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결합상품 소비자 편익 부각·알뜰폰 방향 잡기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CJ헬로비전을 인수합병 하는 SK텔레콤의 코앞에 놓인 과제가 만만치 않다. 4일 CJ헬로비전에 따르면 케이블 가입자 10명 중 4명은 아날로그 가입자다. 제1과제는 이들의 디지털 전환이다. 결합상품 영역 확대로 인한 이동통신사·케이블사 반발을 어떻게 넘느냐가 두번째다. 이와 관련해 미래창조과학부가 인수합병시 인가심사 시 어떤 조건을 내 걸지가 관심사다. 세번째는 CJ헬로비전 알뜰폰의 방향이다. 인수 후 '알뜰폰 시장 장악'이라는 낙인을 피하려면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CJ헬로 아날로그 가입자 38%, 디지털 가입자 전환 관건
CJ헬로비전의 케이블TV가입자 수는 410만명 3495명(9월 기준)이다. 이 중 38%인 155만9328명이 아날로그TV 가입자다. SK텔레콤이 인수합병 효과를 거두려면 이들을 디지털TV 가입자로 전환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일례로 VOD와 같은 디지털 콘텐츠를 판매하려면 3분의 1이 넘는 CJ헬로비전 가입자들이 아날로그에 머물러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SK텔레콤도 디지털 전환 방안에 골몰하고 있다. 미래부에 인수합병 인가 신청을 할 때 관련 사업 계획도 포함할 계획이다. 유료방송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CJ헬로비전망은 서울·경기권을 제외한 강원·전라·경상도에 포진돼있다. 유료방송 업계는 2008년 하나로텔레콤 인수로 서울·경기권 망을 가진 SK텔레콤이 이번에는 지방에 디지털 전환 마케팅을 펼치면 기존 사업자와 출혈 경쟁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결합상품 영향력 커져 이통사·케이블 반발…SKT 소비자 편익 부각해야
SK텔레콤은 이번 인수합병으로 휴대전화ㆍ인터넷 전화ㆍIPTVㆍ초고속인터넷이라는 재료에 케이블을 하나 더 얹게 됐다. 결합상품의 종류와 잠재적인 가입자 기반을 넓힌 셈이다. LG유플러스와 KT는 "케이블TV까지 무선의 끼어 팔기 상품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경쟁사들은 이번 인수합병에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이통사의 결합상품 판매 행태에 반대하는 케이블 업계도 "케이블 1위업체인 CJ헬로비전까지 SK텔레콤의 우산 아래로 들어가면 우리 목소리는 더 작아질 것"이라며 "군소 케이블 업체가 고사 위기에 몰렸다"고 지적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다양한 결합상품이 나오는 것을 단지 독과점 이슈로 바라보면 안된다"며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편익을 제공하는지가 우선 고려 대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시장 상황, 경쟁 효과 등을 판단해 인가 심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알뜰폰은 어디로…전략적 접근 필요
CJ헬로비전의 알뜰폰 가입자 85만3185명(9월 기준)에 대한 방향도 중요하다. 지난 2일 컨퍼런스 콜에서 박경일 SK텔레콤 경영전략실장은 "SK텔링크와 CJ헬로비전의 알뜰폰에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시나리오는 ▲합병 후 존속법인인 CJ헬로비전과 SK텔레콤 자회사인 SK텔링크가 따로 알뜰폰 사업을 하는 것 ▲CJ헬로비전 가입자를 SK텔링크로 이관해 통합 ▲합병 후 CJ헬로비전 가입자를 다른 알뜰폰 사업자에게 매각하는 방안 등이 있다.
인수합병시 SK텔레콤의 직접 영향 아래에 있는 가입자 비율만 30.4%(170만3542명, SK텔링크·CJ헬로비전 합계)가 된다. 미래부에 따르면 SK텔레콤 망을 빌린 사업자들까지 합치면 SK텔레콤 영향력 아래에 있는 알뜰폰 가입자만 51%에 이른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 합병은 '기존 이동통신사 견제'라는 정부 정책과 반대로 가는 셈인데다, CJ헬로비전 알뜰폰이 KT망을 써서 운영 방식을 섣불리 결정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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