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공은 원하는 방향으로만 날아가지 않는다.
최악의 경우가 숲 속이나 워터해저드, 벙커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선수들 역시 30%이상 페어웨이를 벗어난다. 장타를 치는 선수는 비율이 더 높다. 선수들은 그러나 "트러블 샷(trouble shot)은 골프게임의 한 부분(We should think of trouble shots as a part of game)"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도전(challenge) 또는 리커버리(recovery)다.
일단 안전을 도모하고, 다음에 스코어를 만회하는 게 바로 '리커버리 샷(recovery shot)'이다. 아널드 파머(미국)는 "리커버리(recovery) 지수가 플레이어의 능력"이라고, 벤 호건(미국)은 "리커버리 샷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욕심을 버리는 것(The important thing when playing recovery shots is not to be greedy)"이라고 주문했다. 트러블 샷의 '대가' 버바 왓슨(미국)은 "무엇보다 침착하라"고 강조했다.
크게 3가지다. 첫번째는 나무 넘기기(hitting over a tree), 두번째는 나무 밑에서 나오기(hitting under a tree), 세번째가 러프에서 탈출하기(hitting out of rough)다. 핵심은 안전하게 탈출하는 샷이다. 여기서 불과 10%의 가능성을 보고 무리수를 던졌다가는 치명적인 상황이 반복돼 스코어를 망치는 원인이 된다. 프로골퍼들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절묘한 리커버리 샷을 따라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다음 샷을 기약하는 우회작전을 결정했다면 어디로, 어떻게, 얼마의 거리로 내보낼 것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아마추어골퍼들은 이 대목에서도 거리를 욕심낸다. 확실하게 탈출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인생이나 골프는 때로는 우회하는 쪽이 답일 수도 있다. 깊은 숲 속에서 페어웨이로 쳐낸 공을 다시 핀 옆에 붙이게 되면 또 다른 짜릿함이 생기고 라운드가 한결 즐거워진다.
'한국골프의 전설' 한장상(74)은 "리커버리 샷 능력과 핸디캡은 정비례한다"는 명언을 남겼다. 1998년 박세리(38)가 US여자오픈에서 양말을 벗고 연못에 들어가 친 리커버리 샷은 세계 골프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미국 골퍼들은 동반자가 어려운 트러블 상황에서 탈출했을 때 "나이스 샷! 정말로 멋진 리커버리 샷이야(Nice shot! It's a fine recovery shot"라고 칭찬한다.
글ㆍ사진=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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