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서울 강남구 KTX 수서역 인근에 경남기숙사를 짓기로 하면서 강남구와 강남주민들이 갈등을 빚고 있다.
주민들은 해당 용지의 당초 용도대로 도서관을 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강남구는 직접 땅을 매입할 재정 여력이 없으므로 경남도가 기숙사를 짓도록 하고 그 일부를 도서관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는 입장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소유인 자곡동 경남기숙사 예정지(4950㎡) 주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와 초등학교 운영위원회, 유치원 학부모회 등은 "경남도가 도서관 부지를 매입해 재경 학숙을 건립하는 방안을 반드시 저지하겠다"며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경남학생 우대? 강남구민 홀대? 강남구청은 각성하라!'는 등의 현수막도 다수 게시하고 있다.
이들은 온전히 주민을 위한 도서관으로 조성하지 않고 대학생 기숙사의 일부로 만들면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한 주민은 최근 강남구에 낸 민원에서 "누가 봐도 재경기숙사 학생들을 위한 도서관"이라며 "남명학사(기숙사) 학생들을 위한 도서관인데 주민들을 위한 도서관이라며 속이는 기망행위"라고 비판했다.
홍준표 지사는 지난 7월 초 취임 1주년을 맞아 "서민 자녀 교육지원사업으로 개천에서 용이 나는 사회, 서민들도 용꿈 꾸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경남 출신 대학생들을 위한 가칭 '재경 남명학사' 신설을 약속했다. KTX를 이용하기 편리한 곳에 200억원가량을 들여 400명이 거주할 기숙사를 짓겠다는 것이다.
경남도는 LH 땅과 함께 서울시 SH공사 소유 용지를 함께 검토했다. SH공사는 경남도와 협의를 진행했으나 이처럼 주민들의 반대 여론이 불거지자 용지 매각을 접은 상태다.
강남구는 경남도와 협약을 맺어 LH 터에 기숙사를 지어야 주민들이 원하는 도서관도 제공할 수 있다며 도서관 용도인 대상지를 기숙시설로 바꾸고 경남도와의 협약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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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관계자는 "도서관 부지를 강남구가 매입하는데는 87억원가량이 필요한데 구 예산으로는 불가능하다"면서 "경남도가 기숙사를 지으면 320평 규모의 도서관을 조성할 수 있다. 강남구에 있는 도서관 중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반대하는 주민들은 소수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경남도와 기숙사 건설 협약을 맺겠다는 강남구의 방침은 확고하다"고 덧붙였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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