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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싶은 섬, 생일도’의 전복 이야기

시계아이콘읽는 시간3분 3초

[아시아경제 전세종]


“청정 해역, 알맞은 수온, 질 좋은 미역·다시마” 최고 품질
서성항 식당에 ‘전복 직판장’ 운영…소비자 직접 주문 급증


‘가고 싶은 섬, 생일도’의 전복 이야기 <동원수산유통의 김대성 대표가 전복이 다닥다닥 붙은 셸터를 들어보이고 있다. 해양 심층수 순환방식으로 질 좋은 미역과 다시마를 먹고 자란 전복이 싱싱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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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이 보양식의 으뜸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전복을 싫어하는 사람도 보지 못했다. 좀 비싸서 그렇지 누군가 사주기만 한다면 배 터지게 먹고 싶다는 게 정직한 속내일 것이다. 하물며 청정바다에서 길러낸 ‘참전복’이라면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전복의 본고장 완도사람에게 묻는다. “어느 섬으로 가면 가장 맛있는 전복을 먹을 수 있어요?” “생일도로 가야지라우. 생일도 전복이 젤로 쫄깃쫄깃하제~.”

생일도라고? 얼마 전에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된 곳이다. 이름만 들어봤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다.


그래. 세상사 제쳐두고 완도로 가자. 가고 싶은 섬, 생일도로 떠나자. 사는 게 별건가. 좋은 데 보고, 맛있는 거 먹고, 함박웃음 속에 서로 정 나누면 그게 천국이지.


생일도에 가려면 강진 마량을 경유하는 게 편하다. 마량까지는 광주서 1시간30분 걸린다. 마량서 고금대교를 건너 약산 당목항까지는 대충 20분 거리다. 당목항에서 생일도 서성항까지를 잇는 철부도선을 타야 한다. 뱃삯은 3500원, 자동차는 1만4300원(소형 1만2000원)을 받는다.


참 좋다. 청량한 남해를 가르고 달려온 갯바람이 찌든 심신을 씻어낸 듯 시원하고 개운하다. 선장이 뱃머리를 돌리자 다도해의 절경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미역이며 다시마, 청각을 기르는 양식장의 부표들이 물새떼처럼 눈부시다.


‘가고 싶은 섬, 생일도’의 전복 이야기 <생일도의 관문 서성항. 생일도라는 섬 이름을 상징하기 위해 매표소 지붕을 생일케이크로 장식했다.>


이런 저런 생각에 30분이나 흘렀을까. 문득 큼직한 산이 앞을 가로막는다. 무등산처럼 품이 넉넉한 산이다. 듬직한 산세가 트레킹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그래, 언제 한번 걸어보자. 나중에 알고 보니 백운산(483m)이다. 완도읍의 상황봉 다음으로 완도에서 두 번째 높은 산이란다.


배가 자그마한 포구로 들어선다. 마주 보이는 대합실 지붕에 생크림 케이크가 얹혀 있다. 그래, 들은 적 있다. 생일도 섬 이름 ‘생일’을 비유해 매표소 지붕을 예쁜 생일케이크로 장식한 것이다. “해피 버쓰데이 투 유, 에브리원~!” 생일을 맞은 지구상의 모든 이를 축하해주며 서성항의 품에 안긴다.


‘가고 싶은 섬, 생일도’의 전복 이야기 <서성항에서 내리면 처음 마주치는 월드식당. 전복 직판장을 겸한 이 식당에서는 여러가지 전복요리를 해준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랬다. 생일도의 자랑거리라니 전복부터 맛보자. 여러 사람이 추천한 '월드식당'으로 갔다. 식당 앞에 ‘생일도 전복직판장’이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발길을 붙잡는다. 아이스팩 포장도 해주고, 택배로 부쳐도 준단다.


주문한 전복 요리가 줄줄이 상에 오른다. 막 건져낸 전복을 모양 좋게 썰어놓은 전복회, 양념장을 머리에 둘러쓴 전복찜, 약불에 잘 구워진 전복구이….


