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4일 100齋 맞아 추모굿 여는 양종승 박사
"선생님과 생전에 약속"
동래한량춤·성황대제·다리굿 등 예능보유자 추모굿 연행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오는 14일은 국무(國舞)로 추앙받는 고(故) 우봉(宇峰) 이매방 선생이 별세한 지 100일째 되는 날이다. 경기도 양주 청양사 도지암에서 추모굿이 열린다. 이 선생이 지난 8월 7일 향년 88세로 타계하면서 4일장(葬)과 49재(齋)를 한 뒤 맞는 큰 재다. 이 선생의 제자들, 인연 깊은 무속인과 민속학자들이 모여 이 선생이 평생 추구한 춤 정신을 기리고, 천도를 축원한다. 민속학자 양종승 박사(63ㆍ한국예술종합대학교 객원교수)가 행사 준비를 이끌고 있다.
"선생님 생전에 약속을 했어요. 사람은 누구나 죽고, 이후 좋은 곳으로 가도록 의례를 하는 게 우리 관습인데, 선생님께 '돌아가시면 제가 굿을 성대하게 해 드리겠다'고요. 아버지나 다름없는데 당연한 거죠. 100재로 잡은 이유는 100일이 완벽의 숫자이기 때문이에요. 49일이 망자가 하늘로 올라가는 날이라면, 100일은 사람이 죽어서 정식으로 조상으로 등극하는 날이죠."
양종승 박사를 지난달 28일 서울 정릉동 샤머니즘박물관에서 만났다. 이 박물관은 양 박사가 지난 2013년 사재를 털어 지은, 국내에서 흔치 않은 무속전문 박물관이다. 그는 젊은 시절 무속을 연구하며, 무당춤의 매력에 빠졌다. 굿을 공부하면서도 농악과 풍물, 탈춤 등을 배우는 데도 적극적이었다. 그러면서 우리 민속춤의 정수를 뽑아내 수준 높은 한국 춤을 일궈낸 이매방 선생과도 자연스럽게 인연을 맺었다.
고 이매방 선생의 춤은 곱고, 아름다운 자태와 한을 신명으로 풀어낸 점이 특징이다. 그의 춤에는 승천무와 살풀이춤, 대감놀이 등 굿에서 연행되는 춤사위가 녹아 있다. 그는 일곱 살 때부터 고향인 전남 목포에서 할아버지인 이대조 명인을 비롯, 다양한 춤 명인들로부터 승무와 북놀이, 검무 등을 배웠다. 스승들의 계보를 따라 올라가면 1817년 전남 옥과의 한 무속집안에서 태어난 재인 신방초라는 인물이 있다. 춤과 함께 육자배기, 가곡, 가사, 장단에 능해 호남지역에서 명성이 자자했다.
양 박사는 "이매방 선생은 뼛속까지 춤 때문에 태어나신 분이다. 많은 사람들이 존경받을 수 있는 작품으로 승화하는데 혼혈을 바쳤다"며 "일제강점기를 거쳐 해방이후 민족문화가 거의 사라질 뻔한 상황에서 민족춤의 기틀을 다졌다. 그는 민족예술 운동가"라고 했다. 이매방 선생은 '승무'와 '살풀이춤' 예능보유자로 국내에서 두 가지 종목의 무형문화재로 인정받은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
고인의 100재가 열리는 날, 그의 첫 제자 김진홍 동래한량춤 명인(80ㆍ부산시무형문화재)이 지전(紙錢 )춤을 출 예정이다. 또한 최영장군당굿, 성황대제, 다리굿 등 무속과 관련된 예능보유자들이 다채로운 굿을 연행한다. 연행에 참여하는 고인의 아내 김명자 우봉이매방춤보존회 회장(72·승무 및 살풀이춤 전수조교)을 비롯해 유가족들도 이날 이 자리에 참석한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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