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과 영화 보며 情드는 ‘우리동네 영화관’ - 월곡1동 주민센터...아이와 인권 공부하러 가요 , ‘전국 최초 인권청사’ 안암동 주민센터...쪽방촌 주민 건강 수호천사 - 보문동 주민센터..힐링견(犬) 기르미가 있는 마을사랑방 - 길음2동 주민센터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지난 7월1일부터 찾아가는 동복지센터로 변신한 바 있는 성북구 주민센터들이 영화관, 작은병원, 나눔허브센터, 힐링센터 등 지역 맞춤형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월곡1동주민센터는 한 달에 한번 영화관으로 변신하고 있다. 최근에는 어르신과 청소년, 주민 100여명을 초대해 영화 ‘국제시장’을 상영했다.
이날 청소년들은 좌석 안내와 간식 나눔 봉사활동을 펼쳤고, 월곡1동 두산상가 일흥떡집(대표 이대희)과 월곡1동 지역사회복지협의체(위원장 차복자)가 떡과 음료를 지원하는 등 주민들이 십시일반 보태고 나눴다.
신수련 동장은 “지난 봄 자살위험군 어르신들을 모시고 ‘장수상회’를 관람할 기회가 있었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아 주민센터를 영화관으로 변신시키는 일을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익숙한 배경이 등장할 때마다 한마디씩 거들며 영화의 재미에 푹 빠졌던 어르신들은 직원들의 손을 잡아주며 “영화를 보고 싶어도 바람으로만 그친 게 이삼십년은 되는 것 같다”면서 “앞으로도 이웃들과 영화를 볼 기회를 많이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했다.
월곡1동주민센터는 앞으로도 주민이 원하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상영할 계획이다.
전국 최초로 설계에서 마무리까지 인권약자의 이용편의를 반영한 안암동주민센터는 신체적 조건에 구애 없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모든 공간에 문턱이 없을 뿐 아니라 1층에 민원대가 아닌 주민모임방이 있다. 남녀노소 장애 유무를 떠나 모든 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인권도서관도 있다.
주민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전국 최초 인권청사 의미를 높일 수 있도록 모든 이용자가 차별 없이 누리는 문화·여가·교육·건강 프로그램으로 선별해서 진행하고 있다.
때문에 생활 속 인권을 실현하는 공공기관의 본보기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많은 지자체와 단체가 문을 두드리고 있다.
아이와 함께 방문한 한 주민은 “인권이라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아이에게 설명하기가 어려운데, 어르신도 휠체어를 탄 이웃도 임산부도 모두 불편함 없이 주민센터를 이용하는 모습을 통해 현장학습을 하게 된다”고 했다.
안암동주민센터 관계자는 “안암동 복합청사는 인권증진에 주안점을 두고 주민들이 편리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편의시설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면서 “운영도 전문가와 주민 등이 함께 협의해 나감으로써 주민들이 주민센터에 갖는 애정이 남다른 것 같다”고 밝혔다.
보문동주민센터는 외부 의료기관 유치와 지역내 의료기관 연계를 통해 작은 병원을 자처하고 나섰다. 관내 유일한 쪽방촌 지역의 주민을 위해 아산복지재단 무료진료 순회 봉사단을 유치해 방문 진료서비스를 펼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봉사단의 방문은 원래 일회성으로 추진된 것이었으나 집 앞 까지 찾아온 최고 수준의 의료서비스에 주민들의 반응이 좋자 보문동주문센터가 두 팔 걷고 관계자를 설득해 무료진료 봉사를 진행하게 된 것이다.
원활한 진료와 검사를 위해 보문골 돌봄 봉사단과 적십자회원들이 나서서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돕고 안내를 하는 등 진료에 도움을 주었다. 이외에도 서울우유 안암 대리점(대표 장상덕)에서 요구르트100개, 보문동 주민자치위원회 최재천씨가 빵 100개를 후원하는 등 여러 주민이 봉사단과 함께했다.
검사와 진료를 받은 한 어르신은 “버스에서 진료를 받는 게 낯설고 신기했지만 집 앞까지 찾아와 힘들지 않게 움직일 수 있어서 좋았고 의사와 간호사 선생님들이 친절하게 대해주어 편안한 마음으로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며 기뻐했다.
보문동주민센터 관계자도 “저소득 어르신들이 병을 방치하는 일이 잦은데 의료기관과 연계하여 검사와 진료를 받게 함으로써 건강을 관리하는 한편 이 과정에 마을 주민이 참여해 말 그대로 마을 복지 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밝혔다.
보문동주민센터는 정감한의원 등 한방의료기관과도 MOU를 맺고 있으며, 더욱 다양한 구성원들과 협력함으로써 저소득 소외계층을 위한 의료연계 사업을 더욱 활성화 할 계획이다.
길음2동주민센터는 유기견 기르미를 통해 힐링주민센터로 거듭났다.
기르미는 원래 유기견으로 발견되었다가 특유의 넉살과 재롱으로 주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공무견으로 발탁된 길음2동의 마스코트이다.
뉴타운 사업으로 본격적인 이주가 시작된 길음2동은 저소득 독거노인의 거주 비율이 높아 직원들이 수시로 어르신의 집을 방문하고 있는데, 기르미의 동행 이후 평소 집안에만 머물던 어르신들이 일부러 기르미가 지나는 시간에 맞추어 골목에 나와 간식을 주거나 쓰다듬으며 웃음을 되찾고 있다.
방과후 마땅히 갈 곳 없던 아이들도, 민원서류가 필요할 때나 걸음 하던 주민들도 수시로 주민센터를 찾아와 기르미의 안부를 묻고 어울렸다. 장기화된 뉴타운 사업으로 삭막했던 동네가 기르미로 인해 사람이 모이고 웃음이 넘쳤다.
때문에 최근 기르미의 다섯둥이 출산은 길음2동의 잔치나 다름없다. 주민들은 다섯둥이의 수유로 부쩍 야윈 기르미를 위해 미역국을 끓여 오거나 간식을 두고 가고 직원들은 기르미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하면서 산후조리를 해주고 있다.
다섯둥이도 기르미의 대를 이어 공무견으로 활동할 예정이며 벌써부터 여러 자치구의 분양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일상생활에서 주민의 삶의 문제, 삶의 질을 보장하고 권리를 증진시키는데 지방정부의 존재이유가 있다”면서 “동네의 작은 변화가 국가를 변화시키고 결국엔 국민의 삶에 변화를 불러오듯 성북구 20개 동주민센터는 각양각색 주민의 요구에 더욱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진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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