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올 하반기 유가증권시장 대어로 꼽혔던 LIG넥스원이 공모 흥행에 참패한 배경으로 '비교기업이 복병'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2~23일 진행된 LIG넥스원 일반 공모 청약 결과 경쟁률이 4.74대 1에 머물렀다. 이는 올들어 진행한 공모 청약 경쟁률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LIG넥스원은 기업가치 평가과정에서 국내에서 한국항공우주 1개사와 해외에서 록히드마틴, BAE시스템스, 레이시온, 제너럴다이나믹, 탈레스 등 6개사를 최종 비교기업으로 삼았다. 방산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액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지난해나 올해 각각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낸 기업들이다. 평가방법은 주가수익비율(PER)을 적용했다. 업종과 사업영역이 유사한 이들 상장사 PER을 조합해 평균을 내고 LIG넥스원의 순이익과 곱해 예상 시가총액을 구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와 올해 주가가 급등했던 한국항공우주는 LIG넥스원의 몸값을 키우는데 한몫했다. 지난해와 올 상반기 모두 순손실을 낸 한화테크윈이 PER 산술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한국항공우주가 PER 산정에서 절반의 비중을 가지며 활약한 것이다. 한국항공우주의 지난해와 올 상반기 PER은 각각 73.8배와 38.6배로, 해외 비교기업 평균인 18배, 20배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한국항공우주 주가는 성장성이 부각되며 올들어 최대 168%까지 급등했었다.
그러다가 지난달 11일 한국항공우주가 외인 매도세에 고점(10만6500원)을 찍고 하락 전환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국내기업 중 유일하게 비교기업으로 선정되며 LIG넥스원의 몸값을 키웠던 한국항공우주가 공모 일정이 시작된 직후 부터 급락세로 돌아서면서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것이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일반투자자들의 공모 열기가 우리 예상보다 상당히 저조했다"면서 "청약 마지막날인 지난 23일 한국항공우주 주가가 급락하는 등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전반적으로 얼어붙었던 것이 원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비슷한 시기, 현궁 납품 비리 혐의로 LIG넥스원 본사와 계열사들이 압수수색을 받았다는 소식도 기관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키웠다. LIG넥스원은 방산매출 비중 100% 유일한 순수 방산업체로 현행법에서 18개 법령의 규제를 받고 있다. 대표주관사인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지난달 기관IR 중에 터진 압수수색 소식들로 기관들의 문의가 많았다"면서 "국내사 가운데 LIG넥스원과 같이 100% 순수 방산사업체가 없다는 점도 투자심리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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