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새벽 100년 앙숙 '북런던 더비'
"아스널 꺾고 무조건 승리" 다짐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토트넘 홋스퍼와 아스널FC가 시즌 첫 라이벌 경기를 한다. 손흥민(23·토트넘)이 대열에 합류하면서 세계 축구를 대표하는 '더비 매치'가 국내 팬들에게도 가까워졌다.
토트넘은 24일 오전 3시45분(한국시간) 홈구장 화이트하트레인에서 아스널과 캐피털원컵(리그컵) 3라운드 경기를 한다. 북런던에 연고를 둔 두 팀의 대결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거쳐 팽팽한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북런던 더비(North London derby)'로 불리는 이 경기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2009년 세계 더비 매치를 선정하면서 네 번째로 소개할 만큼 인지도가 높다.
같은 지역(런던)에 연고를 두면서 생긴 대립과 갈등이 라이벌 의식을 강하게 만들었다. 토트넘은 '터줏대감'의 지위를 강조한다. 토트넘은 1882년 런던 북부의 노섬버랜드 파크를 기반으로 크리켓 선수들이 주축을 이뤄 홋스퍼 FC라는 이름으로 창단한 축구단이다. 1899년부터 현 홈구장에 정착해 북런던을 상징하는 팀으로 자리매김했다. 아스널이 뒤따라 같은 지역에 터를 잡으면서 불편한 관계가 형성됐다. 아스널은 원래 1886년 런던 남동부 울위치의 군수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계층을 중심으로 탄생한 구단이다. 포병을 뜻하는 아스널의 애칭 '거너스(Gunners)'도 여기서 출발했다. 그러나 지리적으로 동떨어져 있고, 관중수도 적어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자 1913년 인구밀집 지역인 북런던 하이베리의 아스널 스타디움에 새 둥지를 틀었다. 이곳은 토트넘의 홈구장과 불과 6㎞ 남짓 거리에 있다. 토트넘 팬들은 아스널이 "영역을 침범한 불청객"이라며 반발했고, 앙숙으로 경기장 안팎에서 충돌하는 발단이 됐다.
라이벌 팀으로 이적하는 선수들은 '배신자'로 각인되기도 한다. 1964년부터 13년 동안 토트넘에서 뛴 골키퍼 팻 제닝스(70)가 대표적이다. 그는 토트넘에서 잉글랜드 축구협회(FA)컵 1회 우승(1967년), 풋볼 리그 컵 2회 우승(1971, 1973년), 유럽축구연맹(UEFA)컵 1회 우승(1972년)에 기여하며 큰 사랑을 받았으나 1977년 팀이 2부 리그로 떨어지자 아스널로 향했다. 토트넘 팬들로서는 강등과 더불어 연달아 접한 충격이었다. 이후 두 팀 서포터스는 경기장에서 폭력도 마다하지 않는 마찰을 일으켰다. 1992년부터 10년 동안 토트넘에서 활약한 수비수 숄 캠벨(41)이 2001년 자유계약(FA)으로 아스널에 입단할 때도 상당한 후폭풍이 있었다. 주장까지 맡았던 그가 경쟁팀 유니폼을 입자 분노한 토트넘 팬들은 '유다'라는 별명을 그에게 붙였고, 살해위협까지 했다. 서포터스는 최근까지도 아스널을 상대할 때 캠벨을 조롱하는 노래를 한다.
손흥민도 치열한 라이벌 관계를 빠르게 파악했다. "구단을 통해 빨간색과 관련된 물건은 절대 사용하지 말라는 주의를 받았다. 빨간색 자동차도 사면 안 된다"고 했다. 빨간색은 아스널의 홈경기 유니폼이자 구단을 상징하는 색상이다. 그는 "독일에서도 북런던 더비에 대해 들었다. 설레는 경기다. 무조건 승리를 원한다"고 했다. 아스널 출신 축구 칼럼리스트 앨런 스미스(53)는 "손흥민은 상대를 제치는 기술과 스피드, 부지런함을 겸비했다. 골을 넣는 침착함과 득점 본능까지 갖췄다"고 주목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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