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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관 출신 ‘해남 촌놈’의 시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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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전세종]

사령관 출신 ‘해남 촌놈’의 시골 이야기 <윤 장군은 틈만 나면 장터와 노인정, 포구, 논밭을 찾아다니며 주민들의 이야기를 경청한다. 귀가 제대로 열려야 입도 정직해진다는 게 그의 한결같은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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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김없이 길을 나선다. 논두렁이든 시장통이든 포구든 노인정이든 사람들이 있는 곳이면 스스럼없이 다가선다. 사람들이 반가이 맞아준다.

주민들이 이런저런 세상사를 늘어놓는다. 윤재갑(60)씨는 한 구절도 놓치지 않을 듯이 경청한다. 자신의 생각이나 신념을 말하기보다는 사람들의 속내를 고스란히 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전직 해군 장성이다. 더욱이 사령관 출신이다. 40여년 전 스무살 피 끓는 나이에 해군사관학교에 들어가 집안에 경사를 안겼었다. 송곳 하나 꽂을 곳 없는 가난을 뒤로 그는 자랑스럽게 군인의 길로 들어섰다.

촌놈인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교수와 선배들로부터 열심히 배우는 것과 국가에 충성하는 것뿐이었다. 뒷배도 연줄도 없는 그가 동기들보다 뒤처지지 않으려면 모범에 모범을 더하는 노력과 희생이 필요했다. 이를 악물고 앞만 보며 달리다보니 늘 선두그룹에 서 있었다.


그에게 딴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오직 휴가(방학) 뿐이었다. 사관학교 생도로서 좌우 살필 겨를 없이 달리다 고향을 찾은 그는 그때서야 냉혹한 현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경남 진해에서 고향 해남까지 오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깨끗이 빨아 날 세워 다림질한 제복은 온종일 걸리는 흙먼지길에 누렇게 변했다. “내 고향 해남이 이다지도 시골벽지였던가. 지지리도 가난하고 힘겨운 이 곳이 내 고향이구나.”


‘주경야독’으로 대학원 학업에 매진…‘청렴결백’ 외길 지켜

군생활로 돌아간 그는 더 야무지게 스스로를 단속했다. 그러나 호남 출신이라는 약점 아닌 약점 때문에 그의 진로는 터덕거렸다. 인사철이면 동료들과 선후배들 모두 그를 승진 '0순위’로 꼽았지만 해남 촌놈인 그에게 앞길은 쉬 열리지 않았다. 그나마 그가 뒤처지지 않고 여단장이며, 사령관 등을 두루 역임한 것은 순전히 성실한 노력 덕분이었다.


자신을 다듬는 것 밖에는 달리 길이 없기도 했지만 향학열에 불타오른 그는 주경야독으로 경남대, 국방대, 고려대, 서울대 등의 대학원을 다니며 실력을 갈고 닦았다. 나중의 일이지만 ‘방산비리’로 수십명의 장성들이 옥살이를 했으나 청렴결백의 외길을 걸어온 그는 오히려 훈장과 표창을 받았었다.


사령관 출신 ‘해남 촌놈’의 시골 이야기 <윤 장군은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 어느곳에서나 주저앉아 대화를 나눈다. 주민들의 이야기를 집약하는 게 파수꾼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지역차별의 벽에 가로막힌 그는 수년 전 옷을 벗었다. 전역한 뒤 그동안 빈틈없는 군 생활 때문에 챙기지 못했던 친지들과 선후배들을 찾아다니며 인사를 나눴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니 고향 발전에 밑거름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용솟음쳤다.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게 제2의 인생으로서 가치로운 일이라는 신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가 30여년을 부대끼며 공부하고 지켜왔던 바다. 누구 못지않게 알 만큼 아는 바다. 그 바다의 현실과 미래가 고향 발전의 청사진과 관통하고 있다는 사실이 가슴 벅차게 다가왔다.


오랜 군 생활 동안 주로 지시하는 입장이었겠지만 지금 그는 귀 기울이는 일에 열중이다. 사람들이 듣고자 할 때 솔직하고도 강직하게 자신의 소신을 말하지만 되도록이면 듣고 또 들으려 한다.


‘바다의 이치’ 헤아리는 안목으로 ‘청사진’ 실현 꿈꿔

사령관 출신 ‘해남 촌놈’의 시골 이야기 <윤재갑 장군이 "지역의 미래는 바다를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달려 있다"는 소신을 역설하고 있다.>


2012년 19대 총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하면서 그는 절절이 깨달았다. 올바른 정치란 ‘입’보다는 ‘귀’가 열려야 한다는 사실을….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호언장담하고 다니는 정치꾼에게 둘릴 시골사람은 이미 없다. 사람들은 머리를 맞대고 현실의 문제와 미래의 걱정을 나누는 사람을 갈망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눈만 뜨면 대문을 나선다. 뚜벅이로 이곳저곳을 찾아다닌다. 그가 꿈꾸고 이루려 하는 청사진을 설파하고 싶지만 우선은 지역민들의 보다 절실한 현실을 들으려 한다. 그래서 언젠가 기회가 주어진다면 자신의 귀로 제대로 들은 것들을 중앙무대에서 정확하고도 강직하게 말하고, 실현하고자 한다.


흙투성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황토밭과 논두렁, 온몸에 소금꽃이 피도록 구르고 뛰었던 고천암 갯벌…. 이 땅과 바다에 이제 새로운 청사진을 그려야 할 때다. 비록 행정구역으로는 해남, 완도, 진도로 나뉘었다 해도 그 땅이 그 땅이며 그 바다가 그 바다다. 나라를 지키던 그가 이제 고향의 파수꾼으로 돌아왔다.


인생의 절반을 바다에서 보낸 그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구절이 있다.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말이다. 그는 지금 실감하고 있다. 고향의 발전은 ‘바다를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바다와 육지의 이치를 제대로 배워온 그의 청사진은 뚜렷하다. 생명산업인 농수축산업의 발전과 유통구조 혁신, 철도·도로 등 인프라 구축을 통한 문화관광산업의 확대, 친환경산업 유치 등이다.


나아가 중국과 동남아를 겨냥한 역사문화벨트 조성에 대한 포부도 지니고 있다. 완도의 청해진, 진도의 용장산성, 해남의 우수영을 연계한 대한민국 최고의 역사문화관광단지를 조성하는 일이다.


이러한 꿈을 다지고 또 다지며 그는 걷고 또 걷는다.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서 주민들의 생각을 듣고, 또 자신의 꿈을 전파하고자 그는 오늘도 길을 나선다.



<윤재갑 장군은…>

사령관 출신 ‘해남 촌놈’의 시골 이야기 <윤재갑 장군>

▲화산초·중학교 ▲해군사관학교 ▲경남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국방대학 안보대학원 ▲고려대 행정대학원 수료 ▲서울대 행정대학원 수료


▲UDT 여단장 ▲잠수함 전단장 ▲해군 제1함대 사령관 ▲해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장 ▲해군본부 감찰실장 ▲해군 군수사령관 ▲목포해양대 초빙교수
▲보국훈장 천수장 ▲대통령 표창 ▲국가유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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