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장관 "최광·홍완선 동시 사퇴 바람직"..23일 기금운용위 무기한 연기
[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 비연임 결정에서 촉발된 보건복지부와 최광 국민연금 이사장의 갈등이 갈수록 격화되며 기금 운용까지 차질을 빚고 있다.
23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당초 이날 열리기로 예정됐던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무기한 연기됐다. 기금운영위원회는 사용자ㆍ근로자ㆍ지역가입자 대표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국민연금 기금과 관련한 최고의결기구다. 복지부 장관이 위원장,국민연금 이사장이 위원, 기금운용본부장이 간사로 참여한다.
위원회 주요 인사 세 명이 '인사 갈등' 정점에 서 있는 만큼 순조로운 진행 자체가 불가능한 셈이다.
보건복지부는 최광 이사장의 본부장 비연임 결정을 심각한 절차 위반으로 보고 자진 사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진엽 복지부 장관은 지난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참석해 국민연금 인사 사태와 관련한 의원들의 질문에 "(최 이사장이) 충분히 협의했어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며 사회적 물의를 빚은 것에 책임져야 한다"며 "본인이 자진 사퇴 의사를 표명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 이사장과 홍 본부장 사이 갈등으로 조직에 문제를 초래했으니 둘 다 물러나야 한다는 게 복지부 입장인가'라는 한 야당 의원의 질문에 "제 생각은 그렇다"고 답변했다.
최 이사장은 지난 20일 정 장관과 만남을 가진 뒤 '사퇴 불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특히 복지부가 만남 결과에 대해 "(최 이사장이) 책임을 지겠으며, 조만간 입장을 발표할테니 시간을 달라"고 언급한 것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퇴 언급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강조하며 오히려 자신이 다른 제안을 내놓고 정부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이 각자의 입장을 굽히지 않은 채 서로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하는 만큼 갈등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최 이사장이 계속 뜻을 굽히지 않으면 국민연금공단과 최 이사장에 대해 기관 경고나 기관장 경고 등의 징계를 할 수 있고, 이보다 강도 높게 대통령에게 최 이사장의 해임을 건의할 수 있다. 하지만 기관ㆍ기관장 경고의 경우 뜻을 굽히게 할 만큼 강도가 쎄지 않고, 해임건의는 대통령이 직접 판단을 해야 하는 부담이 큰 만큼 섣불리 다음 단계의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갈등 장기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대한 면직은 임명 절차와 마찬가지로 복지부 장관의 제청에 따라 대통령이 결정한다. 최 이사장의 임기는 내년 5월 말까지다.
이에 따라 500조원 규모의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 운용에 심각한 차질이 우려되면서 정부와 국민연금 수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조태진 기자 tj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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