 걸어다니는 전설

[머니몬스터]악마같이 벌어 천사같이 쓴다, 조지 소로스 조지 소로스(일러스트=이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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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검은 수요일(Black Wednesday)'.

지금으로부터 23년 전인 1992년, 당시 유럽에는 준 고정환율제인 '유럽 환율 매커니즘(ERM)'이 있었다. 1990년 ERM에 가입한 영국이 1992년 9월16일 수요일, 파운드화에 대한 환 투기 세력의 공세에 백기 투항하고 2년여 만에 ERM을 탈퇴했다. 국제 금융가에서 유명한 검은 수요일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조지 소로스(85)다.


검은 수요일 이전까지만 해도 소로스는 그저 돈깨나 버는 펀드 매니저에 불과했다. 일개 펀드 매니저가 단 하루 만에 영국 중앙은행을 농락한 사건은 소로스를 전 세계적인 스타 투자자 반열에 올려놓았다. 더 정확히는 각 국의 통화 정책 당국자에게는 두렵고 악랄한 환 투기꾼으로 알려져 공공의 적 같은 존재로 부상했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는 소로스를 비롯한 헤지펀드 세력을 '악의 축'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소로스의 과감한 베팅은 "확신이 들면서도 작게 베팅한다면 아무 소용도 없다"는 그의 투자 원칙에 따른 것이었다. 소로스는 당시로서는 천문학적 돈인 100억달러(약 11조3000억원)를 끌어 모아 파운드화 투매에 나섰고 다른 헤지펀드가 가세해 결국 파운드화 환율을 바닥까지 떨어뜨렸다.


영국 중앙은행은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 보유고를 풀어 파운드화를 매입하고, 하루에만 두 차례 단기 이자율을 올리는 비상조치를 취했지만 헤지펀드의 공격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소로스는 이 사건으로 가볍게 10억달러 이상의 차익을 남겼고 자신에게 돈을 맡긴 투자자에게도 막대한 이익으로 보답했다.


'오마하의 현인', '투자의 귀재' 칭호를 붙이는 워런 버핏과 같은 투자 대가들과 달리 소로스에게는 유난히 다양한 수식어가 뒤따른다. '악랄한 투기꾼'에서부터 '헤지펀드계 대부', '경제철학자'에 이어 '세계 최대 자선사업가'까지 소로스의 실체는 종잡을 수 없다.


소로스에게도 투자 실패의 아픔은 있었다. 파운드화로는 큰돈을 벌었지만 엔화 투자에서는 손실을 입었다. 소로스는 1994년 미국과 일본의 무역 협상이 타결되면 엔화가 결국 하락할 것으로 보고 엔화를 집중적으로 매도했다. 그러나 엔화는 1995년 초 사상 최고치(달러당 79엔)까지 치솟았고 소로스는 6억달러 손해를 봤다.


1998년에는 러시아의 모라토리엄(부채상환 유예) 선언으로, 러시아 주식을 많이 들고 있던 소로스는 20억달러에 이르는 손실을 입었다. 또 1999~2000년 '닷컴 버블' 당시에 닷컴주 공매도에 나섰다 실패하기도 했다. 2007~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위기 때는 공매도를 통해 대규모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소로스는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통령 당선자 신분으로 처음 만나 투자를 요청한 해외 투자자가 바로 그였다. 이때의 인연으로 소로스는 1999년 유동성 위기에 빠진 서울증권(현 유진투자증권)을 인수하기도 했다.


소로스는 특유의 감각과 정보력을 앞세운 무자비한 투자를 통해 막대한 부를 얻었지만 자선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소로스가 세운 자선단체 '오픈 소사이어티(열린사회재단)'는 전 세계 50개국에서 활발한 자선활동을 펼치며 해마다 4억달러 이상을 기부한다.


그룰 둘러싸고 '악마같이 벌어서 천사처럼 쓴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을 사람들은 그의 어린 시절에서 찾곤 한다. 소로스는 헝가리 출신 유복한 유태인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1944년 나치가 헝가리를 침략하면서 1947년 런던으로 이주한 이후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야만 했다. 철도역 짐꾼, 웨이터, 마네킹 조립공장을 전전했던 소로스는 그 때를 "생애에서 가장 어려웠던 시절"이라고 회상한다. 역경을 딛고 그는 런던 정경대에 진학해 세계적인 석학 칼 포퍼 교수를 인생의 스승으로 모시면서 또 다른 인생 2막을 열기 시작했다.


소로스 경제 철학의 바탕이 되는 개념은 오류성과 재귀성(再歸性)이다. 인간의 사고는 오류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왜곡된 생각은 잘못된 행동으로 옮겨져 현실 세계에 영향을 끼치고 그로 인해 바뀐 현실 세계가 다시 사람의 생각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즉 세상은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에 빠져 있다는 것인데, 이런 불확실성에 대한 해결책을 '열린 사회'에서 찾고자 했다.


소로스는 2009년 10월 고향인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중부유럽대학에서 닷새 동안 강연한 내용을 엮은 책 '소로스 특강 : 이기는 패러다임'에서 "사람들의 다양한 견해와 이해관계, 비판이 수용되고 권력에 대한 진실도 밝힐 수 있는 '열린 사회'가 어떤 사회보다 불확실성 속에서 오류를 바로잡아 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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