‘가고 싶은 섬, 생일도’의 전복 이야기 <청정해역 생일도 바닷물로 길러낸 전복회. 고품질 미역과 다시마 등 사료 덕분에 쫄깃한 식감과 함께 깊은 맛을 지닌다.>

처음 보는 것도 있다. 먹기 좋게 토막 친 전복과 통마늘, 붉은 고추쪼가리들을 함께 덖은 요리다. 젓가락이 절로 간다. 매콤하면서도 고소한 감칠맛이 입안에 그득해진다. 캬~ 일품이다.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매운 전복·통마늘볶음’이 어울리겠다.


전복의 진정한 맛은 게우라는 게 내 생각이다. 게우란 전복의 내장으로 영양덩어리다. 누런 색은 수컷이며 초록색이 암컷이라고 한다. 감칠맛이 빼어나 한없이 먹고 싶지만 예민한 체질인 사람은 많이 먹으면 배앓이를 할 수도 있다.


아무튼 생일도 전복, 정말 맛있다. 오동통한 살집에 쫄깃한 식감, 입속을 가득 채우는 고소한 갯맛…. 전복 하나만으로도 ‘가고 싶은 섬’ 맞다.


‘가고 싶은 섬, 생일도’의 전복 이야기 <전복볶음>

생일도 예찬론자 김모(52)씨를 소개받았다. 아들과 함께 전복 양식업을 하고 있는 김씨의 별명은 ‘생일도 도지사’. 곁에 있던 분이 “생일도 전부를 자신의 집처럼 아끼고 챙기는 성격이어서 붙은 별명”이라고 귀띔한다. 무슨 상관이랴, 아무튼 지사님(?)으로부터 전복 교육을 받았다.


전복의 품질을 결정하는 몇 가지 필요조건이 있다. 적정한 수온(8~23℃), 오염되지 않은 바다 환경, 미역·다시마 등 품질 좋은 먹이, 어민의 정성스런 보살핌…. 이 모든 조건을 갖춘 생일도 전복을 ‘일품’으로 치는 게 당연하겠다.


참고로 미역을 먹고 자란 전복이 다시마를 먹인 전복보다 식감이 좋고 맛도 깊다고 한다. 하지만 양식어민들은 철에 따라 미역과 다시마를 번갈아 준다고 하니 그게 그거다.


전복은 또 양식이나 자연산이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양식전복은 미역이나 다시마로 키우고, 자연산 전복은 파래나 자반을 덤으로 먹는 정도 차이다.


‘가고 싶은 섬, 생일도’의 전복 이야기 <동원수산유통의 해상가두리 양식장. 청정한 바다와 알맞은 수온, 질 좋은 미역과 다시마로 키워낸 생일도 전복은 그 품질이 으뜸이다.>


내친 김에 양식장 구경에 나섰다. 서성리에서 육상(수조)양식과 해상가두리양식을 병행하는 ‘동원수산유통(대표 김대성)’을 찾았다. 바닷가에서 좀 떨어진 가두리양식장을 먼발치로 바라본 뒤 육상양식장으로 들어갔다. 어마어마하게 넓다. 해상가두리양식장이 500칸, 육상수조가 450칸이라고 한다.


전복을 좀 보여 달라 했더니 김대성(30) 대표가 수조 속에 잠겨 있는 셸터를 두어 개 들어올렸다. 전복이 셀 수 없을 만큼 다닥다닥 붙어 있다. 알맞은 크기로 잘 자란 전복이 속살을 드러낸 채 힘자랑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해상가두리양식보다 육상양식이 전복 품질을 높이기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수조의 철저한 관리로 위생상태를 완벽하게 할 수 있는데다 필요할 때 고품질의 먹이를 차질 없이 주는 등의 관리방식이 전복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가고 싶은 섬, 생일도’의 전복 이야기 <바닷가에서 올려다본 동원수산유통의 육상양식장. 수조를 돌고 나온 해양심층수가 폭포처럼 쏟아진다.>


아닌 게 아니라 양식장 수조는 물론 바닥에도 잡티 하나 없다. 비린내나 짠내도 나지 않는다. 김 대표에게 “양식장이 이렇게 깨끗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하자 양식장 밖의 급수관과 배수시설을 안내한다.


