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5년간이 인구재난에 대비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경고가 나오는 가운데 대통령 직속 저출산ㆍ고령사회위원회는 오늘 '제3차 저출산ㆍ고령사회 기본계획안'을 마련, 공청회를 열었다. 이번 대책은 대체로 기존의 기혼 가구에 대한 보육지원에서 결혼과 출산을 어렵게 하는 주거ㆍ고용난 해결로 초점이 옮겨진 것으로 분석된다. 결혼하기 좋은 여건, 아이 낳기 좋은 여건을 조성해 현재 1.2명 수준인 합계출산율을 5년 내에 1.5명으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정부 발표대로 이번 대책에는 연애ㆍ결혼ㆍ출산을 포기하는 이른바 '3포 세대'를 지원하기 위한 방안들이 많이 마련됐다. 신혼부부의 전세대출한도를 높이고 임신ㆍ출산 관련 의료비를 줄여주며 결혼식 불공정행위에 대한 단속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미혼남녀를 위한 단체미팅까지 주선하겠다는 데서 비혼(非婚)ㆍ만혼(晩婚) 추세를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고심을 읽을 수 있다. 세계 최저수준의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하는 형편에서 이 같은 방안들에 대해 굳이 흠잡을 건 없다. 사실 효과가 확실한 획기적인 대책이 나오기도 힘들다.
그러나 획기적 대책이 있기 힘들다는 바로 그 점에 저출산대책의 핵심이 있으며 또 현 정부가 놓치고 있는 점이 있다. 즉 인구재난에 대해서는 단기적이며 국부적인 대책들도 필요하지만 정부의 긴박한 위기감과 강력한 의지가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인구절벽' 문제는 국가적 위기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출범 2년 뒤인 지난 2월에야 처음으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연 데서 저출산에 대한 박근혜정부의 위기감이나 강력한 대응 의지를 읽기는 힘들다. 당장 내년부터 시행될 3차 계획을 연말이 가까워서야 내놓았다는 데서도 얼마나 깊은 고민과 모색이 있었는지 의문이 들게 한다.
저출산ㆍ고령화 현상에 국가적 차원의 인식과 대처가 필요한 것은 거기에 우리 사회의 문제들이 총체적으로 집약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사회 구성원들이 우리 사회를 2세를 낳아 기를 만한 곳으로 보느냐의 문제다.
마침 오늘 나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5 삶의 질' 보고서는 한국의 결혼ㆍ출산 포기 현상에 대한 한 해답을 제시해 준다. 한국인들은 스스로 매긴 삶의 만족도에서 자신을 밑바닥권으로 평가했다. 특히 어려울 때 의지할 이들이 있는지, 밤에 혼자일 때 안전하다고 느끼는지를 묻는 항목에서 최하위였다. 어린이들이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도 가장 짧았다. 이 같은, 경제적 어려움 이상의 한국인들의 삶에 대한 불안을 총체적으로 봐야 저출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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