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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의 책과 저자] 손광수의 '음유시인 밥 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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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의 책과 저자] 손광수의 '음유시인 밥 딜런' 음유시인 밥 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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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임 낫 데어(I'm Not There)'는 밥 딜런의 전기 영화다. 배우 여섯 명이 다양한 모습으로 딜런을 연기한다. 히스 레저, 리처드 기어, 크리스천 베일, 벤 위쇼, 케이트 블란쳇, 마커스 칼 프랭클린이 등장한다. 영화는 군도(群島)처럼 흩어진 딜런의 다양한 캐릭터 사이를 순례한다. 그리고 낯선 곳에 관객을 내려놓은 다음 말한다.


"나는 거기 없다."

나는 딜런이 '거기' 있든 없든 상관없다. 딜런은 원래 거기 없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블란쳇은 팬들이 잘 아는(안다고 생각하는) 딜런을 연기한다. 딜런은 포크로 스타가 됐지만 포크에 대한 배신 또는 반란 혐의로 더 큰 명성을 얻었다. 1965년 7월 25일, 딜런은 전기 기타를 들고 무대에 올랐다. 팝 음악사에 회자되는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이다.


손광수는 '음유시인 밥 딜런'에서 딜런의 노래를 '읽었다'. 인터넷 책방의 블로그에 책 소개를 이렇게 했다. "사랑과 저항의 가수 밥 딜런의 노래와 가사에 담겨 있는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음악을 좋아하는 이라면 재미있게 읽어볼 만하다." 이건 안 읽어보고 쓴 글이다. '음유시인 밥 딜런'은 어려운 책이다.

'음유시인 밥 딜런'을 잘 읽으려면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첫째, 딜런의 음악을 좋아하거나 자주 들었어야 한다. 둘째, 시 내지 문학에 대한 소양까지는 몰라도 상식은 있어야 한다. 그래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책 속에서 딜런은 파편처럼 흩어진다. 책 속을 오가는 시에 대한 언어들은 박사학위를 받은 영문학자의 담론으로 형상화되었다.


[허진석의 책과 저자] 손광수의 '음유시인 밥 딜런' 손광수

손광수는 딜런의 작사(作詞) 능력에 주목한다. 딜런이 쓰는 노랫말은 '문학적으로도' 수려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딜런은 1997년에 노벨 문학상 후보로 추천됐다. 추천서의 내용은 이렇다. "그의 언어와 음악은 시와 음악 간의 핵심적이며 오랜 기간 존중되어 온 관계가 회복되도록 도왔고, 세계 역사를 변화시킬 만큼 세계로 스며들었다."


이 대목에서 지독하게 궁금해진다면 '음유시인 밥 딜런'을 읽을 수 있다. 손광수는 사력을 다해 딜런의 가사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적인지, 정말 그를 시인이라고 불러도 좋은지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할 독자적 표현 방식과 '시적인' 가사에 담은 삶에 대한 비전이 딜런을 빛나게 한다"고 했다.


책이 말하려는 주제와는 별도로, 나는 딜런을 시의 영역에서 말하려는 수많은 노력을 통해 '집착'을 본다. 시란 어떠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뿐 아니라 시인이냐 아니냐를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골룸이 반지를 탐하듯 시인의 관을 갈구하지만 진짜를 구하기는 어렵다. 시는 사실 생각만큼 가까운 곳에 있지도 않다.


시 쓰기가 달콤한 언어를 생산하는 일이며 재치 있는 말솜씨, 아름다운 표현기술에 그친다면 아무도 시인이 되고자 노력하지 않을 것이다. 달콤한 재치와 아름다움 정도는 우리가 매일 보는 광고 카피, 새로 지은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기 위해 바지 지퍼를 내릴 때 눈앞에 걸린 작은 액자 속에서 볼 수 있다.


또한 시인의 무리 가운데도 폐기해야 할 부류가 있다. 이들은 신춘문예나 문예지를 통해 생산되었으나 시인의 타이틀을 문신 새긴 채 자신이 속한 집단의 어느 구석에선가 때로는 구차하게 때로는 오만하게 서식한다. 동네 양아치가 슬쩍 시퍼런 해골 그림을 보여주듯 언뜻 보기에만 휘황찬란한 내공, 그 편린을 과시하려는 속물들 천지다.


딜런은 말했다. "시인이란 자신을 시인이라고 부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이에요. 자신을 시인이라고 부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시인일 수 없는 것이죠. 봐요, 나는 시인이라고 말해보고 싶어요. 정말 내가 시인이라고 생각하고 싶어요. 그러나 시인이라고 불리는 모든 속물들 때문에 그럴 수 없는 겁니다."


손광수는 '음유시인 밥 딜런'을 올해 6월 30일자로 냈다. 이보다 앞서 2월 28일자로 나온 문예지 '시작'의 봄호에 '밥 딜런 노래의 몇 가지 주제들'이라는 산문을 기고한다. 그는 이 산문에서 '음유시인 밥 딜런'을 갈음하고도 남을 인상적인 주장을 한다. "문제는 대중이 열광하고 바라던 딜런과 '이미 다른 곳으로 이동해버린' 실제 딜런과의 괴리이다."


1960년대 미국의 '포크 운동'은 전자음을 배제한 어쿠스틱 음악만이 민중의 음악이자 정치적으로 급진적인 음악이라고 믿었다. 일렉트릭 기타의 록은 상업주의, 표준화된 음악산업과 대량문화, 민중의 종속화를 뜻했다. 그런데 손광수는 딜런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예술가이며 포크(통기타)에서 록(전기 기타)으로의 변화는 그 일부였다고 본다.


책에는 내가 좋아한 '커피 한 잔 더(One more cup of coffee)'가 나오지 않는다. "너의 아버지는 방랑자였지. 그가 네게 선택하는 법과 칼 던지는 기술을 가르쳐줄 거야. 그의 왕국에는 이방인이 들어갈 수 없어. 음식 한 접시 더 달라고 할 때 떨리는 그의 목소리. 계곡 아래로 길 떠나기 전에 커피 한 잔 더." 새로 나온 커피는 맛이 전과 다르다.


아주 오래 전, 대학을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어느 해 봄엔가 나는 손광수가 졸업한 학교에 가서 재학생들의 시화전을 본 적이 있다. 그는 졸업반이었고, 어느 모로 보아도 선비였다. 그가 뒷짐을 진 채 시화를 한 점 한 점 살펴보고 있었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저 친구도 시인을 꿈꾸었을지 모르겠군."


이 글을 쓰기 위해 자료를 뒤지다가, 그가 딜런의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유튜브를 통해 보았다. 그때 깨달았다. 지금 손광수는 이미 시인인 채 제 앞에 놓인 나날들을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 아니, 내가 여기에서 "시냐 아니냐", "시인이냐 아니냐" 같이 한심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동안에 그는 이미 다른 곳에 가 있다. 그의 책은 내게 말한다.


"I'm Not T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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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hball@


<손광수 지음/한걸음더/1만5000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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