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블프 효과 있었다"…연례 행사 만들겠다고 밝혀.
시장 평가는 엇갈려, 백화점은 기대 vs 대형마트·편의점·재래시장은 효과 못 미쳐
시기, 할인폭, 할인품목 조정 필요하다는 의견 많아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지난 2주간 추진한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이하 블프)가 14일 막을 내렸다. 국내 첫 대형 할인행사로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과 재래시장까지 참여한 이번 행사를 놓고 평가는 엇갈린다. 수 년만에 20%대 매출 신장을 기록한 백화점들은 소비심리 회복에 긍정적이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또, 모처럼 살아난 소비심리를 이어가기 위해 블프가 끝나자마자 추가 대형 할인행사를 마련했다. 반면 대형마트, 편의점, 전통시장에서는 효과를 보지 못한 반쪽짜리 행사였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행사 기간인 1~11일까지 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 온라인쇼핑몰 등 92개 업체와 200개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백화점, 온라인쇼핑몰, 편의점 등의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평균 2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산업부에 따르면 롯데, 현대, 신세계백화점 매출은 전년대비 24.7%, 홈쇼핑과 인터넷 면세점 등 11개 온라인쇼핑몰 매출은 26.7% 증가했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는 4.3% 신장했다.
전통시장도 효과를 봤다는 것이 정부의 집계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행사에 참여한 200개 시장 중 50개 시장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8%가 전년대비 10% 이상 매출이 증가했다.
정부는 이같은 효과에 힘입어 코리아 블프를 연례행사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현대백화점 신촌점에서 유통업계 관계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앞으로 소비자 의견 등을 충분히 수렴하고 업계와 긴밀히 협의해 정례화 시기, 행사기간, 행사명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준비해 제조업체의 참여를 확대하고, 할인율도 높여 업체와 소비자 모두 윈-윈 하는 행사가 되도록 할 것"이라며 "전통시장과 영세업체도 소외되지 않고 행사의 중심이 되도록 보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긍정적 평가와 달리 유통업체들마다 체감의 차이는 분명했다. A백화점 관계자는 "집객 효과가 컸고 매출이 늘어 효과를 봤다"며 "샤워 효과로 행사장이 아닌 층까지 매출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B백화점 관계자는 "블프 효과가 나쁘지는 않지만 앞으로는 업체 주도로 행사를 추진하고 정부는 외국인을 끌어들이는 해외홍보나 세제혜택 등을 지원해야 된다"고 밝혔다.
C 편의점 관계자는 "블프 자체의 취지는 공감하나 편의점의 경우 평소에도 워낙 할인행사를 많이 하다 보니 매출에 효과가 있었는지 분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소비자들도 차별된 부분을 느끼기 어려웠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D 편의점 관계자도 "블프 기간이라고 해서 매출에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평소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재래시장의 불만이 유독 컸다. 한 시장 관계자는 "블프에 대응하기 위해 풍선과 현수막 등을 달고 홍보 행사도 준비했지만 매출이나 방문객은 평상시와 다를 바가 없었다"며 "다양한 제품을 갖춘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비해 제품이 한정돼 효과를 보기는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영등포 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추석 직후 손님의 발길이 뜸해지는 지금 다시 할인 행사를 하라는 게 말이나 되는거냐"며 "매출에 도움이 안됐다"고 한숨지었다.
행사 시기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백화점 관계자는 "해외명품 등은 시기상 10월이 재고처분의 기간이 아니기 때문에 타이밍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재고 물량이 모이는 연말이 적당하다"고 전했다. 이번에 참여하지 않은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이번 블프는 제조업체가 소외된 유통업 중심의 블프였기 때문에 참여가 저조했다"며 "연간 시즌 오프 및 행사, 이벤트 일정을 참고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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