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 담배업체, 14개비 담배 판매 논란
시장점유율 확보 위해 선제적 출시…청소년 담배 구매 조장 지적에 정부 제동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 코리아(BAT코리아)와 제이티 인터내셔널 코리아(JTI코리아)가 14개비 담배를 판매, 논란에 휩싸였다.
시장점유율 확보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출시했으나 청소년의 담배 구매를 조장한다며 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JTI코리아가 한 갑에 14개비를 넣은 2500원짜리 '카멜 블루 14개비 팩 한정판'을 이날부터 국내 주요 편의점을 대상으로 공급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한 갑에 4500원(20개비)에 판매되는 담배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싼 가격이다.
현행 담배사업법은 포장돼 있는 담배의 재포장을 금지하고 있다. 낱개로 파는 것은 불법이지만 적은 수량을 포장한 제품은 제동을 걸 수 없다. 담배가격이 신고제여서 마땅한 규제 수단이 없다.
제품 출시 소식에 소비자와 업계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특히 흡연자들은 "담뱃값이 비쌌는데 잘됐다", "포켓용으로 출시돼 좋네", "한 갑을 사면 애매하게 남았는데, 합리적이다"라는 반응이다.
반면 동종 업계의 시선은 싸늘하다. 담배제조사 한 관계자는 "담배 소량 포장 판매에 대해 규제 할 수 있는 관련 법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상도의를 벗어난 일종의 꼼수"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부당 경쟁을 초래하는 처라"라고 부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JTI코리아 관계자는 "한국인 흡연자를 상대로 조사해보니 평균 하루 담배 소비량이 14개비 정도여서 한정판을 출시한 것"이라며 "청소년의 흡연을 조장하기 위함은 아니라"고 못박았다.
앞서 BAT코리아도 14개비 던힐 한정판을 출시한 바 있다. BAT코리아 관계자는 "던힐 14개비 제품은 흡연자들이 던힐을 새롭게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한정판으로 선보인 것으로 현재는 판매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당국도 14개비 담배가 청소년의 담배구매를 조장한다며 제동을 걸었다. 복건복지부가 소량 포장 담배를 규제하겠다고 나선 것은 상대적으로 싼 가격 때문에 청소년이 담배를 사기 쉽게 만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은 가격에 민감한 청소년의 담배 구매 가능성을 높이는 무상 배포, 낱개 판매 및 소량 포장 담배를 금지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미 캐나다(1994년), 미국(2010년)은 담배 한 갑에 20개비 미만으로 판매할 수 없으며, EU 28개국도 내년부터 한 갑에 최소 20개비 이상으로만 판매하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소량 포장 담배는 청소년들의 담배 구매를 쉽게 하는 문제점과 더불어, 시장점유율을 높일 목적으로 한시적으로 가격을 낮춘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FCTC에서 금지하고 있는 담배 판촉 행위로 가격인상을 통한 흡연율 감소 정책의 효과를 반감 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회적인 담배 판촉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20개비 이하 포장 판매 금지 및 담배 광고, 판촉, 후원 금지를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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