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미납자 72.6% 노역, 27%만 노역장 유치
-노역은 경제수준따른 처벌 불평등 야기…사회봉사 적용기준 완화해야
[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 300만원 이하의 벌금미납자는 노역장에 유치되는 대신 사회봉사를 선택할 수 있지만, 신청하는 이들은 4명 중 1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벌금형을 선고받고 돈을 내지 않은 이들은 1만8984명이다. 노역장에 유치된 이들은 1만3779명(72.6%)으로 나타났다. 사회봉사 대체로 노역장 유치를 면한 이들은 5205명(27.4%)에 머물렀다. 사회봉사 대체 제도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한형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사정책연구원이 발간한 '형사정책연구 103호'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이러한 원인을 진단했다. 지난해 벌금 대체 사회봉사를 신청한 이들은 6226명이다. 신청자 중 5205명이 사회봉사 대체로 노역장 유치를 면한 것은 주목할 부분이다. 사회봉사를 신청만 하면 허용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벌금 대체 사회봉사를 신청한 6226건 중 2274건은 집행취소ㆍ중단됐다. 벌금 완납으로 인한 사유가 49%로 가장 많았다. 준수사항 위반도 28%에 이르렀다. 흥미로운 대목은 사회봉사를 만만하게 봤다가 실제 해보고 나서 벌금을 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차라리 벌금을 내는 게 편할 것이란 판단을 뒤늦게 한 셈이다.
벌금 미납자에게 사회봉사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는 2009년부터 시행됐다. 벌금형이 빈부격차에 따른 '처벌의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부유층은 벌금형을 선고받아도 돈을 내는 데 큰 부담이 없지만, 저소득층은 벌금을 낼 돈을 마련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노역장에 유치되는 경우가 있다.
경제적인 사정으로 벌금을 내지 못하는 이들 입장에서 사회봉사 제도는 활용 가치가 있다. 현재 사회봉사 대체 제도는 벌금 300만원 이하를 선고받는 경우만 허용하고 있다.
벌금액별로 사회봉사제도를 활용하는 비율은 200만원 이상 300만원 미만이 34%로 가장 많았다. 100만원 이상 200만원 이하는 27.3%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벌금액이 소액인 100만원 미만인 이들의 사회봉사 대체 신청 비율은 16.6%로 가장 낮았다.
한 교수는 사회봉사 특례 적용의 기준을 손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300만원 이하로 돼 있는 사회봉사 대체 허용 기준을 500만원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얘기다. 아울러 사회봉사 대상자의 생계유지를 위해 휴일과 야간에도 사회봉사를 이행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는 게 한 교수 설명이다.
한 교수는 "상당수의 벌금미납자가 사회봉사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노역장에 유치되고 있다"면서 "이는 다수의 벌금미납자에게 사회봉사가 노역장유치의 대안으로서 충분히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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