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은 '에너지의 날'이었다. 벌써 12회째를 맞은 이날은 우리나라가 역대 최대 전력소비를 기록한 2003년 8월22일을 기념해, 에너지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화석연료의 과다 사용으로 인한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2004년에 제정됐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사용량의 96%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제 에너지 수급 동향과 에너지별 수요 특성에 맞춘 효율적인 에너지믹스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에너지원 다변화와 함께 각 에너지시장이 공정한 시장 경쟁을 통해 균형 발전해 특정 에너지에 쏠림이 없도록 에너지산업 생태계를 유지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그러나 대표적인 친환경연료이자 서민연료인 액화석유가스(LPG)산업은 지속적인 수요 감소로 인해 고사(枯死) 위기에 처해 있다. 가정용 시장은 도시가스에 밀려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고, LPG자동차 운행 대수도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3만6000여대가 줄었다. 연말까지 감소 대수가 10만대에 이를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LPG차는 일반인이 승용차로 사용할 수 없으며 택시 및 렌터카, 장애인ㆍ국가유공자 등 일부 계층 및 차종만 사용하도록 법으로 제한돼 있어 시장 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합리적인 수준에서 LPG자동차 사용 제한에 대한 규제를 일부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LPG차의 사용을 제한하는 규제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LPG 사용 제한은 과거 정유사의 LPG 공급이 제한적이던 시절 도입된 규제로 수급문제가 완전히 해소된 지금은 규제의 당위성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위기 극복을 위해 LPG업계의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이 선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협회도 LPG자동차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요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다방면에 걸쳐 분투하고 있다. 자동차 제작사와 함께 도넛형 LPG탱크를 개발해 운전자 편의성을 높이는 한편, 차세대 LPG엔진 기술 개발을 통해 LPG차량의 연비와 출력을 개선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의 상황과는 정반대로 해외에서는 LPG가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로 부각되며 차량 보급이 급증하는 추세다.
2000년 이후 세계 LPG자동차 보급 대수는 매년 평균 10% 성장했다. 호주ㆍ독일ㆍ이탈리아 등은 LPG를 대기환경 개선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현실적 대안으로 인식하고 차량 구입 시 보조금 지급 등 각종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홍콩은 디젤 택시로 인한 대기오염 개선을 위해 2000년대 중반부터 LPG택시 전환 사업을 시작해 큰 성과를 거뒀다.
이처럼 세계시장에서 LPG차가 선전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지구온난화의 원인으로 지목받는 수송부문에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LPG이기 때문이다. LPG차는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미세먼지를 거의 배출하지 않고 광화학스모그의 원인이 되는 질소산화물 배출량도 아주 적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휘발유보다 5~10% 적어 온실가스 저감에도 유리하다.
온실가스 감축 대열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해외에서 조명받는 LPG차의 장점에 대해 우리도 재인식해야 한다. LPG는 셰일가스의 영향으로 가격과 공급의 안정성 측면에서도 수혜가 예상된다. 국가 에너지안보 및 재해 등 비상시 대응연료로서 일정 수준의 LPG산업 기반 유지도 필요하다. 이제 현실적 대안인 LPG자동차에 주목할 때다. 친환경 LPG자동차의 시장 유지를 위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홍준석 대한LPG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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