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ㆍ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방침을 밝히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민주주의에 역행한다는 반대의 목소리가 높지만 일부에서는 이번 기회에 균형 잡힌 교과서를 만들면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이에 대한 찬성과 반대를 떠나 사회적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국정 역사교과서가 가져올 후폭풍에 대해서 우려하는 이들도 많았다.
정부의 방침에 따라 2017년부터 우리나라 중ㆍ고등학생들은 역사를 통합교과서로 배우게 된다. 정부가 내세우는 논리는 현행 검인정 체계에서 발행된 교과서들이 이념적으로 좌편향돼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을 성토하는 주장이 많이 눈에 띈다. 정부의 논리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온라인커뮤니티에서 네티즌들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과거를 미화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며 정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독재국가에서만 국정 역사교과서를 쓴다"는 지적도 있었다. "역사교과서를 이념 논쟁으로 키워 총선을 치를 속셈"이라는 의혹 제기도 눈에 띄었다. "국정교과서 논쟁은 사실상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역사교육을 하겠다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선택의 문제라는 관점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이들도 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교과서를 교사와 학생이 선택할 수 있느냐, 국가가 정해주느냐의 문제"라는 지적은 많은 공감을 얻었다. 균형 잡힌 집필진을 구성하겠다는 정부의 구상에 대해서도 "대다수 역사학자들의 집필 거부로 사실상 뉴라이트 교과서가 될 것", "집필에 참여한다고 해도 소신대로 쓸 수 없을 것" 등의 우려가 쏟아졌다. 적지 않은 반대의 목소리가 확산됨에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는 데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이들도 많았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에서 지난 1주일 동안 국정교과서에 대한 언급을 빅데이터분석 시스템 펄스K를 통해 조사한 결과 부정적인 내용이 68%를 웃돌았다.
정부와 여당은 현행 역사교과서가 학생들에게 우리 역사를 부끄러운 것으로 인식하는 자기 비하와 부정적인 역사관을 심어주고 있다고 지적한다. 제대로 친일을 청산하지 못했고 독재의 긴 터널을 거쳐왔다는 점 등이 교과서에 담긴 것을 두고 하는 얘기다. 부끄러운 역사 대신 학생들이 자부심을 가질만한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는 논리다. 친일과 독재는 분명 부끄러운 역사지만 이를 빼고 독립과 민주화의 역사를 가르칠 수 없다.
역사는 듣기 좋은 것만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기록하는 것이다. 권력의 입맛에 맞는 역사를 가르치기 위해 국정 역사교과서를 밀어붙인 오늘을 역사가 후세에 어떻게 기록할 것인지 되새겨볼 일이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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