직경 60㎝쯤 되어 보이는 거대한 급수관 2개가 바닷속에서 양식장까지 이어져 있다. 양식장 맨끝쪽에 있는 배수시설은 폭포처럼 바닷물을 토해내고 있었다. 10미터 깊이에서 끌어올린 해양 심층수가 한시도 쉬지 않고 양식장을 돌고 나가는 식이었다.


‘동원수산유통’은 도매 유통을 주로 하지만 생일도가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된 뒤 미디어에 소개되고 입소문이 퍼지면서 도회지 소비자들의 소량 주문이 계속 늘고 있다고 한다. 생산자-소비자 직거래 방식의 미래가치를 고려하는 김 대표는 직접 주문하는 소비자들에게 덤으로 ‘다시마’를 끼워 보내주는데 소비자 호응이 크다고 귀띔했다.


전복도 먹고 양식장 구경도 했으니 생일도를 둘러보자. 백운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목의 테마공원에서 내려다보는 용출마을 해변이 그림 같다. 용이 승천을 위해 빠져나왔다는 용굴 전설의 무인도가 풍경화의 화룡점정이었다.


그윽한 분위기의 몽돌해변, 금모래로 유명한 금곡해수욕장, 백운산 암벽을 뒷벽 삼아 고즈넉이 들어앉은 학서암 등 명소도 곳곳에 숨어 있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은 트레킹에 쏠린다. 해송과 보리수, 후박나무, 동백 군락지, 억새풀이 모양 좋게 배치된 트레킹 코스가 인기를 얻고 있다. 4시간 정도 걸리는 일주코스를 걸은 뒤 전복요리를 먹고 전복을 포장해 가는 알뜰 산악인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가고 싶은 섬, 생일도’의 전복 이야기 <카페와 노래방, 민박집을 두루 갖춘 월드민박.>


육지로 돌아가기 위해 서성항으로 돌아왔다. 뱃시간이 남아서 서성리 주변을 둘러본다. 다음에 오면 어디서 먹고, 어디서 잘 것인지 봐두고 싶었다.


앞에서 말했던 ‘월드식당’이 밥집으로는 제격이다. 육해공 모든 요리를 해주는데다 ‘생일도 전복 직판장’을 겸하고 있어 편리하다.


곁에는 ‘월드민박’(대표 천귀숙)이 나란히 있다. 건물 구조가 좀 교묘하다. 앞쪽은 카페여서 여러 종류의 차를 팔고, 뒤쪽에는 노래방도 갖춰져 있다. 선착장에서 스무 걸음이니 배편 기다리기에도 그만이다. 2층은 민박집으로 쓰이는데 방이 5개라고 한다.

‘가고 싶은 섬, 생일도’의 전복 이야기 <간판과 달리 6개의 방으로 구성된 유촌리 활주로민박집.>


좀 더 조용한 쪽은 없는가 물었더니 약 2㎞ 떨어진 곳에 ‘활주로 민박’을 추천한다. 천 대표가 함께 운영하는 곳인데 10명이 잘 수 있는 방이 2개, 4~5인용 방이 4개라고 한다.


이것저것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시원한 음료도 주기에 고맙다고 했더니 “다음에 들르시면 차 접대는 할 게요”라고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다. 그래, 생일도 사람들의 속정이겠다.


한나절을 머물고 생일도를 떠난다. 아쉽다. 식당에 남기고 온 전복요리도 아쉽고, 생일도 속살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떠나는 것도 아쉽다. 아쉬움을 남겨야 다음에 또 오고 싶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배에 오른다. 가고 싶은 섬, 생일도는 서성항에서 멀어질 때 더욱 아름다웠다.



동원수산유통(대표 김대성) 전복 직판장 : 010-7271-0253
월드식당(대표 안순영) : 010-3931-4154
월드민박/활주로민박(대표 천귀숙) : 010-4635-3624


전세종/노해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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